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90회) 고구마잎 나물

凡草 2018. 9. 18. 12:24



   2018, 918, 화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90) 고구마잎 나물

 

고구마는 뿌리가 제일 맛있지만 줄기를 벗겨서

나물로 무치면 그것도 맛이 있다.

그런데 잎은 왜 안 먹을까?

여태 고구마 잎을 나물로 무쳐 먹는 것을 잘 보지 못했다.

시험삼아 데쳐서 나물로 무쳐 보았더니 먹을 만 했다.

억셀 줄 알았는데 아주 부드러웠다. 약간 흐물흐물하는 식감을

싫어해서 안 먹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맛에는 좋았다.

고구마 잎 나물을 자주 무쳐 먹어야겠다.

그러고 보면 고구마는 뿌리, 줄기, 잎까지 모두 먹을 수 있으니

참 고마운 식물이다. 비슷한 뿌리 열매라도 감자는 열매만 먹지

줄기나 잎은 안 먹는데 고구마는 완전한 식품이다.

 

고구마는 잎이 무성하게 번져서 잡초까지 막을 수 있다.

여태 고구마 줄기를 많이 뜯어 먹었다. 달님반 회원들도 뜯어가고

우리도 갈 때마다 뜯어서 나물로 해먹었다. 고구마 줄기를 아끼고

안 뜯어 먹으면 도리어 고구마가 적게 열린단다. 적당히 뜯어

먹어야 고구마가 잘 열리니 안심하고 뜯어 먹는다.

해마다 고구마는 꼭 심어야겠다.

 

97일에 심은 배추 40여 포기가 잘 크고 있다.

아주 어릴 때는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좀 쳤다. 그냥 두면 벌레들이

다 뜯어 먹어서 살아남지 않는다. 모종을 심은 뒤에 비가 몇 번 내려서

도움이 되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농사는 하늘이 도와주어야 한다.

농부가 제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비가 제때 내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이 하는 일은 주위 사람이 도와주어야 잘 된다. 저 혼자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주위에서 호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범초산장 계곡 옆에 잘 모르는 나무가 있어서 사진으로 찍어 세울에게

물어보니 대팻집 나무란다. 이 나무의 특징을 눈여겨 보아두었다.

 

가을이 되자 수확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농사를 많이 짓지 않고

취미 수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수확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소꿉장난 하듯이 즐기고 있다.

염주가 많이 열릴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염주는 얼마 안 되고

율무가 더 많다. 그마저 가을비가 자주 와서 제대로 익지 않고 물러터진

것이 많았다. 우선 일부를 따서 말렸는데 저걸로 동화팔찌 몇 개는

만들 수 있겠다. 글나라 카페에 댓글을 많이 달아준 미혜와 햇님, 화실,

정이, 동화를 부지런히 쓰고 있는 현진, 현숙씨에게 줄 생각이다.

 

표고버섯이 이제 조금씩 나오고 있다. 가을 들어 처음으로 대여섯 개 땄다.

나와 유여사가 딱 한 번 먹을 양이다. 양파와 볶아 먹었다. 적은 양이라도

감사하다. 없는 것보다는 몇 배 나으니까. 언제 어디서나 작은 것에 감사하면

절대로 실망할 일이 없다.



딸은 영화표를 종종 보내주고 제 엄마한테 밥을 자주 사준다.

그에 비해 아들은 통 연락이 없지만 그러려니 여긴다. 손자 손녀 본 지가

보름이 넘었는데 추석이나 되어야 볼 것 같다. 아들은 며느리에게 넘겼으니

내 권한 밖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연락이 오면

반갑고, 무소식이면 잘 지내고 있으니 그 또한 감사하다.

 

마 주아가 조금 열려서 땄다. 쪄서 먹으면 맛이 있다.

마 덩굴이 남천을 감고 올라간 것을 유여사가 다 베어버렸다.

그걸 그냥 놓아두었으면 마 주아를 많이 딸 수 있는데 어쩔 수 없다.

유여사가 보기 싫다면 베는 것도 순리다.

 

천년초가 잘 크고 있는데 간식으로 아로니아와 갈아 먹으려고 뽑았더니

뿌리가 제법 길게 자랐다. , 저렇게 뿌리가 길게 뻗으니 잘 크는구나.

아주 길게 자라면 1미터도 넘는다니 대단한 생명력이다. 천년초가 숨어서

저렇게 뿌리를 뻗듯이 사람은 남이 보지 않을 때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 절대로 남에게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양고추냉이는 심기를 잘 했다. 언제든지 새잎이 올라오기 때문에

쌈 싸 먹기에 최적이다. 맛도 쌉싸름해서 식욕을 자극하고 다년생이라

한 번 심어만 두면 계속 따 먹을 수 있다. 게으른 농부에게 제일

적합한 식물이라더니 그 말이 맞다. 잎이 부채처럼 크게 자라니까

잡초도 이겨낸다. 번식은 뿌리를 캐서 잘라 심으면 된다.

 

누린내풀이 꽃을 피웠다. 여인의 속눈썹처럼 이쁜 꽃이다.

이건 꽃 말고는 아무 데도 쓸모가 없지만 가을 한 철에 보는

꽃만으로도 만족한다. 사람 역시 다양한 재주가 없더라도 한 가지

재주만 있으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좀작살나무 열매는 보라색 보석처럼 이쁘다.

이것도 가을 요 때만 볼 수 있다.

좀작살나무 효능을 보면 잎과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위궤양으로 인한 출혈, 코피 나는 데, 잇몸출혈, 월경과다, 자궁출혈,

편도선염, 인후통에 좋은 효과가 있다.

내가 심지도 않았는데 이게 산장 구석에 두 세 포기가 있어서 왜

있지 했는데, 내가 강의를 다니며 말을 많이 하니까 인후통이 있을 때

먹으라고 있나 보다. 내 건강을 위해 약재를 미리 준비해준 산장 흙에

감사한다.

 

땅콩 꽃도 심심찮게 피고 있다. 이제 수확할 때가 다 되어 가는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앙증맞은 꽃이라 눈요기로 올린다.

 

올해는 호박 농사가 시원찮아서 열매는 별로 따 먹지 못했고,

잎은 자주 따 먹었다. 그거라도 감사한 일이다.

대장 건강을 위해서는 섬유질이 많은 식재료를 자주 먹어야 하는데

호박, 우엉, 토란대, 고구마줄기, 고사리, 머위, 상추, 깻잎, 양고추냉이잎,

근대, 아욱, 배추, 무 등이 좋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대장암 검사보다

이런 식재료를 식사 때마다 꼬박꼬박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제는 사상역 지하철역에서 내려 신라대 옆으로 올라가서 사상구청이

만들어 놓은 <시가 있는 지혜의 숲길>을 걸었다. 의자와 정자를 많이

만들어 놓아서 비가 오는 날 걸으면 좋겠다.

시를 보며 걷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름드리 벚꽃이 많아서 벚꽃이 피는 봄날에 다시 한 번 걸어 봐야겠다.





황토길이 있는 구간도 있어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보았다.

황토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곳까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길을 걷다가 이해인 수녀의 시를 보았다. 나도 산에서 몸과 마음을

키웠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산에서 큰다>

                         이해인

 

나는

산에서 큰다

 

언제나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대답 없는 대답

침묵의 말씀

 

고개 하나 까딱 않고

빙그레 웃는 산

 

커다란 가슴 가득한

바위

풀향기

 

덤덤한 얼굴빛

침묵의 성자

 

인자한 눈빛으로

나를 달래다

호통도 곧잘 치시는

오라버니 산

 

오늘도

끝없이

산에서 큰다

    





 

주례정을 지나 희망정에서 점심을 먹었고,

이어서 선암사를 거쳐서 만남의 숲까지 간 다음에

만덕고등학교 옆으로 내려가 만덕 지하철 역까지 갔다.

모두 6시간 15분이 걸렸다.

별로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걸었다.



영화 <맨 오브 오너>를 보았다.

외딴 시골에서 평생을 남의 밭을 빌려 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아들만은 도시로 가서 살라고 등을 떠밀었다.

절대로 돌아오지 말고 성공하라면서.

아들은 해군에 입대하여 잠수부의 꿈을 키운다.

아버지는 얼마 안 있어 죽고 아버지가 남긴 교훈을 되새기며

적극적으로 훈련을 받는다.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집념에다

해군의 철저한 교육까지 겹쳐서 점점 강인한 해군이 된다.

흑인이라 제한이 많고 사령관이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려서

잠수부 하사관 시험에 불합격할 뻔한 위기도 겪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도 많았다.


 

오로지 명예만을 위해 평생을 바친 남자의 이야기다.

가족도 자신의 일 앞에서는 뒷전이라 아내가 눈물로 호소하지만

그의 명예욕을 지울 수는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 자문하면서 보았는데

조직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도 있어야 모범이 되지 않을는지....

평점이 9.3이나 되고 시종일관 땀을 쥐게 하니

이 영화는 무조건 볼 일이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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