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04회) 때를 잘 맞추어야 산다
2017년, 9월 6일, 수요일, 비
(범초산장 이야기 804회) 때를 잘 맞추어야 산다
밭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잡초가 점령해 버렸다. 부산은 비가 통 오지 않아서 날이 더우니 사람부터 살고 볼 일이다. 잡초가 자라든 말든 그냥 놓아두었다.
배추와 무를 심어야 할 때가 되어서 삽으로 잡초를 파내었다. 자꾸 미루던 것도 때가 되면 하기 마련이다. 밭을 깔끔하게 만들어 놓고 무 씨를 뿌렸다. 보석 같은 무씨가 참 곱다. 저게 흙속으로 들어가면 잠자다가 눈을 뜨고 나온다. 저 파란 무씨에서 생명이 싹 터 나온다는 것이 참 경이롭다. 농부가 큰 돈을 못 벌면서도 농사를 짓는 것은 생명의 신비를 대하기 때문이다.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는 말을 듣고 대파 모종을 심었다. 비가 오기 한참 전에 심어봐야 죽기 십상이다. 비가 오고 나서 며칠 지난 뒤에 심으면 이미 늦다. 농사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비가 내리기 바로 전에 심으면 최적이다. 사람이 하는 여러 가지 일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를 잘 맞추어야 성공한다. 영어로는 타이밍을 맞춘다고 한다. 한 박자가 늦으면 서투르다. 우리가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은 때를 맞추기 위한 연습이다. 평소에는 농약을 안 치지만 배추 모종은 새가 쪼아 먹어서 어쩔 수 없이 약을 쳤다. 그러지 않으면 다 파 먹어서 배추로 키울 수가 없다. 오늘은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맞췄다. 오전에 심고 나서 물을 안 주고 왔는데, 오후부터 비다운 비가 내리고 있다. 부산에는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다. 어제 글나라 동화교실 해님반 개강을 했고, 내일은 신세계 동화교실과 글나라 동화교실 달님반 개강을 하는데, 나한테는 개강을 축하하는 비와 같다. 참으로 감사하다. 글나라 동화교실은 1994년 3월부터 문을 열었고, 신세계 동화교실은 2009년 3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나를 찾아오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올 여름에는 가뭄이 심해서 물이 퍽 귀했다. 그래서 범초산장에 물탱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먼저 물탱크 받침대를 만들었다. 동그라미 계원인 이홍식씨가 용접을 해주었고, 이승환씨와 탁연갑씨도 거들어서 무난히 완성했다. 나도 용접을 배워보려고 실습을 몇 번 해보았는데 보안경을 제대로 쓰지 않고 했더니 밤에 눈이 몹시 아팠다. 하루 지나고 나니 괜찮아졌지만 눈을 조심해야겠다. 범초산장에 하우스를 지은지 8년이 지났다. 지붕 천막이 낡았는지 폭우가 내리면 비가 새었다. 그래서 하우스 수리업자를 불러 공사를 했다.
이 공사가 큰돈이 안 되어서 그런지 여러 업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당장은 못 간다, 한 달 뒤에 보자, 지금 메모가 안 되는 곳이다, 다음에 또 전화해봐라, 언제 시간이 되면 갈 테니 기다려라, 그래 놓고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답답해서 몇 번이나 전화해도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차라리 못하겠으면 못한다고 잘라 말해야지 미적미적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연락이 닿은 송왕진씨는 단번에 와보겠다고 했고 전화 한 날 바로 달려와서 견적을 내어주었고, 연락한지 사흘만에 공사를 시작했다. 아내는 이 업자 일하는 스타일이 자기 방식과 똑같다며 좋아했다. 값도 80만 원으로 저렴했고, 일처리도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일을 하려면 그렇게 해야 신용을 얻지.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하우스를 짓는다면 이 업자를 꼭 소개해주고 싶다. 010-3860-7377 하우스 전문제작 송왕진 이제 완성이 되었다. 원래는 까만 색이었는데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일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침 일찍 시작해서 오후 1시 정도에 끝이 났다. 지붕과 앞뒷면을 새로 덮었으니 적어도 십년은 끄떡 없게 되었다. 흡사 앓던 이를 뺀 기분이다. 내가 날마다 한 개는 먹는 낫또. 대장에 아주 좋은 식품이다. 실이 쩍쩍 늘어지는 걸 보면 유산균이 풍부하다. 유산균 음료 10병보다 이거 한 개가 낫지 싶다.
손자 김은우, 2012년 4월 15일생. 큰형님이 2010년에 돌아가셨는데 7주기 제사를 지내러 큰집에 가서 손자를 만났다. 아들이 마침 큰집에 와서 그날은 돈 안 내고 공짜로 손자를 보았다. 손자가 이젠 제법 컸다고 사진도 잘 찍는다. 어릴 때는 안 찍고 폴짝 달아나더니.... 내가 어릴 때 속눈썹이 길어서 누나가 성냥개비 세 개는 올려놓아도 되겠다고 했는데 손자도 마찬가지다. 첫번째 사진은 무궁화꽃. 두번째는 양고추냉이. 세번째와 네번째는 바디나물꽃. 다섯번째 보라색은 치커리꽃, 텃밭에 호박잎이 많이 번져서 쪄먹으려고 몇 장 따 왔다.
이분희씨가 제 7회 비룡소 문학상에 <한밤중 달빛식당>으로 당선되어 천 만원을 받게 되었다. 글나라 동화교실 해님반 개강을 하는 날 한턱을 냈다. 언젠가 많이 아파서 고생한 적이 있는데 몸도 자꾸 아프고 마음에 상처가 많아서 그만 두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심장 수술한 곳을 보여주며, "나도 상처가 있어요. 글은 상처 있는 사람이 더 잘 쓸 수 있어요." 하고 말했는데 그게 큰 힘이 되었단다.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긴 덕분에 큰 영광을 맞이했다. 이번에 상을 받은 작품의 모티브는, 내가 수업 시간 중에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도 미운 아버지가 있어서 그걸 작품으로 구상하게 되었다고... 자세한 내용은 책이 나오면 읽어보시길~~
글나라 1기 94학번 한정기씨가 와서 사회를 맡아주었고, 김문홍 박사도 바쁜데 시간을 내어주어서 감사했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이분희씨 수상 잔치가 이렇게 거창했다.
다들 바쁠 텐데 글나라 선후배가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자리가 넓었다면 더 많은 제자들을 불렀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번에 연락을 못한 제자들은 다음에 좋은 일이 있을 때 꼭 불러줄 테니 양해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 기회에 밝혀둘 점은, 자신을 안 불러준다고 투정말고 바쁘더라도 가끔 글나라에 들어와서 댓글을 달아주면 좋겠다. 자신의 존재를 알려줘야 기억하지, 꽁꽁 숨어 있으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일 년에 한 두 번 문자라도 보내는 제자는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글나라 역사상 신기록을 세운 두 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쿨맘 강경숙씨! 요즘엔 박 일 선생님이 운영하는 <아름다운 동시교실>에 가서 동시까지 공부하고 있어서 곧 동시 당선이 기대된다고... 동화교실 제자들이 인형처럼 귀엽다. 아이고, 이쁘다! 사진에 안 나왔지만 이쁜 제자가 수두룩하다~~~ 인물 좋고 노래 잘해, 사회까지 잘하는 제자 메나리 한정기가 있어서 든든하다. 그러면 동화는 못 쓰느냐,,, <플루토비밀결사대>라는 추리 동화를 5권까지 써서 한국아동문학에 신기록을 세웠다. 후배들이 이 기록을 깨기는 쉽지 않을 듯..... <초정리 편지>와 <뺑덕 어멈>을 쓴 제자 배유안씨는 지금 미국 여행중이라 수상 축하 잔치에 직접 참석은 못하고 사진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요런 것도 아주 적절한 타이밍~! 나는 박사도 아니고 석사도 아니고 학사라서 가방끈이 짧지만, 제자들이 성실하게 잘 다녀준 덕분에 오늘의 이 영광이 있게 되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많은 제자들이 한국아동문단에 우뚝 서서 참 고맙다. 많은 제자 가운데 일부가 모였는데도 기라성 같은 제자들이 많아서 마음 든든했다.
마음의 선물을 건네주고 찰칵! 오랜만에 모이니 할 이야기도 많고..... 늘 동분서주하면서 일을 거드는 청일점 남촌도 오늘은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중~~ 달님반에도 청일점 남찬우씨가 있는데, 이번 학기에 남자 선생님이 한 사람 더 온다니 기대가 된다. 동화교실에는 여자가 많고 남자는 드물어서 오면 대환영이다. 후배들은 선배들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 음식이 맛있어서 잔뜩 먹었는데 이거 어떡하노? 이제 글을 열심히 쓸 일만 남았다. 뿌이 이분희씨, 다시 한 번 더 수상 축하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