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창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67회) 행복한 부산아동문학 시상식

凡草 2018. 6. 8. 22:43



      

       2018, 68, 금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67) 행복한 부산아동문학 시상식

 

 

  64일 월요일,

  범초산장에서 보리수와 앵두 열매를 따서 설탕에 버무려 두었다.

술은 담아야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발효액을 담기로 했다.

삼잎국화가 너무 많이 번져서 정리도 할 겸 잘라서

백초효소를 담는 항아리에 넣었다.

 

   범초산장 화장실 앞 풍경이다.

원래는 아무 쓸모없는 하천부지에 환삼덩굴만 무성한 곳이었는데

 내가 개간을 해서 밭으로 만들었다.

처음 개간을 할 때 도라지집에서 자기 밭 옆이니 하지 마라고 했지만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잡풀만 제거하겠다고 했더니

더 이상 참견하지 않았다.

  나는 살아가면서 누구든지 적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상대방이 정면으로 도전해오면 일단 슬그머니 피한다.

상대방이 조금 누그러졌을 때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든다.

  화장실 옆 밭도 그렇게 해서 지금은 내가 다 쓰는 땅이 되었다.

머위와 느릅나무, 달래, 더덕, 천궁, 양하 등이 잘 자라고 있다.

미국이 알라스카 땅을 거저 얻었듯이 나도 그랬다.

볼 때마다 소중한 알짜배기 밭이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면 잡초를 뽑아서 덮어둔다.

 이렇게 하면 전혀 냄새가 나지 않고 자연 분해가 되어버린다.

겨울에 화장실 거름을 퍼서 뒷밭에 뿌려주니 머위가 아주 잘 컸다.

요즘 말로 하면 자연순환 농법이다.

 

   양파를 캐고 난 밭에 갓 씨앗을 뿌려놓았더니  싹이 올라왔다.

톡 쏘는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더 크면 솎아 먹을 것이다.

 

   65, 화요일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뿌렸지만 배낭을 꾸려 호포로 갔다.

비가 올 때는 무리한 등산 대신 둘레길을 걷는다.

내가 비오는 날 즐겨 걷는 코스가 세 군데 있는데,

하나는 범어사 청년암에서 사배 고개를 지나 양산 질메재까지

걷는 길이고,

두 번 째는 물금성당에서 정안사를 거쳐 범어대동아파트 앞까지

가는 길이다.

세 번 째는 호포에서 양산 질메재까지 가는 길이다.

이 세 곳을 돌아가며 걷는다.

 

  비가 적게 와서 우산을 쓰지 않고 걸었다.

얼마를 걷다 보니 벚나무 열매가 익은 것이 보였다.

알이 굵지는 않지만 제법 다닥다닥 열렸다.

한 줌 따서 입에 넣고 씹었다. 새콤달콤하다.

다 먹고 나서 입안을 거울로 보니 완전히 보라색이다.

 자연 비타민을 먹고 빗속에서 보라돌이가 되었다.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걸었다.

 

   점심 먹을 때가 되어 정자에 닿았다.

  비가 안 오는 날에는 사람들이 먼저 와서 앉아 있기도 하는데

비 오는 날에는 나만의 공간이다.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었다.

혼자 먹어도 맛이 좋았다.

 

     싸리꽃이 피는 철이 되었다.

  싸리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음력 7월경 싸리의 줄기를 3~4시간 삶아 벗겨낸 껍질을 비사리,

벗기고 남은 하얗고 매끈매끈한 속을 속대라고 하는데

속대로는 채반, 다래끼, 소쿠리들을 만들었고,

비사리는 맷방석, 둥구미, 망태기 등의 무늬를 만드는 데 이용했다.


콩팥 질환에 효과가 있으며 두통, 무좀, 티눈, 습진, 폐열로 인한

해수, 백일해, 코피가 날 때,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데에 쓴다.

여성들의 대하, 요통, 관절통, 피부병, 하얀 버짐에도 효능이 있다.

 

 싸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나무라 시시하게 볼 수 있지만

뼈에 좋아서 골다공증에 걸리지 않고

혈액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심한 신부전증에도 좋은 나무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에도 좋다고 하니 아픈 분들은

당장 산에 가서 뜯어다 써볼 일이다.

 

   66일 수요일,

  아들 생일이 13일인데 쉬는 날이라 미리 앞당겨서 축하해주었다.

늘 어리게만 보았던 아들이 이제는 두 아이의 의젓한 가장이다.

살도 많이 쪄서 덩치는 나보다 좋다.

범초산장으로 같이 가서 바비큐를 해 먹었다.

아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67일 목요일,

  제 40회 부산아동문학상 시상식과 제 21회 신인상 시상식이

부산일보사 10층 소강당에서 있었다.

원래는 달님반 동화교실 수업날인데 현장학습으로 대신 했다.

올해 수상자는 동화부문 본상에는 최미혜씨,

동시 부문 본상에는 정미혜씨,

신인상 동화 부문은 달님반에서 공부한 김수연씨,

신인상 동시 부문은 동서문학상 동인인 전자윤씨가 뽑혔다.

 


축사는 김문홍씨가 했고,

나는 동화부문 심사평을 했다.

                  동화 부문 심사는 김영호, 한정기씨와 같이 했다.

              동화책을 세 권이나 펴냈고 열정이 많은 최미혜씨를

             수상자로 뽑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나서,

  상을 받고 나면 숨지 말고 모임에 꼭 나오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여태 40회를 시상했지만 해마다 나오는 얼굴을 보면 수상자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상을 받지 않았어도 가능하면 해마다 참석하는데

상을 받은 사람이 무책임하게 안 나오면 되겠는가!

  그럴 요량이면 처음부터 수상 거부를 하든지......




       그리고 수상자는 네 사람이지만 시상식날은

     모두가 참석해서 축제를 즐기는 날이니 축제의 주인공처럼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평소에 느슨했던 마음을

이런 자리에 와서 작가정신을 되살리게 된다면

참석한 보람이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시상식날은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날이고

작가로서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반성의 날이다.

 

    수상 소감은 최미혜씨도 아주 자연스럽게 잘 했고,

  김수연씨는 신인답지 않게 꼼꼼하고 자세하게 해서

여태 상을 받은 신인 중에서는 제일 오래 말을 했다.

그만큼 힘든 일을 많이 헤쳐 나왔고, 치열하게 글을 썼다는

반증이리라.

 

수상자로 결정되고 나서 나에게 보낸 이런 메일을 보냈다.

 

< 선생님, 지난 한 달 동안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선생님께서 평소 해 주신 말씀 덕분에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잘 헤쳐 나왔습니다.

저는 늘 선생님에게 아픈 손가락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전, 수전, 공중전, 폭파전을 겪고 나니

몸과 마음이 아주 가벼워 졌지만, 선생님에게 죄송했어요.

상황을 인정하고 상황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글쓰기라는 것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서 계신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저에게 글은 생명이었습니다.

살기 위해 쓴 글이 삶을 변화시켜 주었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글 쓰는 제자로 남을게요.>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서 그의 인생길에 작은 빛이라도 비쳐 주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가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이 느껴졌으니 충분한 보답을 받았다.


   참, 저 위 사진 가운데 달님반 제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사람들이 그 사진에 있는 노랑머리가 누구냐고 많이 물어보았다.

  좀처럼 하기 힘든 머리라서 궁금한 모양인데,

  33살 새내기 김민영이다.

   머리 색깔처럼 튀는 글을 써서 좋은 동화 작가가 되길 바란다.

   나는 비록 그런 머리를 못하지만 그에게 응원을 보낸다.

     노랑머리, 화이팅!






   시상식을 마치고 부산일보사 뒤에 있는 장원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여러 제자들이 술을 부어 주어서 맥주를 꽤 많이 마셨다.

남촌이 노래를 시켜서 동요를 불렀다.

<걸어서 할머니집>을 지은 강경숙씨가 이탈리아 칸소네

<노노레타>를 불렀다.

그냥 가요라면 내가 일어서지 않았을 텐데 팝송 같은

노래를 부르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Non ho l'eta 나는 아직

Non ho l'eta 당신을 사랑할만한

Per amarti 나이가 아니예요

Non ho l'eta 나는 아직 당신과

Per uscire 둘이서만 외출할 수 있는

Sola con te 나이가 못 되어요

non avrei 당신과 같이

Non avrei 이야기할 만한 것은

Nulla da dirti 아무것도 없어요

Perche tu sai 당신은 나보다

Molte piu cose 훨씬 더 많은 것을

Di me 알고 있거든요

Lascia che io viva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Un amore romantico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Nell'attesa che 그때까지는

Venga quel giorno 낭만적인 짝사랑을 하고 싶어요>

 

    이 가사를 동화에 적용해 보면

  내가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동화를 잘 쓰지 못하고

짝사랑을 하더라도 계속 해보겠다.

  당신을 잘 써서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로 들렸다.

그래서 손수건을 꺼내 춤도 추면서 흥을 돋우었다.

 

  

   구옥순 회장님과 이자경 사무국장이 애를 많이 썼고

   여러 회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자기 일처럼 앞장서서

  많은 일을 도와주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수고한 여러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

행사를 다 마치고 안미란, 허명남, 강경숙씨와 함께

화명동으로 가서 블랑 맥주를 마시며 낭만을 즐겼다.

참으로 행복한 시상식날이었다.


      동화를 쓰고 가르쳤기에 제자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았다.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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