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그림책 부문과 동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
수상작 및 작가
심사 경위
제24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에는 동화 부문에 총 104편, 그림책 부문에 총 98편이 접수되었습니다. 동화 부문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한 총 104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김남중, 동화작가 유은실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6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12월 1일 본사에서 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논의 끝에, 소재를 풀어 나가는 입담과 따듯한 감성이 돋보인 우수작 2편 『신통방통 홈쇼핑』과 『바꿔!』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부문 심사는 아트디렉터 박화영(구혜준) 님과 그림책 작가 이수지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접수된 작품의 수와 질을 고려하여 지난 11월 28일 본사에서 접수작 98편으로 예·본심을 치렀습니다. 그 결과, 98편 중에서 총 7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습니다. 두 심사 위원이 함께 논의하여, 참신하고 재미난 이야기, 완성도 높은 매력적인 그림이 돋보인 「봄(see)」을 대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그림책 부문
박화영(구혜준) / 아트디렉터
소리의 색깔, 냄새의 촉감…그림책이 시와 가깝다는 것은 이 지점일 것이다. 「열두 빛깔 그림자」는 언어로 길어 올린 이미지들을 다양한 감각으로 펼치고자 한 야심 찬 시도이다. 이 책을 계기로 삼아 아이들은 아름다운 은유들을 쏟아낼 것 같다. 그러나, 시적인 언어의 표현에 비해 해당되는 그림은 글의 단순 번역처럼 느껴진다. 그림에 의해 제3의 공감각적인 도약으로 이어질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유령 고양이」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이야기가 물 흐르듯 술술 넘어간다. 새까만 몸에 발이 하얀 고양이는 ‘유령’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끌고 가는 이야기 자체는 그리 강렬하지 못하고, 작가가 어떤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느껴졌다. 「그림자 나무」는 기다란 그림자 하나에서 출발하고 같은 캐릭터들이 반복 등장하는 단순한 설정의 형식미가 돋보인다. 글의 어투도 재미있어 그다음이 매우 궁금해져서 빨리 페이지를 넘기고 싶게 만든다. 그런데 나무 퍼즐들과 우산이 등장하는 결말은 난데없이 느껴진다. 작가가 의도한 환경 문제까지 독자가 가닿게 하려면 좀 더 정밀한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이수지 / 그림책 작가
동화 부문
『사랑이 뭐죠 외 7편』에는 이성에 눈뜨기 시작한 고학년 아이들의 러브 스토리가 들어있다. 단편 8편을 써낸 쉽지 않은 작업을 격려하고 싶다. 하지만 단편이 각각의 고유한 빛깔을 가진 게 아니라,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점이 아쉬웠다.
『알고 나면 오싹한 유령 이야기』는 학교 서사와 가족 서사를 엮어낸 작품이다. 공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좋았으나, 제목에서 오는 긴장감에 비해 유령의 존재에 대한 기대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게 부족했다.
『내 딸이 되어 줄래?』는 미혼모인 엄마와 4학년 딸 수리의 이야기다. 도입부의 엄마 캐릭터가 생생하고, 문장과 표현이 산뜻한 부분이 많았다. 미혼모로 당당하게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삶을 살아온 엄마가 작품 중반과 결말에 이르러 결국 남자에 기대는 무력한 존재가 되는 게 아쉬웠다. 엄마의 젊은 남자친구를 딸 혼자 있는 집에 오도록 하는 등, 엄마의 말과 행동에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뒤로 갈수록 길을 잃은 형국이었다.
『저 하늘을 향해 쏴라』는 티볼 게임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작은 학교 아이들이 함께 땀 흘리는 가운데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좋았다. 여러 명의 화자가 교차 서술하는 방식이어서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는 구성이다. 하지만 그러한 구성이 혼란을 주어 가독성을 떨어뜨렸다. 인물을 변별하기가 어려운 부분, 이혼한 부부가 재결합하는 과정에 대한 성찰 부족 등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신통방통 홈쇼핑』은 글맛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구미호나 도깨비는 동화의 단골 캐릭터다. 하지만 홈쇼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이의 소망을 들어준다는 설정이 새로웠다. 도깨비와 홈쇼핑을 능청스럽게 배합한 입담 또한 주목할 만했다. 도입부의 집중력과 가독성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욕망을 완벽하게 절제하는 아이들이 어색했다. 설정의 신선함에 비해 인물은 신선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바꿔!』는 엄마와 딸이 스마트폰 앱이라는 환상의 통로로 몸이 바뀌어 한 주를 보내는 이야기다. 재미있게 잘 읽혔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과장하지 않고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서로를 들여다보게 하는 지점들이 뭉클했다. 시종일관 경쾌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내면에 섬세하게 접근하는 작가의 감각이 돋보였다. 엄마의 자기변명에 그치지 않은 점도 좋았으나, 결국은 아이 문제보다 엄마 문제로 비중이 옮겨가는 결과가 되었다. 화영이와 화영이 엄마의 상투적인 캐릭터, ‘변신’이라는 큰 장치를 가져왔지만 결말에서 힘이 빠지는 것 또한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 모두 저마다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쉬운 부분들이 계속 논의된 바 대상작을 선정할 수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오랜 논의 끝에, 『바꿔!』와 『신통방통 홈쇼핑』 두 편을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당선자들께 축하를 전한다. 더불어 가능성을 보여준 나머지 작품들 또한 치열한 퇴고 끝에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김남중(동화작가), 유은실(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