동화창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795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凡草 2017. 7. 22. 18:00


     2017년, 7월 21일, 금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795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글나라 동화교실 해님반 1학기 종강을 했다.

      늘 화명동 글나라에서 했는데 이번에는 양산 화제리로 이사한

      최순기씨 집에서 집들이겸 종강식을 했다.

      순기씨가 혼자 음식 하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

      덕분에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선물 교환을 했다.

 누구에게 어떤 선물이 갈지 몰라서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마음에 드는 선물을 만나면 웃음이 터진다.

 엉뚱한 선물을 받아들고 황당해하는 사람도 있고...ㅎㅎ

 

 

 

 

 

 

 

 글나라 선배인 모람 이하은씨가 가까운 내화 마을에 살고 있어서

 초대를 했더니 <황산강 베랑길> 책을 들고 왔다.

 이하은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때 교육청 영재교실 강사로 나갔다가

박선미씨를 만나서 글나라 동화교실을 소개받았다.

 그때부터 동화공부를 시작하여 mbc 장편 동화 공모전에서

<하늘 목장>으로 당선하여 상금 2천만 원을 받았으며,

 <금동 향로 속으로 사라진 고양이>를 펴냈고,

 지금은 하루를 삼등분하여 글쓰고, 집안 일 하고, 운동을 한단다.

 오전에는 출근하듯이 글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작가라고 부를만 했다.

 후배들이 선배 작가를 만나서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화명동 글나라로 돌아가야 해서 차를 타고 나오다가

 이하은씨 집에 잠시 들렀다.

 연못을 잘 가꾸어 놓아서 보기 좋았다.

 

 

  같이 간 제자들이 이하은씨 서재를 보고 멋있다며 부러워하였다.

 

 

이하은씨 집은 전원주택답게 정원을 잘 가꾸어 놓았다.

 수박을 얻어 먹고 블랙베리도 공짜로 땄다.

 시간만 많으면 더 오래 놀다 올 텐데

 글나라 초등학생들이 기다릴 것 같아서 그만 돌아왔다.

 

7월 18일에는 동화교실 해님반 종강을 했고

 7월 20일 저녁에는 동화교실 달님반 종강을 했다.

 소산 황미숙씨가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고 있는데

 종강 이벤트로 장미꽃 만들기를 하기 위해 준비물을 갖고 왔다.

 달님반의 맏언니이자 반장인 소산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소산의 지도에 따라 색한지를 펴서 장미꽃을 만들었다.

 아주 어려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쉬웠다.

 꽃잎을 하나 하나 만들어 나가자 책상 위에 장미꽃이 피어났다.

 꽃도 이쁘지만 교실을 가득 채운 제자들이 더 아름다웠다.

 마산에서 온 이향림씨도 달님반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감탄했다.

 

 

 

 

 

 

 

 장유에 사는 손수자씨는 6월에 새로 들어왔는데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갈아 타고 다니면서도 결석을 하지 않아서

 성실성을 인정 받았다.

 한 번은 목요일 저녁에 급한 일이 생겨서 못오게 되자

 화요일 오전반에 대신 참석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선배들 중에도 그렇게 노력해서 동화작가가 안 된 사람은 거의 없다.

 

 

 

 

   달님반에서 개근상을 받은 사람은 문진옥씨.

   해님반에서는 김지경, 박진영, 정영혜 세 사람이었는데,

   집안 일에다 직장일까지 하면서 빼먹지 않고 나오기는 정말 쉽지 않다.

 

 

  달님반에도 선배 작가를 한 사람 초대했다.

  <하늘을 품은 소년>을 펴낸 윤자명씨다.

  새 책이 나왔다고 전화가 왔길래 달님반 종강식에 불렀다.

  깜짝 이벤트로 선배 작가가 등장하여 책이 나오기까지의 고충을 들었다.

  윤자명씨는 나에게 배워서 mbc 장편 동화 공모전에서 <달샘의 흙>으로

  2천만 원을 받았고,

 <숭례문을 지켜라>, <헤이그로 간 비밀편지> 등을 펴냈다.

  이번에 낸 책은 역사연구회, 과학교수 모임 등의 감수를 받느라 힘들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 끝에 책이 나오면

  전국 초등학교에 초청되어 작가와의 만남을 갖게 되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니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일이다.

 

 

  새내기 이향림씨가 윤자명씨와 포옹하는 장면.

  작가의 기운을 받으라고 포옹을 권유했는데 뭔가 느낀 점이 있었는지...

 

 

   달님반 청일점인 남찬우씨.

   여성 회원들만 있는 동화교실에 기죽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안 나오지 말고 끝을 볼 때까지 쭉 잘 다니길...

   동생처럼 잘 이끌어주어야겠다.

 

 

 

 

 

 

  잘 가르쳐주지도 못했는데 꾸준히 나오는 제자들을 보니 참 대견스럽다.

  딸같은 제자들도 있고 동생 같은 제자들도 있다.

  2학기에도 즐거운 동화 교실이 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줄 것이다.

 

 

 

  신세계 백화점 동화교실에 가면 점심을 먹고 온다.

  고추잡채밥도 시켜 먹고 왕새우볶음밥도 맛있다.

  신세계 회원 중에 남경희, 정현진, 이소민씨가 동화를 써 왔다.

  더운 여름에도 열심히 써오니 반갑다.

  화명동에서는 달님반의 새내기 이향림씨와 문진옥씨가 동화를 내었다.

  초보 때는 서툴지만 쓸수록 나아질 것이다.

  나는 동화 첨삭 지도하느라 힘들지만 부지런히 쓰는 제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드디어 기다리던 주말이다.

 금요일 오후에 범어사역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범초산장으로 들어왔다.

 오는 도중에 영락공원을 지난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이 즐비하게 누워 있다.

 죽으면 끝이니~

 살아 있을 때 즐겁게 살 일이다.

 많이 웃고 많이 걷고 많이 보고 많이 듣고......

 오늘 하루도 큰 선물이다.

 소풍 가듯이 산장으로 올라갔다.

   

숲속에 숨어 있는 범초산장.

 나만의 비밀의 화원이다.

 도시에 있을 때는 좁은 마음이었는데

 넓은 저수지를 보면 마음이 확장된다.

 무엇이든 다 이해하고 다 감싸줄 수 있을 것 같다.

 

 

  풍선덩굴이 벌써 열매를 맺었다.

  볼록볼록 부푼 풍선을 보니 기쁘다.

  아유, 잘 컸다!

 

 

  상추반 학생들이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지난 주와 똑같다면 별로 기뻐할 일이 없는데

  한 주 만에 확 달라져 있다.

  날마다 새롭게 변해가는 모습에 눈이 커진다.

 

 

 

  범초산장 배롱나무가 꽃을 피웠다.

  날씨는 무덥지만 꽃을 보니 견딜만 하다.

  야, 멋진 여름이다!

  덥지 않으면 어떻게 이처럼 예쁜 꽃이 필 수 있으랴!

 

 

 

  마타리가 더 많이 피었다.

  비만 오면 딱인데 비가 안 온다.

  그래도 저수지를 배경으로 피어 있어서 보기에 좋다.

  소녀가 있어야 마타리를 한 송이 꺾어줄 텐데....

  내일 아내가 오면 한 송이 꺾어서 줘볼까?

 

 

 

  양고추냉이와 케일이 많이 컸다.

  잎을 뜯어서 쌈 싸 먹어야겠다.

 

 

     원추리 꽃이 피었다. 몇 송이를 뜯어서 꽃차를 만들어 마실 생각이다.

 

 

 

  <홍다미는 싸움닭>을 쓴 송재찬 선생님에게 책을 읽고 나서

  감사 편지를 보냈는데 뜻밖에도 답장이 왔다.

  동화 쓰기에도 바쁠 텐데 편지를 보내주어서 감동했다.

 

- 김재원 선생님,

  보내주신 편지와 율무 팔찌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손 편지 쓰기가

  또 그것을 부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너무 고마웠습니다.

  정성어린 선물 율무 팔찌를 보며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제주도 초등학교 시절,

  친구네 집에 율무가 있었습니다.

  장독대 옆에 화초처럼 한 포기 자리 잡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때 그것을 구슬낭(나무)이라 불렀습니다.

  그 집 아이들이 자랑하는 구슬 목걸이를 부럽게 보곤 했지요.

   금목걸이를 본 적 없는 우리는 그 구슬 목걸이가 참 대단해보였습니다.

   이웃에 사는 서울 사람 집에 인형 구경도 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구슬낭이 있는 집은 승안이네 집 하나였습니다. 어째서 그 집에 그게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어떤 화초보다 그 구슬낭을 부러워했습니다.

   지금은 그게 율무 열매라는 걸 알지만 그때는 그저 구슬낭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농사로 짓지는 않았습니다. 들에 그렇게 다녔지만

  밭에 심은 구슬낭을 본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신 팔찌를 보니 먼저 그 생각부터 나더군요.

   아! 이거 승안이네 집에 있던 구슬!

   아마 어른들도 그게 율무, 먹는 거라는 걸 몰랐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구슬 팔찌 잘 간직하겠습니다.

      .................... 뒷부분은 줄임.........

 

                                      2017년 7월 14일  송재찬

 

   동화책을 보내준 몇몇 작가에게 감사 편지와 함께 율무로 만든 동화팔찌를

 보내주었는데, 송재찬 선생님은 직접 편지로 답을 주시니 황송하였다.

  내가 동화 습작을 하던 20대 후반에 송재찬 선생님이 쓴 <찬란한 슬픔>을

읽고 몹시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송선생님과 편지를 주고 받는 문우가 되었다.

  손수 답장을 보내준 송선생님에게 범초산장에서 딴 뽕잎으로 뽕잎차라도

 만들어 보낼 생각이다.

  편지 속에서 '구슬낭'이라는 서정적인 말을 읽고 나니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지만,

 문득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잠시 그 옛날로 돌아간 듯 하다.

  문자나 메일로는 느낄 수 없는 손 편지의 힘이다.

  글의 힘은 참 크다. 사람 마음조차 크게 뒤흔든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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