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93회) 천연항생제 쪽파와 고혈압에 좋은 두부고추찜
2018년, 9월 30일, 일요일, 비 온 뒤에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93회) 천연항생제 쪽파와 고혈압에 좋은 두부고추찜
만성장염에 걸렸던 사람이 쪽파를 꾸준히 먹고 나았단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항생제는 내성이 생기지만 천연항생제 쪽파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쪽파를 그냥 먹으면 매우니까 파김치를 담아 먹거나 달걀, 두부, 양파, 고추, 당근, 우렁이 등과 쪽파를 함께 넣어 전을 부쳐 먹었더니 맛이 있었다. 반찬으로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겠다.
고혈압에는 고추가 좋다. 매운 고추를 많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두부고추찜을 해 먹으면 좋다. 두부를 보자기에 넣어 물기를 꼭 짠 다음에 양파, 쪽파, 표고버섯 등과 버무려서 고추 반쪽에 집어넣고 찜기에 찌면 맛있는 반찬이 된다. 나와 유여사는 고혈압이 아니지만 미리 예방하려고 해 먹었다.
범초산장에서 해먹는 밥은 언제나 뽕잎밥 뽕나무는 가지를 자주 잘라주기만 하면 일년 내내 어린잎을 딸 수 있다. 뽕잎에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성분이 있고 칼슘이 많아 골다공증을 예방해주며 눈을 밝게 해주니 일석삼조다. 나는 밥을 할 때 뽕잎만 넣는 것이 아니라 밥에 붓는 물도 뽕잎 우려낸 물을 쓴다. 뽕잎밥을 늘 먹어서 그런지 몸이 항상 가볍다.
동그라미 계원들이 왔을 때는 할 수 없이 그냥 흰밥이다. 어쩌다 한 번이야 어쩔 수 없고.
비가 오기 전에는 계곡에 물이 흘러내리지 않지만 비가 내린 뒤에는 물이 찰찰찰 내려온다. 비를 좋아하는데 계곡물까지 불어나니 좋은 경치를 덤으로 받는다.
상추는 모종으로 심었을 때보다 세 배 이상 자랐다. 이제 따 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산장에만 가면 뜯어 먹을 것이 사방에 널려 있다. 요새 채소값이 비싼데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마늘을 심으려고 가지를 다 파내었다. 마지막까지 나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 가지야 수고했다! 네 덕분에 맛있는 가지 요리 많이 해먹었다.
비가 내렸지만 일을 미룰 수가 없어서 우비를 입고 마늘을 심었다. 거름은 산에 가서 부엽토를 공짜로 퍼왔다.
나라에서 싸게 주는 퇴비를 받고 싶었지만 서류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두구동 범초산장과 동면 석산리 범초텃밭을 합치면 300평이 넘는데 ( 300평이 넘어야 퇴비를 신청할 수 있다.) 하필 석산 텃밭이 지목이 ‘묘지’라서 서류를 작성할 때 이장 도장과 이웃 주민 세 사람의 보증이 필요하단다. 범초산장에서 도라지집과 과수원집 보증을 받아 갔지만 석산리에서 또 세 사람의 보증을 받는 것이 귀찮았다. 할 수 없이 농업경영체에서 주는 퇴비는 포기하고 가끔 산에 가서 낙엽 썩은 부엽토를 파오기로 했다. 시골에서는 몸만 부지런하면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다.
미스포터가 빌려준 <주병국 주방장>을 읽었는데 정연철 작가가 실감나게 잘 썼다.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가 친구들을 불러 요리를 해주다가 불이 날 뻔 했는데, 엄마는 절대로 허락을 안 해준다. 공무원이 되어야지 무슨 요리사가 되냐며. 부모가 자녀의 장래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밀어주어야 한다.
영화 <저지걸>을 보았다. 제목이 좀 이상하지만 알고 보면 뉴저지의 소녀라는 뜻이다. 뉴욕에 살던 남자가 마음에 든 여자와 결혼했는데 아내는 아기를 낳고 나서 바로 세상을 떠난다. 아기와 아내의 목숨을 맞바꾼 셈이다. 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여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아버지가 있는 뉴저지로 내려가게 된다. 어린 딸을 키우면서 온갖 해프닝이 일어난다. 기저귀조차 갈아 본 적이 없는 아빠가 좌충우돌 진땀을 흘린다.
그걸 보니 세 아이를 키웠어도 기저귀를 몇 번 갈아본 적이 없어서 유여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보,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가 너무 했네! 미안해!” “알기는 아는구먼.” “수고 많았어. 지금부터라도 잘할게.” 아기 아빠가 야한 비디오를 빌리러 갔다가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는 아가씨를 만나 친해지게 되는데 웃기는 일들이 벌어져 배를 잡고 웃었다. 아가씨 역을 한 리브 타일러는 반지의 제왕에도 나왔다. 딸에게 훈계를 하던 아빠가 도리어 훈계를 듣게 되고... 엄마 없이 아기를 키우는 딸바보 아빠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줄거리인데 영화 대본을 쓴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갈등과 코믹한 장면을 잘 버무려서 관객을 쥐락펴락 한다. 스토리를 어떻게 짜야 좋은지를 알려주는 수작이다. 또닥또닥! 비 내리는 산장에서 재밌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재치 있고 이쁜 리브 타일러가 꿈속에서도 어른거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