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58회) 간편한 치질 치료법

凡草 2018. 4. 28. 18:16

 

 

    2018년, 4월 28일, 토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58회) 간편한 치질 치료법

    

   4월 23일 월요일, 부산 지방에는 100밀리미터 정도 비가 내렸다.

범초산장 계곡물이 한여름 장마 때처럼 불어났다.

큰 피해 없이 물이 불어나기만 했으니 보기가 좋았다.

나는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 저렇게 많은 물을 볼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4월 24일 화요일에는 메나리 한정기씨 집에 초대를 받았다.

한정기씨가 새로 지은 대연동 롯데캐슬 레전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방마다 창문이 있어서 바깥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요새는 건축 공법이 발달해서 아파트를 참 잘 짓는다.

 집필실도 전망이 탁 트여서 마음에 들었다.

요리 솜씨가 좋은 제자 덕분에 점심을 잘 먹고 돌아왔다.

    

    4월 25일 수요일에는 동화창작 교실 수업을 마치고

제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화명동 농협 옆에 있는 중국음식점 <취명>이다.

짜장면과 공부면을 시켜서 나누어 먹었다.

늘 한식만 먹다가 가끔은 색다른 요리를 먹는 것도 즐겁다.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게 습관이라 치질 증상이 생겼다.

오래 전에도 그런 증상을 쑥뜸으로 고친 경험이 있어서

범초산장으로 들어오자 쑥을 태워 좌훈을 했다.

 

   마른 쑥은 구포시장에 가서 몇 천 원에 싸게 살 수 있다.

  맨바닥에 놓고 하면 다리가 아프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없다.

구멍 뚫린 나무 통 안에 쑥을 넣어놓고 하니 편했다.

 이렇게 몇 번만 하면 수술을 해야 할 치질이 아니면 대개는 낫는다.

한 번 해서 안 나으면 다음 주에 또 해볼 참이다.

    

   진이가 7개월 만에 완전히 어른 개로 탈바꿈해서

목줄이 꽉 조였다.

  영풍원예자재에 가서 새 목줄을 사다가 바꾸어 주었다.

  오늘 약수터에 데리고 갔다 왔는데

어찌나 힘이 센지 목줄을 잡고 따라가기가 버겁다.

농장 지대를 벗어나면 풀어놓고 가는데

물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가다가 차우차우종을 만났는데 다행히 암컷이라 싸우지는 않았다.

 

   아내가 햇볕 좋은 날이라고 계곡물에 이불 빨래를 해서 널었다.

나 혼자라면 이불을 빨 생각조차 안 할 텐데

  아내가 있으니 깨끗하게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어제 오후에 산장으로 들어왔는데

부지런한 아내가 내 말도 안 듣고 혼자 마음대로 상추밭을 매다가

나와 다투었다.

  상추밭 언저리에 꽃양귀비 모종도 돋아났고 댑싸리도 돋아났는데

나는 조금 더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려고 했다.

  아내가 물어보지도 않고 잡초와 함께 다 파내어 버렸다.

뒤늦게 가서 뒤적거려보았지만 잡초와 섞여서 살리기가 어려웠다.

아이고, 아까운 녀석들!

   그 일로 잠시 말을 안 하다가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풀었다.

    

   어제 본 영화는 이하은씨가 추천해준 <아내 업고 달리기>였다.

인도 영화인데 부부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서로를 위해주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남보다 더 멀어질 수 있는 것이 부부 사이다.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잘 안 되는데

이런 영화를 보면서 한 번 더 깨닫는다.

 

아내의 외모를 보고 정을 안 주는 남편과

남편의 냉대에 불만을 품고 친정으로 가버리는 아내.

온갖 갈등 끝에 결국 화합하긴 하지만

두 사람을 쉽게 결합시키지 않는 작가의 노련한 솜씨에 감탄을 했다.

두 인물이 최대한으로 대립하고 맞서도록 하는 것이 갈등을 만드는 원리다.

영화를 보면서 동화창작법을 한 수 배웠다.

 

  

    범초산장에는 어느새 녹음이 짙어지고 있다.

아직 봄인데도 낮에는 초여름 같다.

  배롱나무에 새순이 무성하고,

감자싹도 하루가 다르게 커 간다.

하여간 무엇이든 심어만 놓으면 흙기운을 받고 쭉쭉 자란다.

    

  천궁을 모종으로 더 심어놓았는데

오늘 보니 새순이 나오고 있었다.

  저렇게 어린 싹이 하루 하루 자라면 큰 대궁으로 변한다.

 

 

   살구나무를 심은지 몇 년이 지났어도

살구를 제대로 따 먹은 적이 없는데  올해는 엄청 많이 달렸다.

다 익을 때까지 제대로 붙어 있을지는 몰라도 다닥다닥 열렸다.

너무 많이 열어서 작은 것을 솎아 주었다.

    

         가막살 나무

    

   내가 기관지가 약한 것을 아는지 맥문동도 많이 번져가고 있다.

          

                                           정향풀 꽃

 

                         풀솜대꽃

 

                                   마가목꽃

    

   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자라는 구릿대

물론 처음에는 모종을 구해다가 심었다.

한 번만 심어두면 제가 알아서 번식하고 자라는 구릿대.

저런 게 바로 효자다.

    

   범초산장 바닥에 널려 있는 긴병꽃풀잎

아무 데나 마음대로 뻗어가고 있지만

나는 이런 모습이 자연적이라 더 좋아한다.

    

   충청도 옥천에 있는 이가을 선생님 댁에서 얻어온 <꽃범의 꼬리>

  이 꽃도 자리를 잘 잡아서 작년보다 더 늘어났다.

 

  4월 27일 금요일에 문제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

두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회담을 하고 평화를 지향한다는

합의 내용을 발표했는데,

  여태 북한 어린이들에게 털모자를 많이 떠 보낸 이가을 선생님도

보람이 클 것 같다.

우리나라에 평화가 완전히 정착되고 통일로 이어지면 좋겠다.

    

  모시풀도 이제는 해마다 올라온다.

한 때는 이걸 번식시키려고 여러 번 애를 썼는데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 제자리를 잡았다.

도전과 실패를 두루 경험하며 작은 성공을 맛보는 것도

전원 생활의 기쁨이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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