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10회) 문어는 못 잡았지만....

凡草 2017. 10. 7. 18:16

 

    2017년, 10월 7일, 토요일, 흐림

 

   (범초산장 이야기 810회) 문어는 못 잡았지만....  

 

 

 

    추석 연휴에 담양이나 하동으로 여행을 가려고 계획했지만

    도로가 막힐 것 같아서 포기하고

    집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황산 공원에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서 볼 만 했다.

 

 

  범어 택지에 있는 양산해물탕에서 해물찜을 사 먹었다.

  값에 비해 양이 많고 맛이 있었다.

  아들과 딸이 추석 용돈을 주어서 마음 편히 외식을 했다.

 

 

  딸이 준 추석 선물.

  전복이 상하지 말라고 청각을 깔아 놓았다. 

  덕분에 잘 먹었다.

 

   추석날에는 큰집에 가서 차례를 지냈다.

   나는 막내라 부조금만 주고 가서 먹으니 편하다.

   아내도 명절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다.

 

     우리 아파트 주변이 몇 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는데

     이제는 아파트 숲이 되었다.

     윈드가 이웃으로 이사와서 아내와 집구경을 하러 갔다.

 

 

 

    예술적인 감각이 있어서 집안이 깔끔하면서도 분위기가 있었다.

    가구나 소품이 잘 배치되어 있어서 보기 좋았다.

 

 

 

 

 

     그전 아파트에 20년 정도 살았다던가...

     오랜만에 이사 하느라 어지간한 것은 다 버리고

     몸만 이사했단다.

     가구 사고 정리하느라 수고가 많았을 것 같다.

     마침 이웃에 강숙씨도 이사를 와서 함께 모였다.

 

 

 

 

     윈드와 윈드 친구, 강숙씨, 나와 아내

     다섯 사람이 홍화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까운 수궁횟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수궁횟집은 내가 자주 가는 맛집인데

     1인당 12000원만 내면 회와 매운탕에 술까지 무료로 마실 수 있다.

     다섯 사람이 식사를 하면서 뜻이 맞아

     즉석에서 맛향(맛의 향기를 찾는 사람들) 클럽을 결성했다.

     매달 한 번은 모여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윈드가 이웃으로 이사 온 기념으로 문어를 잡으러 가자고 했다.

  밤 문어잡이란다.

  "어디에 문어가 있어요?"

  "거기 가면 문어가 아주 많아요."

  그렇다면 나도 몇 마리는 잡아야지.

 

  목적지는 울산 정자항.

  모인 사람은 여자 다섯, 남자 넷,

  모두 9명이었다.

 

 

 

  문어를 몽땅 싹쓸이 하려고 준비를 단단히 해왔다.

  코펠, 버너, 밥상, 헤드렌턴, 돗자리, 장화, 고무장갑, 집게, 음식, 간식 등.....

  나도 밤에 문어를 잡는 경험은 처음이라 기대가 컸다.

 

 

 

   눈앞에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펼쳐졌다.

   바다는 언제 봐도 시원스럽다.

   맑고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 바람에 도시의 때를 씻었다.

 

     문어는 어두워져야 나오니까

     날이 밝을 때는 고동과 게를 잡았다.

     "잡았다, 와 크다!"

     "아야! 게한테 물렸다."

     여기 저기서 함성이 터졌다.

     흡사 소풍 나온 아이들 같다.

 

 

   한참 잡다가 저녁 때가 되어 라면을 끓여 먹었다.

   내가 미역귀와 청각을 준비해 가서 라면에 넣고 끓였다.

   바닷가에서 먹는 해물 라면이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라면을 먹고 본격적으로 문어를 잡으러 나섰다.

   머리에 헤드 랜턴을 끼고 불을 비추어 가며

   물속을 들여다 보았다.

   이게 문어인가 하고 만져보면 돌이었다.

   야, 이거 문어 잡기 정말 힘드네.

   문어가 이 바다에 있기는 한 걸까?

   아무리 바다를 훑어도 문어 그림자조차 못 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함성이 터졌다.

   "문어다, 문어! 돌문어다!"

 

 

     정말인지 확인하러 갔더니 진짜 돌문어였다.

     돌에 찰싹 붙어 있는 문어가 아무리 잡아 당겨도 떨어지지 않았다.

     제 몸보다 더 큰 돌을 빨판으로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잡은 사람한테 들으니 돌 색깔과 거의 같아서 구별하기가 힘들었단다.

     그 사람은 다슬기 잡을 때 쓰는 투명 유리 상자에다

     어부들이 입는 물옷까지 갖추고 있어서 문어를 잡기에 유리했다.

     우리는 머리에 단 전등도 그리 밝지 않은데다

     투명 유리 상자가 없으니 파도가 치면 물속을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결국 문어잡이도 장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 출발할 때는 정자항에 있는 문어를 모조리 잡을 것처럼

     꿈에 부풀었지만 결국 9명이 잡은 것은 문어 한 마리뿐!

     인생이 뜻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알고 보면 참 허망하다.

     그래도 문어잡이가 완전히 헛수고는 아니었다.

     윈드의 탁월한 유머 감각 덕분에

     여러 사람이 배꼽을 잡고 웃었고

     미리 준비해간 음식을 모르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며

     따뜻한 정을 나누었다.

     정작 목표했던 문어는 못 잡았지만

     그 과정이 좋았으니 울산 바닷가까지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인생 살이도 그렇지 않을까!

     의도한 대로 다 되지 않더라도

     목적한 것을 이루기 위해 사는 동안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거면 충분하지 더 무엇을 바라랴!

 

 

                 범초산장에서 달맞이꽃 밥을 해 먹었다.

                 밥맛도 좋지만

                 화려한 꽃이 눈을 즐겁게 한다.

 

           토마토가 늦게까지 열매를 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저 토마토가 못 잡은 문어 머리 같아서

           저거라도 익으면 맛있게 먹어야겠다.

           토마토 옆에서 바닷물이 철썩이는 듯 하다.

 

 

      배추는 잘 크고 있다.

    메뚜기와 달팽이가 조금씩 뜯어먹긴 해도 양호하다.

    매일 돌보아주지 않는데 저 정도면 성공이지.

 

 

   감국 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감국 차가 좋은데 양이 작아서 눈으로만 즐겼다.

 

      심심하면 까마중을 간식으로 따 먹는다.

      자연 간식이다.

      내가 키우지 않았어도 저절로 자라난 까마중.

      너의 자주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게으른 사람이 키우기에 좋은 양고추냉이.

    벌레 안 달라들고 잡초를 이겨내니 이만한 작물도 보기 드물다.

    다음에 뿌리를 캐어 고추냉이 가루를 만들 날이 기대된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두꺼비가 상추밭에 숨어 있다.

      어디로 가 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있었구나.

      윈드는 몇 년 전에 철마 쌀 홍보대사로 임명된 적이 있다고

      지금도 침을 튀기며 자랑하던데

      두꺼비 너를 범초산장 홍보대사로 임명해야 할까 보다.

      나 없을 때라도 잘 지켜다오.

 

 

            어제는 동길산 시인 부부가 왔다 갔고

            오늘은 사돈 부부가 찾아왔다.

            딸과 사위가 고기를 굽고 사돈과 나는 술을 마셨다.

            안사돈이 김치를 아주 맛있게 담아서 손이 그쪽으로만 갔다.

 

 

 

        우리는 여태까지 설이나 추석에 큰집에만 머물러 있다가 왔는데

        딸이 시집 가고 나니 딸이 사위를 데리고 집으로 찾아왔다.

        오늘은 사돈 부부까지 범초산장으로 와서 점심을 함께 했다.

 

           큰딸은 미국에 살고 있으니 만나기가 어렵지만

        둘째 딸이라도 있으니 명절이 풍성해졌다.

        고집쟁이 딸이 시집 가고 나더니 아빠 엄마 고마운 줄 알고

        깜냥에는 잘 하려고 애를 써서 행복하다.

 

                    좀작살나무 열매가 보석처럼 이쁘다.

 

 

                          고려엉겅퀴(곤드레) 꽃도 한창이다.

 

 

                       알이 굵지는 않지만

                       석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그러면 되었지 꼭 크고 굵어야 할 이유는 없다.

                       빨간 네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

                       결과와 성과를 따지는 것은 사람의 잣대지

                       자연의 잣대는 그렇지 않다.

                       알이 작든 수확이 부족하든

                       익기까지 최선을 다한 열매는 아름답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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