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66회) 일주일에 하루는 자연인처럼...

凡草 2018. 6. 3. 21:36

  

   2018년, 6월 3일, 일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66회) 일주일에 하루는 자연인처럼...

    

  산딸기가 익어서 딸 때가 되었다.

석산리 범초텃밭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땄다.

산딸기 나무가 많지는 않아서 한 소쿠리 정도가 나왔다.

내가 거름을 주지 않고 저 혼자 컸는데도 아주 달콤했다.

자주 가지 못하고 가끔 찾아가서 일하는 시늉만 하다가 오는데도

밭에는 여러 가지 먹거리가 나를 맞아준다.

키운 만큼 돌아와야 하는데 내가 돌본 것보다 몇 배로 돌아와서

때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양산 동면에 있는 범초텃밭에는 자주 못가지만

부산 금정구에 있는 범초산장에는 매주 가서 3-4일은 머물다가 온다.

이번 주에는 아내와 금요일에 들어와서 이틀 잤다.

아내는 오늘 오후에 나가고 나는 호젓한 산장을 즐기려고 남았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나 혼자 자연인처럼 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먹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지낸다.

혼자 있으면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아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고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어쩔 때는 글을 쓰기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사람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가끔은 혼자 지내는 것도 좋다.

초록 숲속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온전하게 휴양을 한다.

 

   산장에서 자연인처럼 살더라도 책과 글쓰기는 빼 놓을 수 없다.

 말과 생각은 휘발유처럼 금방 증발해 버리지만

 글은 생각과 관점을 고체로 붙잡아 놓기에 사진처럼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다.

  이 일기도 그래서 시간을 내어 쓴다.

  그날 그날 좋았더라도 지나고 나면 다 잊어진다.

   글로 써두어야 붙잡아 놓을 수 있다.

    

  산장에서 내가 주로 해 먹는 밥은 율무가 들어간 뽕잎밥,

반찬은 천궁과 양고추냉이, 삼백초를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머위와 명아주 나물을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기도 한다.

마시는 물은 느릅나무, 꾸지뽕, 뽕잎, 구기자, 사상자, 어성초 등을

넣고 끓인 물에 효소를 조금 타서 마신다.

가끔은 물을 끓일 때 큰뱀무와 풍년화잎, 가막살나무잎을 추가하기도 한다.

단백질은 달걀이나 해산물로 보충한다.

육고기는 먹기는 해도 즐겨 먹지 않는 편이고...

이렇게 먹다 보니 식당에 가서 돈 주고 사 먹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다.

내가 산장에서 흔히 먹는 약초 나물이 거기에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6월 1일 금요일에는 구포시장에 가서 도라지 모종 6천원 어치,

꽃상추 3천 원 어치를 사왔다.

도라지는 제법 심어 놓았는데 빈 자리가 있어서 채우려고 사왔다.

도라지는 기침에 좋기 때문에 약으로 쓸 수 있고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도 그저 그만이다.

상추도 잘 크고 있지만

시들어질 때를 대비해서 비어 있는 밭에 심어 놓으려고 사왔다.

    

   도라지를 먼저 심어 놓고

상추 모종을 심고 있는데 여태 본 적이 없는

어린 두꺼비가 내 옆으로 기어 왔다.

큰 두꺼비는 산장에 돌아다니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이렇게 어린 두꺼비는 처음 보았다.

산장에 처음 나타난 새내기 두꺼비다.

 햐, 요놈 봐라. 날 무서워하지 않고 도망을 안 가네!

 위에 있는 사진 석 장에 두꺼비가 다 들어 있다.

세 번째 사진에는 돌 위에 올라가서 앉아 있다.

    

   글나라 동화교실에 가끔 새내기들이 배우러 오는데

산장에도 새내기 두꺼비가 나타나서 반가웠다.

산장에서 풀을 베기 위해 예초기를 사용할 때는 아주 조심한다.

이런 두꺼비나 개구리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다.

올해는 아내가 천막 자투리로 밭고랑과 길을 덮어 놓았기 때문에

예초기를 많이 사용할 일이 없어졌다.

두꺼비야, 여기는 농약을 안 치는 곳이니 마음 놓고 살아라.

다른 곳에 가서 고생하지 말고.

    

   날씨가 더워지자 가지가 보랏빛을 띠며 쑥쑥 크고 있는데

줄기 여기저기에서 새잎이 많이 돋아났다.

이러면 본 줄기가 뻗어갈 수 없다.

  한눈파는 잎들을 따주어야 한 줄기가 튼실해진다.

여러 줄기를 방치했다간 가지 전체가 부실해진다.

사람도 이것저것 호기심에 많이 건드리면

한 분야에 성공할 수 없다.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이것저것 다 하면

결국 쪼그라들고 만다.

  전문가란 한 가지만 잘하는 사람이지

여러 가지를 잘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금은화 꽃이 만발했다.

언젠가 양산 백학 마을에 있는 무량소심님 집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지주대를 네 개 세워 놓고 금은화를 멋지게 가꾸어 놓은 것을 보았다.

금은화 줄기를 이리 저리 꼬아서 둥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 볼만 했다.

나도 그걸 따라 하려고 범초산장에 철봉을 네 개 세워 놓고

금은화를 구해다가 철봉 밑에 심었더니 그 집 비슷하게 되었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나쁜 것은 피해야 하지만

좋은 것은 언제든지 따라 해볼 생각이다.

    

  

        산장에 여러 가지 꽃이 피었다.

    나물이 아주 맛있는 눈개승마

    두 번 째는 어성초,

  세 번 째는 대파꽃,

    

   수레국화와 금계국도

자기 전성기가 왔다고 소리친다.

초록빛을 오래 키워 오더니

마침내 꽃을 터뜨렸다.

초록줄기가 쏘아올린 불꽃 축제다.

    

   산딸기가 익어가자

보리수와 앵두도 지지 않겠다고 팻말을 내걸었다.

“여기도 익었으니 따 가시오!”

작년에는 앵두가 벌레 때문에 제대로 따 먹지도 못했는데

올해는 아주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한해 성적이 안 좋더라도 그러려니 참아주면

다음 해에는 풍성한 열매가 달린다.

재촉하고 실망한다고 많이 열리는 게 아니다.

적으면 적은대로 만족하고 넘어가면

이렇게 잘 열릴 때도 있다.

    

    6월2일 토요일에는

딸 시부모님이 산장에 놀러왔다.

사돈 부부가 벌써 세 번째 오니 가깝게 지내는 셈이다.

 두 분 다 성격이 좋아서 어렵지 않았다.

내가 만든 약초삼계탕을 먹고 고스톱도 치며 놀다가 갔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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