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95회) 다양한 효능을 지닌 맨드라미 꽃차
2018년, 10월 6일, 토요일, 태풍 지나간 뒤에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95회) 다양한 효능을 지닌 맨드라미 꽃차
어제부터 태풍 콩레이가 부산 지방을 지나간다고 예보했다. 가을에 부는 태풍은 위력이 강하다. 금요일 오후 수업을 마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범초산장으로 들어왔다. 유여사는 태풍 부는데 위험하다며 양산 집에 있기로 했다. 저녁을 해 먹고 책을 보는데 세찬 비가 쏟아졌다. 비는 밤새도록 주룩주룩 내렸다. 그래도 잠은 설치지 않고 잘 잤다. 혼자 많이 자봐서 이젠 적응이 된 듯 하다. 하우스도 튼튼하게 지었기 때문에 태풍에 날아갈 염려는 없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산장으로 들어왔다.
태풍이 분다고 해도 대비는 거의 하지 않았다. 나무들이야 쓰러진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거고 지켜야 할 농작물이라고 해봐야 고추 정도인데 30포기도 되지 않으니 넘어지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있었다. 300밀리미터 이상만 안 내리면 괜찮은데..... 뉴스를 들으니 150밀리미터 정도 내렸다고 했다. 몇 년 전에 엄청난 홍수로 다리가 떠내려 간 적이 있다. 한 번 호되게 당한 뒤로는 시멘트로 다리를 튼튼하게 발라서 어지간한 비로는 끄떡 없지 싶었다.
우비를 입고 계곡으로 가보니 완전히 물바다였다. 불보다 더 무서운 게 물이다. 불이 나고 나면 탄 재라도 있지만 물은 모든 것을 다 쓸어가 버린다. 마지막 계단까지 물이 밀려와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소름이 쭉 끼쳤다. 비가 이대로 계속 내리면 피해를 입을 것 같았다. 태풍이 빨리 지나가야 비가 그칠 텐데 서너 시간이 고비였다.
다리 구멍에 나뭇가지가 걸려 있으면 더 큰 힘을 받기 때문에 갈쿠리로 나뭇가지들을 건져내었다. 도도한 물살이 기운차게 흘러갔다. 바람이 점점 거세어지면서 나무들이 춤을 추었다. 태풍이 12시쯤 지나갔는데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범초산장이 분지 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여지껏 태풍 피해를 정면으로 받은 적은 없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자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졌다. 계곡과 인접한 축대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촘촘히 심어 놓았는데 그 덕을 보았다. 계곡이 범람했어도 축대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점심을 먹고 조금 있으니 햇빛이 나왔다. 언제 태풍이 불었는지 모를 정도로 날씨가 금방 회복되었다. 계곡물도 조금씩 줄어들어서 안심이 되었다.
밭을 돌아보니 고추가 몇 포기 쓰러져 있어서 세워주었다. 봉숭아들이 쓰러진 것 말고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태풍이 이 정도로 지나가서 감사하다.
제자 박윤규가 보내준 그림책을 읽었다. 참 좋은 책이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도 생각나고 그리움을 떠올릴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두꺼운 책이 아닌데도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제자가 희망한 대로 내 마음 속에도 동백꽃이 환하게 피었다.
<동박새를 사랑했네> 별숲 출판사 발행
감옥에 갇힌 죄수가 동박새 때문에 변하는 이야기였다. 동료 죄수들에게 사납게 굴어서 독방에 갇혀 있던 죄수 7942는 어느 날 쇠창살 밖으로 보이는 연둣빛 새를 보게 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새는 동박새였다. 7942가 어린 시절 고향 바닷가에서 본 새였다. 죄수는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동박새가 앉았던 동백나무를 돌보아준다. 먼지가 내려앉아서 칙칙하고 때가 덕지덕지 앉아 꾀죄죄한 나무였다. 7942는 동박새가 앉으라고 나뭇잎을 소매로 정성껏 닦아준다.
동박새가 자주 찾아오자 동백나무를 더 심고 동백나무 주변을 꽃밭으로 만든다. 포악하던 7942가 점점 변해간다. 나중에는 모범수가 되었고, 감형을 받아 감옥을 나오게 된다. 7942는 고향 바닷가로 돌아가 동백나무 숲을 가꾸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작은 것이라도 사랑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그게 식물일지라도 사랑을 주면 메아리처럼 사랑이 되돌아오고 그 사랑 덕분에 자신도 좋은 쪽으로 변화한다. 그러니 많이 사랑할 일이다.
나 역시 동화를 사랑했기 때문에 많은 복을 누렸고 범초산장을 사랑했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고 있다. 내가 애정을 준 것보다 몇 배 더 큰 혜택을 입었다.
나에게 많은 것을 내어주는 산장에서 태풍이 지나가자 맨드라미 꽃차를 만들었다. 올해는 맨드라미 꽃이 많아서 겨우내 마실 수 있겠다. 빛깔도 곱고 여러 가지 효능이 많아서 몸에 좋은 꽃차다. 맨드라미 효능을 보면, 기침, 가래, 건망증, 지혈, 설사, 자궁염, 월경통, 피부 습진 등에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