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창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45회) 꽃을 마음에 품고......

凡草 2018. 3. 10. 20:36

 

 

   

    2018년, 3월 10일, 토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45회) 꽃을 마음에 품고......

    

 3월6일에는 법기수원지 옆에 있는 운봉산에 올랐다.

운봉산에서 하늘농장을 지나 계속 걸으면 중부산성으로 이어진다.

작년에 중부산성에서 노루귀를 본 날이 3월 6일이었다.

올해도 등산을 하면서 노루귀까지 보려고 중부산성으로 갔다.

 

하지만 노루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겨울 강추위가 심해서 그런지 노루귀가 늦게 올라올 모양이다.

봄꽃은 못 보았지만 5시간 30분쯤 걸었으니 운동은 실컷 했다.

노루귀를 보았으면 좋았겠지만 못 본 만큼

노루귀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 했다고 해도 영원히 실패는 아니다.

다음으로 잠시 미루어둘 뿐이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기회는 또 다시 찾아 온다.

    

 3월 7일 수요일에는 글나라 동화교실 해님반 개강을 했다.

겨울방학을 끝내고 2018년 첫 강의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신인들이 5명이나 와서 반가웠다.

범초산장에서는 밭을 일구어 씨앗 뿌릴 준비를 마쳤고

글나라에서는 새로운 신인들을 글밭에 파종했다.

 나를 찾아와 준 여러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수업을 마치고 점심은 길 건너편 <다채>에 가서 먹었다.

  반찬이 푸짐해서 맛있게 먹었다.

 

  나도 열심히 가르쳐야 하겠지만 동화를 쓰려고 찾아왔으니

초심을 간직하여 열심히 쓰면 좋겠다.

  그냥 몸만 왔다 갔다 하면 문장력이 늘지 않으니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써 보기를 권한다.

    

  3월 8일 목요일에는 신세계 동화교실 봄학기를 열었고

저녁에는 글나라에서 달님반 동화교실 회원들을 만났다.

달님반은 앉을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다 찼다.

뒤늦게 신청한 사람은 받지 못했다.

 루디아씨가 오랜만에 와서 반가웠고,

 인터넷으로 공부해 온 남영희씨도 처음 만났다.

  청일점인 남찬우씨도 계속 나와 주니 든든하다.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좋아서 다니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도 좋은 공부다.

  상을 타고 책을 많이 펴내야만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큰 성공 못지않게 작은 성공도 중요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행복한 일이다.

    

  3월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금방 봄이 이어질 것 같지만 겨울은 쉽사리 물러가지 않고

악착같이 버티고 있다.

봄은 생각보다 참 느리게 다가온다.

노루귀를 쉽게 볼 수 없게 하고

다른 봄꽃도 커튼을 쳐서 가려 버렸다.

봄이 느리게 다가오니까 기다리는 과정이 아주 길다.

끈기있게 기다려야만 완연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상추와 톱풀과 엉겅퀴가 새순을 땅 위로 내밀긴 했으나

후딱 크지 않고 64배 저속으로 천천히 크고 있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루할 정도로 성장이 느리다.

그래도 쉬지 않고 크고 있으니 희망을 가져야 한다.

하루 하루가 다르기 때문이다. 

 

초록 잎은 깃발이다.

바람이 거셀수록 힘차게 흔들린다.

날이 흐리고 비가 와도 내리지 않는다.

우리도 마음속에 초록 깃발 하나 걸어두고 살면 좋겠다.

    

    멋진 꽃을 보기 위해서는

   수많은 낮과 밤을 쉬지 않고 자라야 한다.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밭에서 싹이 나오고

그게 조금씩 자라서 꽃이 되었다.

 

  누구나 꽃을 바라지만 마음만으로는 어렵다.

 꽃을 마음에 품고 잘 키워 나가야 한다.

씨를 뿌린 뒤에는 날마다 들여다보며 돌봐주어야 하고

벌레를 잡아 주는가 하면 가물 때는 물을 뿌려주고

바람에 꺾이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행동이 없는 꿈은 몽상으로 끝나 버린다.

 

  식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처럼

부단한 관심을 쏟아부어야 꽃을 볼 수 있다.

꽃은 인내와 노력의 부산물이다.

    

  파드득 나물도 이제야 첫 얼굴을 내밀었다.

올해는 조금 늦은 편이다.

늦더라도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골담초 줄기에서 연두빛 싹이 망울망울 나오고 있다.

새로 심은 서부해당화도 싹이 나오려고 준비 중이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자란다.

사람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비가 몇 번이나 내려서 물 부자가 되었다.

아파트에서는 내린 비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지만

범초산장에 오면 수영장처럼 많은 물이 나를 반겨준다.

계곡물도 졸졸졸 노래를 부르며 흘러가고 있다.

햇살이 흘러가는 물을 따라가며 빛화살을 쏘아댄다.

    

  밭을 일구어 놓고 거름을 뿌려 놓았다.

이제 비닐만 씌워 놓으면 씨 뿌릴 준비는 끝이다.

 

   밭을 손보다가 민들레 뿌리를 캐내었다.

 농작물이 있는 곳에 같이 둘 수 없으니

 모두 캐내어 따로 심어 놓았다.

  민들레 뿌리가 당근처럼 굵었다.

 민들레 밭을 만들어 놓았으니 잘 크면 좋겠다.

    

  날씨가 풀리자 마늘이 잘 크고 있는데

잡초가 구멍 틈으로 얼굴을 내밀고 마늘보다 몇 배 더 잘 크고 있다.

내가 가진 패보다 잡초가 가진 패가 더 좋다는 뜻이다.

그 패를 이기기 위해서는 몇 배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냥 두면 마늘을 다 덮어서 못 크게 방해한다.

손으로 잡초를 일일이 뽑아주었다.

    

  금은화도 겨울을 이겨내고 해동을 시작했다.

철봉에 감아서 키우고 있는데

저수지 찬바람에 죽지 않고 살아났다.

강한 의지를 지닌 식물이다.

약한 의지를 지녔다면 벌써 죽고 없을 것이다.

저수지 물빛에 희고 노란 꽃을 비출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

    

  쑥이 소담하게 올라오고 있다.

땅속에서 보낸 봄편지 같다.

쑥 잎에 초록우표가 붙어 있다.

겨울 동안 쌓여 있던 사연이 쑥에 진하게 배어 있다.

 

  아내가 쑥을 캐서 국을 끓였다.

시원한 쑥국을 먹으니 비로소 봄이 온 것이 실감난다.

추위를 이기고 나온 쑥이라 남은 추위도 이걸 먹고

 이겨내야겠다. 

 

 아들이 우리 집 자동차를 손 봐 주러 왔기에

 저녁을 같이 먹으러 갔다.

  증산역 엘지전자 뒤에 있는 <아귀만찬>을 찾아갔다.

 살아 있는 아귀 요리를 하는 집인데 맛이 좋았다.

 맛집으로 손꼽을 만 했다.

  아들 덕분에 우리 부부도 잘 먹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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