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19회) 박으로 바가지 만들기

凡草 2017. 11. 20. 07:18



     2017년, 11월 19일, 일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19회)  박으로 바가지 만들기


           연갑씨가 박을 하나 얻어 왔다.

           박으로 바가지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박으로 만든 바가지는 보았어도 직접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같이 만들어보기로 했다.


  

               박을 톱으로 자른 다음에 솥에 물을 붓고 삶았다.

               뜨거운 물로 삶아야만 박이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30분 정도 삶은 뒤에 꺼내어 속을 다 긁어내었다.

                 숟가락과 칼로 잘 발라낸 뒤에 

                 겉껍질을 숟가락으로 긁어 내었다.

             그냥 두면 겉껍질이 투실투실 일어나서 보기 싫단다.

             이렇게 하고 나서 그늘에서 말리면 바가지가 된다.

             연갑씨는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박 만드는 것을 많이 보았단다.

             박으로 바가지를 만들어보니

             손이 많이 갔다. 거의가 수작업이다.

             요즘에는 마트에서 돈을 주고 플라스틱 바가지를 사서 쓰지

             이처럼 손이 많이 가는 바가지는 만들지 않는다.

             그래도 모처럼 바가지를 직접 만들어 보니 보람이 있었다.


              무환자 나무의 잎과 열매 모습


             복연씨가 동화를 쓰기는 해도 시각장애인이라 퇴고를 완벽하게 할 수 없고

             혼자 출력을 하기도 쉽지 않아서

             내가 메일로 원고를 받아서 출력한 다음에 공모전에 보냈다.

             여태 보낸 영수증을 보니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정도 수고는 아무 것도 아니니 복연씨가 열심히 쓰기를 바란다.






      신세계 동화교실 회원들에게 점심을 사주었다.

      마침 그날이 내 생일이라 더욱 기뻤다.

      생일에 남한테 얻어먹는 것도 좋지만

      남에게 밥을 사 주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기쁨을 주어야

      내가 태어난 보람이 있을 테니까.



              달님반은 11월 16일 저녁에 밥을 샀다.

           여러 회원들과 같이 생일상을 받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다.

           축하해준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11월 15일에는 아들 집에 초대를 받았다.

             며느리가 생일상을 차려준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찾아갔다.

             아들이 결혼 한 뒤로 아들 집에서 처음으로 생일상을 받았다.

             6년만에 처음이다. 




           생일 축하 노래를 은우와 세희가 불러주어서 더욱 좋았다.

           음식도 맛있게 잘 먹었고

           은우와 세희도 보아서 흐뭇했다.

           나는 정미에게 양산에서 최고의 음식 솜씨라고 칭찬했다.

           정성껏 준비한 과메기와 나물 반찬이 아주 입에 맞았다.


             진이를 데리고 약수터에 갔다.

             지난 주에 나와 등산을 하느라 무리를 했는지

             오른쪽 발이 불편해 보였다.

             당분간 높은 산에는 데리고 가지 말아야겠다.


           이웃에 있는 형제에게 데리고 가서 만나게 해주었다.

           나는 형님이 있어도 취향이 달라서 자주 만나지 않는데

           진이가 나보다 낫다.


         엄마한테 가서 애교를 떠는 진이

         진이 엄마, 내가 잘 키워줄 테니 아무 걱정 말아요.

         새끼 잃었다고 밤잠 설치지 말고!  

         원래 아들이란 배 밖으로 나가면 독립시켜야 하는 법이오.

         나도 아들을 며느리에게 주었다고 생각하지 내 아들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약수터까지 산책을 다녀와서 상으로 개껌을 주고

                물통을 새로 사서 물을 담아주었다.

                진이야, 깨끗한 물 마시고 건강해라!


            범초산장에 있던 오죽을 모두 캐내어 옆산에 갖다 심었는데

            남아 있던 뿌리가 또 자랐다. 아주 길었다.

            아내와 같이 파낸 다음에 옆산으로 들고 가서 심었다.



                   요건 작년 봄에 옆산에다 심은 오죽이다.

                   몇 뿌리가 살아나서 번져 가고 있다.

                   11월 15일 오후에 포항에서 진도 5.4 지진이 일어났는데

                   나는 오죽을 미리 심어 놓았으니 지진에 대비해 놓은 셈이다.

                   오죽이 많이 번져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도움이 되면 좋겠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개나리꽃이 피었다.


               마늘 싹이 쏘옥 올라오고 있다.

               마늘을 심기만 하면 끝이 아니다.

               구멍을 찾지 못하고 비닐 속에서 싹이 구부러지기도 한다.

               그걸 일일이 손으로 뽑아내 주어야 한다.

              



           아내와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억새가 휘날리는 산등성이를 올랐다.

           억새도 태어난 의미를 부여하려는지 바람에 쉬지 않고 흔들렸다.

           가만히 있으면 아름답지 않은데 끝없이 휘날리니 그림처럼 이쁘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초겨울 바람이다.

     사람조차 날려버릴 듯 거세게 몰아쳤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그동안 수고한 아내에게 보답하는 여행이었다.

            고집이 세어서 아내를 힘들게 한 적이 많았고

            제자들 지도 하느라 바빠서 같이 놀아주지 못했는데

            이런 기회에 점수 좀 땄다.






            여행 가서 국수를 사먹고 회덮밥도 먹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여행지에서 제자를 만나

            점심 대접을 받았다.

            덕분에 방어회를 배부르게 먹었다.

            부산에서 제자들에게 밥을 사준 것은 잘 했는데

            이번에는 얻어 먹었으니 더하고 빼면 잘 한 것이 하나도 없다.

            항상 세상에 빚을 진 마음으로 갚아 나가려고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



                 2017년 11월 17일 금요일, 부산일보에 발표한 글

           

                    글의 씨앗은 상상력


              <곱슬머리 화랑 야나> - 박신식 / 청어람주니어


    부산의 동화작가 한아씨가 2008년에 <바다 건너 불어온 향기>라는 단편동화를 썼는데

    그 당시만 해도 다문화에 대한 동화가 별로 없어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 뒤로 다문화에 대한 동화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제 다문화에 대한 소재는 더 이상 찾기가 힘들 지경이 되었다.

    그럴 즈음 2015년에 이 동화책이 나왔다. 다문화의 원조격인 신라 시대 화랑 이야기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삼국유사에서 비롯된다.

   경주에 가면 원성왕 무덤으로 알려진 괘릉이 있는데

   이 왕릉 앞에 특이한 무인석이 하나 있다.

   눈이 깊숙하고 코가 우뚝하며 곱슬머리라서 아라비아 사람으로 보인다.

   그 당시는 왕권 다툼이 심했는데

   김경신은 김주원보다 서열이 낮아서 왕이 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가 많이 내려서 북천이 잠기는 바람에

   김주원이 궁궐로 들어오지 못하고

   김경신이 먼저 들어오는 바람에 원성왕이 되었다.

 

    서울의 동화작가 박신식씨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아라비아 사람을 동화 속에 ‘스키타이’라는 호위무사로 살려내었다.

    그가 낳은 아들이 이 책의 주인공인 야나다.

    야나는 외모가 경주 아이들과는 달라서 차별을 당하지만

    그걸 극복하고 화랑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걸 보면 글의 씨앗은 상상력이다.

    괘릉 앞에 서 있는 아라비아 무사를 보고

    1200년 전으로 돌아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상상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부산 경남북에 사는 동화작가들이 심심하면 경주에 놀러 가지만

    아무도 이런 상상을 못했기에 쓰지 못했다.

    경주에는 골짜기마다 왕릉마다 동화 글감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다.

    그런데도 새로운 눈으로 보지 않고 상상력을 펼치지 않으니까

    좋은 동화가 나오지 않는다.

    ‘야나’를 뒤집으면 ‘나야’다. 나는 오늘을 살아가는 주인공이다.

     재밌는 상상 많이 하고 즐겁게 살면서 가끔 이야기도 써보자.

                                                        

                                                       김재원 (동화작가)

출처 : 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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