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59회) 김광석 거리에서 아침고요수목원까지

凡草 2018. 5. 1. 22:36



      

   2018, 51, 화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59) 김광석 거리에서 아침고요수목원까지

 

  아내와 결혼기념일을 맞아 여행을 다녀왔다.

55일이 결혼기념일이지만 그때는 붐빌 것 같아

미리 시간을 내었다.

 

  큰딸이 어버이날에 주려고 했던 것을 여행 경비로 쓰라고

미리 40만 원을 보내주어서 고마웠다.

그래도 돈을 아껴 쓰기 위해 하루 한 끼는 직접 해먹기로 하고

가스 버너와 코펠을 준비했고 반찬도 갖고 갔다.

 

 원래 일정은 429일에 출발하여 51일에 돌아오는

23일 일정이었는데 계획했던 곳을 다 돌아보아서

하루 앞당겨 어제 돌아왔다.

 

울릉도와 해외를 여행 목적지로 검토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안 가 본 남이섬과 원주, 가평 쪽을 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대충 돌아볼 곳을 정해 놓았지만

현지 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신축성있게 여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생각이었다.

너무 빡빡하게 계획을 잡는 것보다는

대충 잡아 놓고 마음 가고 발 가는 대로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429일에 범초산장에서 아침을 먹고 대구로 향했다.

최종 목적지는 가평이었지만 한 번에 가기는 머니까

중간 중간 구경하면서 올라가기로 했다.

운전은 아내가 나보다 잘하니까 대부분을 맡아서 했고

아내가 피곤할 때는 내가 보조로 조금씩 했다.

 

   먼저 들른 곳은 대구 김광석 거리.

대구 중구 방천시장 한쪽에 만들어 놓은 김광석 추모 거리를

둘러보았다. 시간이 없어서 공연은 못 보았지만

가수를 흠모하여 이런 거리를 만들어 놓은 대구시가 좋아보였다.

주차장을 못 찾아서 몇 바퀴나 돌았는데 알고 보니

공영 주차장을 넓게 잘 만들어 놓았다.

 

  예천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동태찌개를 먹었는데, 나는 맛있게 먹었지만 아내는 살이 퍽퍽해서 별로라고 했다.

여행을 즐겁게 하려면 어떤 음식이든 잘 먹어야 한다.

 

  다음 코스는 예천에 있는 <곤충 생태 공원>이었다.

매미와 나방을 수집해 놓은 것도 볼만 했지만

생태 공원을 이쁘게 만들어 놓아서 좋았다.

 

  물을 쏘아올리는 분수에서 무지개를 보았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였다.

세상사도 그렇지 않을까?

 부정적으로 보면 나쁜 일이 가득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보면 좋은 일이 널려 있다.

무지개도 어떤 각도에서는 안 보이고

보는 위치를 바꾸면 무지개도 오른쪽과 왼쪽으로 이동했다.

 


   매미와 비단벌레가 얼마나 이쁜지 한참 들여다 보았다.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이다.

 사람이 만든 것보다 더 정교하고 화려하다.


    예천을 벗어나 원주까지 올라갔다.

 차는 그리 막히지 않아서 다니기에는 좋았다.



   먼저 찾아간 곳은 박경리 문학공원.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들도 잃었다.

 거기다 유방암까지 걸렸으니 참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런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글에 매진한 듯 했다.

이어지는 불행을 글을 쓰며 이겨낸 문학 정신이 훌륭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자기 신세를 비관하며 넋을 잃고 있을 게 아니라

문학 작품을 쓰며 승화시킨 점이 돋보였다.


   다음날 뮤지엄 산과 한지 테마파크를 보려고 했는데

하필 월요일이라 휴관이었다.

 사람들이 적은 월요일을 여행 날짜에 포함시킨 것은 좋았는데

쉬는 곳이 많아서 아쉬웠다.

할 수 없이 일정을 변경하여 다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더니

<간현 유원지>가 나왔다.

그곳에 가서 어떻게든 숙박할 곳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찾아갔다.


  목적지 부근까지 갔는데 해가 저물려고 해서

펜션을 알리는 안내 팻말을 보고 무작정 찾아갔더니

강 건너 마을이라 경치가 그저 그만이었다.

거기가 어딘 지도 모르고 갔는데

여행을 많이 해본 감각으로 찾아내었다.

 

 


  펜션 14평을 월요일이라 4만 원에 쓸 수 있었다.

준비해 간 버너와 코펠은 쓸 필요도 없었고

넓은 방에서 편안하게 잤다.

  우리가 잔 곳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로 186번길 141-45

  농협 팜스테이 점말펜션이었다.

    010-6722-5649 이춘옥

 


   다음 날은 430일 월요일.

아침을 먹기 전에 주인이 가르쳐준대로 30분 정도 산길을 타고 가니

소금강 출렁다리가 나왔다.

사람들이 밀려들기 전이라 여유있게 둘러보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숲에 산나물이 많아서

 아침 반찬으로 먹으려고

바디나물, 벌깨덩굴, 취나물, 개별꽃 등을 뜯어왔다.

 

    아침을 먹고 부리나케 짐을 꾸려

930분에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다.

점말펜션에서 1.5킬로미터라 아주 가까웠다.

제일 앞에 타니 경치가 좋았다.

7킬로미터를 신 나게 탔다.

 

거기서 차를 몰고 양평으로 향했다.

아내가 조금 피곤한 듯 하여 내가 운전을 했다.

바깥에 나오면 물을 갈아 먹기 때문에 배가 불편할 수도 있고

여기 저기 둘러보아야 하니 지칠 수도 있다.

여행도 미리 체력을 단련해 놓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돈만 있다고 여행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이 아프면 여행이고 뭐고 만사가 다 귀찮기 마련이다.

나는 다행히 등산과 체조로 몸을 다져놓아서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점심은 소나기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바우네 집>에서 먹었다. 

 대구탕이 아주 맛있어서 배부르게 먹었다.



   양평에 있는 황순원의 소나기 마을에 갔더니

거기도 휴관이었다.

그래도 정원은 둘러볼 수 있어서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남이섬.

겨울연가 촬영지라서 그런지 동남아 사람들이 많이 왔다.

짚라인을 타고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그건 못 하겠고 배를 타고 들어갔다.

입장료는 두 사람에 2만 원.

  월요일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14만 평의 섬을 공원처럼 잘 가꾸어 놓아서 보기 좋았다.

시간만 있으면 자전거를 빌려서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빠듯하여 대충 보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이다.

 오래 전부터 이름을 많이 들었는데 드디어 찾아가니

감회가 깊었다.

 나는 수목원을 좋아하는데 테마별로 정원을 잘 가꾸어 놓아서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10만평의 넓이에 4,500여종의 식물이 있는데

19965,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교수인 한상경교수가

미국에 교환교수로 갔다가 거기에 있는 수목원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한국식 정원을 가꾸어 보려고 만들게 되었단다.


 이름은 한국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라 불리는 데서 비롯되었는데,

계절별, 주제별로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한국정원, 허브정원, 분재정원, 석정원, 에덴정원, 야생화정원,

아이리스정원, 능수정원, 무궁화동산, 고향집정원, 매화정원,

달빛정원 등 20개의 주제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편지의 배경이 되었으며, 관광지 및 각종 촬영의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마침 봄철이라 다양한 꽃들이 많이 피어 있어서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기대 이상이라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방이 꽃이라 보고 있는 우리도 꽃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찌나 많은 꽃을 보았는지 한동안은 꽃을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수목원을 다 둘러보고 나니 마음이 가득 찼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을 어디 가서 또 보겠는가!

 이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행복했다.

그래서 다음 일정을 생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종 나들목을 들어서기 전에 <토방>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북한강이 내려다보여서 경치가 참 좋았다.

  청국장을 시켜 먹고 나와서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고속도로는 아내가 전문이다.

740분부터 1210분까지 달려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고속도로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구간도 많았는데

아내가 남자 이상으로 운전을 잘 해서 다른 차를 많이 따라내었다.

피곤한데도 운전을 해준 아내가 참 고마웠다.


  다녀와서 경비를 계산해 보니 알뜰하게 썼는데도

30여 만 원이 들었다.

 고속도로비, 기름값, 입장료, 식사비 등을 주로 썼는데

그래도 딸이 애써 보내준 돈을 초과하지는 않았다. 

 딸 덕분에 좋은 여행을 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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