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65회) 중고 자전거를 타고 양산에서 삼랑진까지
2018년, 5월 30일, 수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65회) 중고 자전거를 타고 양산에서 삼랑진까지
5월 28일 월요일에는 범초산장에서 진이를 데리고 산으로 갔다. 늘 가던 길로 안 가고 범초산장 옆에서 바로 산으로 들어갔다. 좋은 길로 가면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진이가 자꾸 달려가려고 해서 줄을 잡고 가기 힘이 든다. 범초산장 옆은 아무도 안 가는 산이라 진이를 풀어놓고 가기에 좋다. 문제는 길이 잘 없다는 것.
그전에도 헤맨 적이 있는데 그날도 길이 없는 오지 숲을 헤매었다. 범초산장 부근은 산이 높지는 않아도 계곡이 여러 개라 보기보다는 상당히 깊다. 원초적인 계곡이 길게 뻗어 있어서 아무리 가도 길이 나오지 않았다.
진이가 없다면 혼자 가기는 꺼림직한 숲이었다. 자칫 뱀이 나올까 겁나는 곳이었는데 진이가 앞장서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한참 숲을 헤매다가 산 정상으로 무작정 올라갔더니 비로소 길이 나왔다. 아유, 살았구나! 개 한 번 편하게 해주려다가 내가 개고생 했다.
약수터까지 가서 약수를 떠오다가 이웃집 울타리 부근에 베어낸 금계국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아마 너무 웃자란 걸 보고 정리 차원에서 자른 모양이었다. 깨끗하고 싱싱한 꽃만 잘라다가 꽃차 재료로 썼다. 물에 씻은 다음, 30초 정도 살짝 쳐서 건조기로 말렸더니 훌륭한 꽃차가 되었다. 오늘 수업 시간에 맛보였더니 제자들이 색깔이 곱다고 좋아했다. 세상에는 쓸 수 있어도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있고 남이 버린 것을 살려서 쓰는 사람이 있다. 진이와 산을 다녀온 뒤에는 금은화 꽃을 따와서 효소를 담았다. 이때를 놓치면 담을 수 없는 효소라 한 바구니 잘라왔다.
5월 29일, 화요일에는 아내와 자전거를 탔다. 내가 여태 타고 다니던 중고 자전거가 고장 나서 버리고 7만 원 짜리 중고 자전거를 알톤 자전거점에서 샀다. 중고라도 깨끗하고 탈만 했다. 아내는 돈이 좀 들더라도 좋은 자전거를 사라고 했지만 출퇴근 길에 잠시 타는 자전거라 큰돈 들이고 싶지 않았다. 비싼 자전거라고 해서 내가 더 품위 있어지는 것이 아니고 헌 자전거라고 내 위신이 깎이는 것도 아니다. 값싼 자전거를 보고 나를 무시한다면 그래도 좋다. 나는 상관하지 않을 거니까. 어쨌거나 자전거를 새로 장만한 기념으로 삼랑진까지 가보기로 했다. 양산 우리 아파트에서 물금 취수장을 지나 낙동강 종주길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갔다. 가다가 힘이 들면 정자나 쉼터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쉬었다. 집에서 준비해간 도시락도 정자에서 맛있게 먹었다. 자전거를 타고 원동 위로는 처음 가보았는데 삼랑진이 생각보다 그리 멀지는 않았다. 걸어서 삼랑진까지 6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간 적이 있는데 자전거로는 왕복 43킬로미터를 5시간 30분에 다녀왔다.
낙동강을 옆에 끼고 달리는 길가에는 갈퀴나물 꽃이 한창이었고 노란 금계국도 피어 있고 하얀 십자형 산딸나무 꽃도 피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가끔 강바람이 불어와서 시원하기도 했고. 중고라도 기어 변속이 잘 되어서 오르막길도 무난하게 올라갔다. 아내도 생각보다 잘 탔다. 탁구를 오래 한 탓인지 팔 근육도 많이 붙었다. 아내와 삼랑진까지 다녀오고 나니 자신감이 붙어서 다음에는 밀양이나 창녕까지 가보기로 했다. 여태 등산을 꼬박꼬박한 덕분에 삼랑진까지 갔다 왔어도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영월에 있는 백금자씨가 김춘남씨 시집 출판을 축하할겸 글나라 회원들을 위해 쑥떡을 보내주었다. 멀리서 보낸 성의를 생각하며 감사하게 먹었다. 택배가 11시 30분이 지나서 왔기 때문에 쑥떡을 먹고 나니 곧 점심시간이라 간단히 국수라도 먹자고 했다. 그랬더니 진영씨가 산성 서문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선생님, 가려면 어서 가요. 어정거리면 자리가 없어요.” 그렇게 유명한 국수집인가? 나는 가본 적이 없어서 제자들과 함께 차를 타고 서문국수 집으로 갔다. 비빔국수를 시켰는데 6천원에 비해 채소가 많이 나왔다. 도토리묵과 파전도 8천 원씩이라 싼 편이었다. 범초산장에 있는 천궁이나 당귀, 양고추냉이, 삼백초 등은 없어도 비트, 청경채, 돌나물, 파프리까, 새싹 채소 등을 고루 넣어서 맛있게 먹었다. 숲속 국수집인데도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제자들 덕분에 맛집을 알게 되어 감사했다. 그런데 오늘 수업 잘라 먹은 것은 누가 책임질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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