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00회) 손자 보는 값 29800원

凡草 2017. 8. 14. 08:51



  2017년, 8월 13일, 일요일, 흐림

 

  (범초산장 이야기 800회)  손자 보는 값 29800원


 

  달맞이꽃을 땄다. 

  꽃차로도 마시고 꽃밥 재료로도 쓸 거다.



                             범초산장에도 무궁화 꽃이 피었다.

                             꽃차로 마시면 달짝지근하다.



  다른 풀은 베어도 까마중은 살려두었더니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안토시아닌이 많으니 종종 따 먹는다.

  아로니아를 갈아 먹을 때 같이 넣어도 된다.



    쪽파 씨를 심었다.

    쪽파는 놀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한 달 전에 아내가 밭에 있는 풀을 뽑다가 쪽파 뿌리를 발견했다.

    작년에 심은 쪽파가 잡초 더미에 묻혀서 말라죽기 직전이었다.

    뿌리가 있는 채로 캐어서 보관해두었는데 한 달이나 지났다.

    뿌리가 다 말라 죽은 것 같아도 이걸 심으면 또 살아난다.

    거의 불사조와 같은 쪽파다.

    이렇듯 생명력이 강하니 파를 자주 먹는 것도 건강에 좋을 것이다.

    어떤 일이 잘 안 풀려도 쪽파처럼 끈기를 가져야 한다.   



  명아주도 한쪽 구석에 고이 키우고 있다.

  아마 밭 옆에 명아주를 키우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명아주 한 포기만 키워도 나물 걱정은 없다.

  심장에 좋은 식물이라 수시로 뜯어서 나물로 데쳐 먹는다.

  그런데도 금방 또 자란다.

  지금은 나무처럼 키가 엄청 커졌다.

  고마운 명아주!  ==> 명을 아주 길게 해주는 식물로 보고 싶다.



  쇠비름도 상추밭 옆에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상추보다 더 잘 자란다.

  이 쇠비름도 가위로 잘라서 나물로 데쳐 먹는다.

  보기에는 억셀 것 같지만 아주 부드럽다.

  내가 산장에서 공짜로 먹는 나물이다.

  내가 심지 않았으니 하느님이 내려주신 거나 다름없다.

  비름, 명아주와 더불어 자주 해 먹는 나물 반찬 3인방이다.



 지난 번 799회 일기에 시골이 좋은 이유 10가지를 썼는데,

 보통 사람들은 시골을 좋아하지 않는다.

 벌레가 많아서, 문화 시설이 적어서, 아파트만큼 쾌적하지 않아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시골을 싫어한다.

 물론 시골에도 불편한 점이 있고 싫어할 만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장단점을 엄밀히 따져보면 장점이 훨씬 더 많다.

 야생화나 약초에 대해 잘 모른다면 그럴 수도 있으나

 야생화나 약초 공부를 어느 정도 한 다음에

 시골에 들어오면 제대로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

 시골을 속속들이 잘 몰라서 편견을 가진 사람도 많다.


 며칠 전에 석산리 텃밭에 가서 양동댁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묵혀둔 밭을 앞장 서서 걸어가길래,

 "혹시 뱀이 나오면 어떡하죠?"

 하고 물었다. 양동댁 아주머니는 맨발에 고무신 차림이었다.

 "뱀을 무서워 하면 시골에 어떻게 사노?"

 그 말이 정답이었다.

 한 두 번 봐야 무섭지 자꾸 보면 심드렁해진다.

 벌레나 뱀이 징그럽긴 해도 자주 마주치면 별 거 아니다.

 나는 벌레는 아무렇지 않은데 뱀은 무섭다.

 범초산장에서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 본다.

 차라리 매주 본다면 완전히 적응이 될 텐데...

 힘들고 싫은 일도 계속 부딪히면 적응이 된다.

 처음부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처럼 시골을 좋아하는 사람은

 귀찮은 것도 적응해야 한결 편하다.   


  아내가 범초산장에 들어오면 심심하다고 하기 때문에

  미리 영화를 usb에 다운 받아 놓았다가

  노트북으로 영화를 본다.


  나한테 동화를 배우는 제자들이 에단호크와 샐리호킨스가 나오는 캐나다 영화,

 <내 사랑>을 꼭 보라고 추천했는데, 최근 상영작이라 아직 다운 받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았는데, 문학성은 있을지 몰라도

  재미가 별로 없었다.


  내가 여태까지 본 영화 가운데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있는 것을 몇 편 추천한다.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 스릴이 있고 흥미진진하다.

  <모래와 안개의 집> - 추리물처럼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영화

                            집을 둘러싸고 인간의 탐욕이 비극을 가져온다.

  <라이크 선데이 라이크 레인> - 상류층 장애인과 가난한 보모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이 감동적이다.


  <카시미르의 소녀> -인도 영화인데, 언어장애자인 딸을 잃어 버린 뒤에

                          부모가 찾아 헤매다가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나온다.


  <카운터 페이터> - 독일 수용소에서 박해를 받는 유태인 이야기는 많지만

                         소재가 참 특이하다. 세상에 저런 일도 있구나!


  <열쇠 도둑의 방법> - 영화 보는 안목이 높은 아내가 보자마자 훅 빨려들었다.

                            "이런 영화라면 재미있게 보잖아."

                             일본 영화치고는 아주 재미있다.


 <나, 다니엘 브레이크>- 초반에는 조금 밋밋한데 차츰 사건이 벌어지면서

                              의료 정책의 불합리성을 따지는 주인공의 주장에 공감했다.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비커밍 제인> - 오만과 편견을 쓴 여성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인데,

                      오만과 편견과 비슷한 점이 있는데도 재미있게 보았다.

     

 

    집에 가서 먹으려고 케일과 양고추냉이 잎을 따고 있는데

    아내가 아들한테 전화를 해보았는지 아들 집에 한 번 가 보자고 했다.

    "삼복 더위에도 문자 한 통 없는 녀석인데 뭐 하러 가?"

    "은우가 수두에 걸려서 고생했대요. 은우가 복숭아를 좋아한다니

    사서 가봅시다."

   "당신이 위가 아파도 걱정조차 안 하는데 가자고? 당신이나 가. 난 안 가."

   "어른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지요. 그리고 아들 보러 가나요? 손자 보고 싶어서

    가려는 거지."

   아내가 손자 보고 싶어서 가자니 어쩔 수가 없었다.

    난 안 보아도 되지만 아내 말이니 따르기로 했다.

    스마트 폰 속에 손자 손녀 사진을 수북하게 넣어놓고 자랑하는 할아버지들이 많던데,

    난 그러고 싶지는 않다. 

    자기 아들 딸과 손자 손녀에만 정을 쏟는 가족 이기주의자는 되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는 내 자녀보다 더 슬기롭고 예의바른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양산 농수산물센터에 들러 복숭아 한 상자와 은우와 세희가 좋아하는 과자를 샀다.

   합계 29800원.

   손자 보러 가는 값이다.

   10만 원은 아니니 그리 비싼 값은 아니구나..ㅎㅎ


  


  은우는 수두가 다 나았다.

  세희도 수족구를 했다더니 이젠 괜찮았다.

  평소에 연락을 자주 안 하니 아픈 줄도 몰랐다.

  은우는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 장난감이 많았다.

  공룡 그림책을 들고 와서 읽어달란다.

  함께 보면서 글을 읽어주었다.

  나를 닮았는지 마음이 여린 아이다.

  너도 사업가 쪽보다는 예술가 기질이 있구나.


  아들은 휴일인데도 회사에 일하러 가고 없었다.

  나름대로 바쁜 모양이다.

  한 시간 정도 은우 집에 머물다가 나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니 가길 잘 했다.

  아내도 복숭아를 참 좋아한다.

  아들 집에는 아내가 한 상자 사 갔고,

  아내를 위해서는 내가 한 상자 사주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황산 공원에 자전거를 타러 갔다.

  한여름과 달리 바람이 무척 시원했다.

  "여보, 우리 여기 매주 와요."

  아내가 바람 따라 달려가면서 흥겨워한다.

  "좋지. 운동하고 바람도 쐬고....."

  아내는 나를 따라 토요일부터 산장에 갔고

  나는 아내와 같이 2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아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 (*)


  * 작년 9월 16일에 담은 말벌집 술을 오늘 개봉해서 한 잔 마셔보았는데

   양주처럼 맛이 있었다. 약간 단맛도 느껴지고 담백해서 마시기에 좋았다.

   작년에 조금 모험을 해서 말벌집을 땄지만 담은 보람이 있다.

  


-  2017년 8월 4일 금요일  부산일보에 실린 글


     라이벌이 필요한 이유

 

 <호구와 천적>   이경순 / 파랑새


  사람이 어떤 일을 잘 하려면 무엇이 꼭 필요할까?

, 시간, 재능, 선생님.... 이것 말고도 또 한 가지, ‘라이벌이 있어야 한다.

자신과 실력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은 경쟁자가 있다면

실력을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바둑을 소재로 다루었다.

여태 많은 동화책이 나왔지만 바둑을 소재로 다룬 책은 드물었다.

일반인들이 바둑에 대해서 잘 모를 뿐 아니라 동화작가들이 대부분 여성들이라

이런 소재로 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 대결을 펼친 뒤로 바둑 붐이 일어났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전해도 바둑에서는 인간을 이기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보았는데

예상을 뒤엎었다.

 물론 컴퓨터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가 한 사람을 상대한 것이니까

꼭 사람이 졌다고 볼 수만은 없다.

  이 책에서는 동오가 진상이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한다.

처음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진상이 악착같이 노력해서 동오를 번번이 이기자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걸핏하면 바둑 두자고 조르는 진상이를 마냥 피해 다닐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두게 되면 계속 지니까 기분이 상한다.

그런 동오에게 김사범이 이런 말을 들려준다.

<어떤 창피나 치욕을 당해도 피하지 말고 참고 견뎌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꿋꿋이 가야 원하는 바를 이루지.

그게 진짜 강한 거란다.>

  약자는 라이벌과 대결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강자는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는다.

정상에 오르기는 결코 쉽지 않다.

 힘든 일을 참고 이겨내어야 하고 라이벌의 도전을 물리쳐야 하니까.

 하지만 라이벌은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내 발전을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다.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으면 라이벌을 적극적으로 만들자

                                                                                     김재원 (동화작가)

 






출처 : 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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