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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68회)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凡草 2018. 6. 10. 22:52

 

 

        2018년, 6월 10일, 일요일, 흐리고 비

 

      (범초산장 이야기 868회)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6월 9일, 토요일

   mbn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를 보다가

닭개장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았다.

<산에 행복을 그리다> 편에서 김형태씨가

닭개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나도 해먹고 싶었다.

같이 보던 아내에게 말했더니 당장 해보자고 화답했다.

    

  그래서 양산 남부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 갖고 범초산장으로 들어왔다.

 

   닭개장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닭을 삶는다.

2. 닭이 삶아지면 건져놓고 그 삶은 국물에

토란대와 고사리, 생강, 새우가루, 표고가루, 고추기름을 넣고

된장을 풀어서 끓인다.

3. 한참 끓인 뒤에 닭고기를 찢어 넣고 대파를 넣는다.

4. 한 소금 끓인 뒤에 먹으면 된다.

( 단, 토란대가 마른 것이면 한 나절은 푹 삶아서 우려내어야

떫지 않다.)

 

  우리는 밖에 아궁이가 있고 전지한 나뭇가지가 많아서 불을 때어 했는데

다 하고 나서 먹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맛이 있었다.

   “유여사가 요리를 정말 잘 하네.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의 솜씨야!

이거 만드는 게 별로 어렵지 않으니 매주 해 먹어도 되겠다.”

   “하루 먹으면 질릴 텐데요.”

   어제부터 오늘까지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이 그저 그만이었다.

  약초삼계탕보다 이게 더 맛있다.

    

   자연인 그 프로에서 약초장아찌 담는 방법도 한 수 배웠는데

김형태씨는 간장과 식초, 설탕을 끓이지 않고 소주를 넣었다.

   소주, 식초, 간장, 설탕을 같은 비율로 섞어서

항아리에 장아찌 재료를 넣고 부으면 끝이다.

  소주는 얼마 지나면 다 날아가서 술 냄새가 안 난다니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도 아무 문제가 없다.

식초와 간장을 끓이지 않으니 건강에 더 좋을 것 같다.

 

 

 

 

   지난 해 가을에 담은 돌배 효소를 걸러내고

그 찌꺼기로 천연식초를 담았다.

걸러낸 찌꺼기에 올리고당과 설탕, 물을 붓고

 마지막으로 천연식초를 부어 놓은 뒤에

두 달 정도 지나면 발효식초가 된다.

 

  천연식초가 없으면 양조식초라도 되고 막걸리를 부어도 된다.

나는 식초를 여러 번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서

시험 삼아 비트도 잘라서 넣었다.

잘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 주고 사 먹는 것보다 내가 만드는 게 더 재밌다.

    

 

   범초산장에 새로운 꽃들이 피었다.

 달마다 새내기 꽃들이 핀다.

나리와 메꽃, 엉겅퀴, 기린초, 큰뱀무, 물레나물, 황금달맞이꽃들이

이 달의 주인공들이다.

    

    토마토와 고추가 익어가고 있다.

내가 심지도 않은 쇠비름이 아무 데서나 돋아나서 커가고 있다.

식물성 오메가가 풍부한 나물이라 종종 데쳐 먹는다.

    

     범초산장에 들어오면 가만히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오이가 줄기를 뻗으면 줄을 매어 주어야 줄 따라 올라가지

가만히 내버려두면 땅으로 기어가서 엉망이 된다.

고추도 여러 번 묶어주어야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밭에 하루만 안 가도 잡초가 잽싸게 몸집을 불려

자리를 잡고 앉아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어떤 농작물이든지 한 번만 심어 놓고 그대로 두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틈나는 대로 밭에 가서 들여다보고 관리를 해야 잘 큰다.

    

   글 쓰는 이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 책 읽고 글을 써야 발전이 있지,

가만히 있다가 공모전이 닥쳐서야 부랴부랴 써본 들

잘 될 까닭이 없다.

 내 마음속에 돋아나는 잡초는 밭에 자라는 것들보다 더 고약하다.

    

   일하다가 쉴 때는 간식으로 보리수를 따 먹었다.

집에 사놓은 사과가 떨어져서 못 가져왔는데

이런 열매가 충분히 대용이 된다.

    

   수레국화가 많이 피어서 꽃차를 조금 만들었다.

푸른빛이 참 곱다.

  차 맛이 달짝지근하고 상큼했다.

 수레국화 꽃차는,

이뇨에 좋고, 기관지염, 기침에 도움이 되며

눈 피로에 좋고 간에도 효과가 있다.

    

    마늘을 캐었다.

  심은 것보다 몇 배로 거두었다.

  거짓말처럼 뻥튀기해서 내어주는 밭 덕분에

 땀흘려 일한 보람을 느낀다.

  내 노력보다 몇 배로 되돌려주는 것 같아 늘 감사하다.

 

       동화작가 문영숙 선생님이 새로 낸 책을 보내주어서 읽었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서울셀렉션 발행

 

   아주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저자는 결혼한 뒤에 두 아이를 키우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7년간 뒷바라지 하느라

아무 것도 못하다가

45세가 넘어서야 문화센터에 가서 시창작을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허락을 쉽게 안 해주어서 애를 먹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이라

처음에는 서예를 배우러 간다고 속여야만 했다.

남편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어도 잘 하기가 어려운데

반대를 하니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까?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런 반대가 있었기에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더 단단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창작에 이어 수필 쓰는 법을 배우러 갔는데

거기서 78세의 나이로 수필을 배우러 온 이학 여사를 만났다.

이학여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도 놓아보고, 장구를 치며 소리도 해보고, 묵향에 젖어

글씨도 써봤는데, 예술의 최고 경지는 문학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최고의 경지에 도전해보고 싶어 왔습니다.“

수는 밑그림을 따라하면 되고, 서예는 스승이 써준 체본 대로 하면

되지만, 문학은 밑그림이나 체본이 없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이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학 여사는 84세로 돌아가기까지 매주 한 편씩 수필을 써왔고,

팔순을 맞아 수필집을 내기까지 했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대단한 여사라고 생각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배우는 자세가 멋지다.

글나라에도 최경희씨가 60세가 넘은 뒤에 동화공부를 하러 와서

동화작가가 되었다.

백세 시대에는 나이 든 사람도 죽을 때까지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

 

저자는 수필에 이어 동화창작을 배웠고

최근에는 <백세 시대 제2 인생>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다니는데

50세가 넘어 동화작가가 된 뒤에

<무덤 속의 그림>, <검은 바다>, <궁녀 학이>, <색동저고리>,

<아기가 된 할아버지>, <개성빵>, <꽃제비 영대> 등.....

20권 이상을 썼다.

 

 * 지은 책 가운데 <궁녀 학이>가 이학 여사한테 들은 이야기를 소재로 썼고

  그 분의 이름을 뒤집어 써서 책을 썼다고... 참 좋은 인연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학교 밖에 안 나온 학력을 채우기 위해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방송대학에도 다녔다.

저자가 타고 난 재능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주부로만 살다가 뒤늦게 공부를 하고 문예창작반에 들어가

작가가 된 것은 제2의 탄생과 같다.

이건 말이 쉽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만한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월에 떠밀려 가는 주부들은

문영숙씨가 쓴 이 책을 읽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하면 좋겠다.

저자처럼 유명 작가가 되기는 어렵지만

동화작가가 되고 동화책 한 두 권 내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 앞에는 어떤 장애물도 물 앞의 소금처럼

스르르 녹아 버리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새로운 열정이 샘물처럼 솟아난다.

좋은 책을 보내준 문영숙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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