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창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97회) 동시동화 나무의 숲에서 열린 가을 축제

凡草 2018. 10. 14. 22:03




2018, 928, 금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897) 동시동화 나무의 숲에서 열린 가을 축제

 

20181013일 오후부터 1014일 오전까지 고성에 있는

열린아동문학 <동시동화 나무의 숲>에서 가을 축제가 열렸다.

열린아동문학 잡지 여름호와 가을호에 실려 있는 필자들을 초대하여

대접하는 잔치 한마당이다.

나는 <동화는 내 인생의 나침반>라는 제목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썼고,

신작 동화 <살아있는 글자들>도 발표했다.

세울 이영득씨가 <천개줄 아저씨의 작가, 김재원>을 써주어서 같이 실었다.

이 세 가지 글이 < 이 계절에 심은 동화나무>라는 코너에 실려서 내 이름을

새긴 돌과 나무가 동시동화 나무의 숲에 등장하게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고 가문의 영광이다.

 

- 동화 <살아있는 글자들>은 곧 동화숲에 올릴 예정이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세울이 써준 글은

글나라 카페 아동문학 우물 방에 올려놓았다.

 13211322번을 찾아보면 있다.

 

내가 쓴 글에 대한 원고료를 이미 받았는데도, 열린아동문학에서는

다시 작가들을 격려하고 대접하기 위해 고성 동시동화 나무의 숲에서

가을 한마당이라는 잔치를 열어준다. 참 귀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어느 잡지에서도 이런 일을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1013일 오후 220분 두구동에서

출발했다. 울산대학교 교수인 김영주씨가 운전하고 나와 구옥순 회장님이

같이 갔다. 구옥순 회장님은 교대 후배지만 성격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지금 부산아동문학인협회를 잘 이끌고 있다. 동시를 잘 쓰고 있는데

동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같이 가자고 권했다.

세 사람은 차를 타고 가며 가을 여행을 만끽했다.



언젠가 고인이 된 최영희씨와 함께 경전선을 타고 목포에서 열리는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가을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가을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때 공재동 선배와 김문홍 형도 같이 갔는데,

차창 밖으로는 누렇게 익은 벼들이 펼쳐져 있고, 최영희씨가 준비한

안주를 먹어가며 맥주를 마셨는데 참으로 즐거운 여행이었다.

목포에 가서는 세발 낙지를 젓가락에 감아서 먹기도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그 여행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는데 최영희씨는 먼저

저 세상으로 갔다. 살아 있을 때 자주 같이 다녀야 한다.

 

올해는 제자 김영주와, 구옥순 회장님이랑 셋이서 가을 여행을 했다.

역시 가을 여행답게 들판에는 황금빛 벼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넉넉해지는 풍경이다.

고성 읍에 도착하여 귤 한 상자를 사 들고 들어갔다. 오가피술과

매실주는 범초산장에서 준비했고.

 

430분쯤 열린아동문학 행사장에 도착하였다.

주최측에서는 이미 행사 준비를 끝내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갈수록 숲이 울창해졌고 가을이라 구절초와 쑥부쟁이, 백일홍 등이

활짝 피어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차를 위쪽에 주차해놓고 내리막 숲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여러 작가들

이름이 새겨진 돌을 보았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장 부러운

풍경이다. 내년에 오면 내 이름이 새겨진 돌과 나무도 보게 될 것이다.

 

아직 아무 것도 안 쓰여진 돌도 많으니 제자들은 동시동화 나무의 숲에

자기 이름 돌이 들어설 날을 꿈꾸며 열심히 동화를 쓰기 바란다.

광주의 동화작가 윤미경씨는 아무 돌이나 구해 자기 이름을 직접 써서

치자나무 밑에 갖다 놓았다. 이른바 자성예언이다. 저런 열성이 있으니

곧 꿈이 이루어지리라 본다.


 일 년에 300권의 그림책을 필사하고 한 권에 세 개 정도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는 애살이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내 돌은 아직 새기지 않았는데 배익천 선생님과 함께 맨 돌을 둘러보다가

하나를 찜해 놓았다. 내가 침을 발라놓았더니 배선생님이 분필로 표시를

해주었다. 이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내가 일류 작가는 아니라도

동화를 꾸준히 써온 노력이 드디어 꽃망울을 맺는 순간이었다.

 

5시가 넘자 열린아동문학 강당에서 가을 잔치 한마당이 시작되었다.

배익천 주간의 인사말이 있고 나서 참석자들이 한 사람씩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 보는 작가들도 많았다. 강원도 원주, 속초에서 온 분도 있었다.



내 옆자리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가 황미주씨가 앉았는데

처음에는 나를 몰라보고 열린아동문학 가을호에 실려 있는 내 동화

<살아있는 글자들>이 참 좋았다며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바로 나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판타지로 들어가는 기법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36세 젊은 작가에게 좋은 평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서 함께

사진을 찍고 바로 번호를 따서 보내주었다.

 




내 소개 차례가 되어 앞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부산 작가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내가 나가자

<오빠>를 연호해서 쑥스러웠다.


나는 강당 한 쪽에 전시한 작가들의 서가를 둘러본 소감을 말하며

작가로서 좋은 책을 많이 쓰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계속해서 동화를 쓰고 있는 것은 나만의

자부심이라고 소개하며, 잘 쓰든 못 쓰든 동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그게 바로 작가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시동화 나무의 숲에 자기 돌이 새겨진 작가들은 당연한 일로

생각하지 말고, 더 많은 애착을 갖고 열린아동문학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석하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일산에 살고 있는 차영미씨를 김해공항에 마중 나가서 태우고 온

김나월씨는 필자는 아니지만, 선생님 나무가 들어서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고, 창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림 작가와 유행두씨도

나를 축하하기 위해 왔다고 해서 감사했다.

 


모두의 소개가 끝나고 저녁 식사를 했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정갈한 음식을 접시에 담아 와서 맛있게 먹었다.

 



이어서 여흥의 시간이 펼쳐졌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술을 못하는 분들은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나는 돌에 이름을 새기는 이영원씨와 인사를 나누었고, 광양에서 온

박행신씨하고도 주소를 교환했다.

안산에서 온 류근원씨는 몇 십년 만에 처음 만났는데 글나라 카페에

동화를 많이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홍세미씨는 홍종관 이사장님의 딸인데 아빠 일을 돕기 위해 온갖

궂은 일을 가리지 않고 했다. 아무리 딸이라도 저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가 어떻게 오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요즘 몸이

안 좋아서 도우려고 왔단다.

 

이 행사가 잘 진행된 것은 홍세미 같은 효녀 말고도 김현정, 허명남,

박선미, 신주선, 이상미, 박미경씨 등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고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잠을 청하려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바로 잠이 들어 푹 자고 아침에 숲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팔색조가 살고 반딧불이가 떼 지어 날아다닌다는 청정 계곡이 부러웠다.

이렇게 멋진 동동숲에 더 많은 제자들과 함께 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재작년에는 이분희, 최순기, 정영혜, 김지경 등과 같이 와서 많이 웃고

참 좋았는데.......

내년 6월 초 시상식 때는 여러 제자들과 다시 오고 싶다.

 

말오줌때 나무가 빨간 열매를 맺어서 인상적이었다.

말오줌때 나무는 한국 중부 이남의 바닷가와 개울둑에 나는 낙엽관목으로

높이 3m 정도로 자란다. 말이 오줌을 못 눌 때 이 나무 줄기와 잎을 달여

먹으면 오줌을 잘 눈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으며 <나도딱총나무>라고도 하는데, 뼈를 붙이는

나무라고 하여 접골목이라고 부른다. 위통이나 타박상, 월경불순 등에

, 열매, 잎이나 줄기를 달여 마신다.

      


요건 양미역취인데 귀화 식물이다.

미역취처럼 어린 잎을 나물로 먹는다.

 



내가 숲을 꼼꼼하게 돌아보고 있으니 배익천 선생님이 다가와서

말오줌때 나무가 숲에 저절로 번식해서 많이 있다며 한 포기

캐어줄 테니 범초산장에 갖다 심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내친 김에 크리스마스 로즈와 추명국(상대국)까지 캐어주었다.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부산으로 돌아오자마자 이 세 가지를 바로 범초산장에 옮겨 심었다.

꽃이 피면 배익천 선생님이 생각날 것 같다.

 

돌아올 때도 김영주씨 덕분에 편하게 왔고 구회장님이 문제 학생들을

상담하여 바르게 이끌어준 사례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구회장님은

심성이 고운 분이라 아동상담에도 전문가다운 면이 있다.

이야기를 듣느라 고성에서 부산 두구동까지 금방 도착한 기분이었다.

그 어느 해보다 가슴 벅찬 가을 여행이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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