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904회)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은...

凡草 2018. 11. 14. 21:27



     2018, 1114, 수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904)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양산 워터파크에 국화 축제가 열려서 가보았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국화 화분이 참 보기 좋았다.






저렇게 다양한 형태를 만들자면 고생 많이 했을 거다.

보는 사람은 쓱 보고 지나가지만

국화 가꾸고 공들여 만드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까!

수고한 분들에게 마음으로 감사드렸다.

 

한정기씨가 청소년소설 <깡깡이>를 펴낸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몇 사람이 모였다.

먼저 이기대 둘레길을 한 시간 가량 걷고

가까운 식당에 가서 케익을 켜서 축하해주고

샴페인도 터뜨렸다.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에서

박 일 선생님과 한정기씨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날씨가 포근하고 하늘이 파랗게 빛나서 축복받은 날이었다.

여럿이 모여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하니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한 두 사람에게 부담을 안 주기 위해 참가비를 2만 원씩 받아서

행사를 치른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앞으로도 이런 모임이 자주 있기를 바란다.

 

범초산장에도 단풍이 절정을 맞고 있었다.

화려한 단풍도 멋있지만 자신의 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을 보내고

땅에 떨어진 낙엽도 단풍 못지 않게 화려하다.

수북하게 떨어진 낙엽은 모아서 거름으로 쓸 수 있고

화장실에 모아두었다가 뒤처리용으로도 쓸 수 있으니

낙엽이 그냥 쓰레기는 아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풍선을 만들어 볼거리를 주던 풍선덩굴이

슬슬 시들어가고 있다.

 

1111일 일요일에는 동그라미 계원들이 범초산장에 모였다.

계원들이 모이기 전에 수아가 몇 사람이 함께 만든 책을 들고 왔다.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해도 그냥 가서 아쉬웠다.

 

점심은 횟덮밥을 먹었다.

여럿이 함께 먹으니 맛이 있었다.

 

이홍식씨가 막걸리를 여러 병 사와서 자꾸 권하는 바람에

거절하지 않고 다 받아 마셨더니 머리가 아팠다.

다음에는 적당히 거절하고 한 병 이상은 마시지 않아야겠다.

 

몇 달 전에 심은 땅콩을 캐어 보니

반 소쿠리도 나오지 않았다.

심심풀이 땅콩처럼 양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잎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계몽아동문학회 회원인 유은경씨가 새 동시집을 펴냈다.

<짱뚱어야, 놀자> 섬아이 발행

 

이 동시집에서 마음에 든 동시 두 편을 소개한다.

 

<날씨 전문가>

                       유은경

 

우리 할머니 어렸을 때

일기예보 하는 불가사리를 봤대

 

단풍잎 같은 불가사리가

바위에 뿔 하나만 붙인 채 대롱거리며

곧 비가 와요, 서두르세요!

신호를 보내곤 했대

 

바다일 하던 어른들은

그물 걷고 돌아갈 채비를 했대.

 

-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단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



* 사람이든 동물이든 하찮은 존재는 없다.

누구나 한 가지 재주는 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재주를 갈고 닦아

이름을 빛내야 할 것이다.

 

 

<최고 낚시꾼>

                       유은경

 

내 머리 위에 낚싯대

낚싯줄 끝에 살랑살랑

흰 밥알 같은 미끼

 

어서 오렴

오징어 성게 불가사리야

 

덥석!

와구와구 냠냠

꿀꺽!

 

나는 바다 속 최고 낚시꾼

아귀다

    

 

* 아귀 얼굴 앞에 꽂아둔 밥알은 가짜 미끼다.

그것에 현혹이 되어 덜컥 물면 목숨을 빼앗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이 편리하다고 장시간 들여다보면 눈을 버린다.

백내장 녹내장 수술할 때가 되어서야 후회해봐야 이미 늦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을 흔히 보는데

난청과 이명이 그냥 오는 게 아니다.

자신이 자제하지 않으면 의사가 수술로 경고해준다.

 

술과 도박, 오락, 쇼핑 중독, 식탐 등....

자신을 꾀는 것에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된통 고생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산에 가는 날에는 백양산을 찾아갔다.

아직 한 번도 가지 않은 코스를 골랐다.

설령 갈을 찾지 못하고 헤맬지라도 즐거운 놀이라고 생각하면 그조차도 즐겁다.



괴테가 지은 <파우스트>의 핵심은

인간이 노력하면 할수록 방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다르게 말하면, 인간이 무엇을 지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목표한 것을 바로 이루지 못하고 오래 헤매다가

이루기 때문이다.

,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은 갈 곳이 있다는 말이다.


결국은 자기가 원하던 곳에 도달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목표를 가진 사람은 마땅히 헤매고 수고할 각오를 해야 한다.

단번에 해내고 쉽게 이루려는 사람은 큰꿈을 품을 자격이 없다.

 

어린이대공원 안으로 들어가서 바람고개를 거쳐 정상으로 올라갔다.

계속 오르막길이었지만 즐겁게 올라갔다.

 

중간에 공룡 발자국 유적도 보았다.

바위에 발자국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익룡 종류라고 하는데

사람도 이 세상에 왔으면 좋은 일을 한 흔적을 남겨야 하리라.

 

백양산 정상을 거쳐

구포 시장 쪽으로 내려갔다.

마침 장날이라 사람이 붐볐다.

한산할 때보다 흥청거리는 시장 분위기가 보기 좋았다.

멸치와 대구, 감초, 은행, 고구마, 표고버섯을 샀다.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자제하지 않으면 지갑을 다 털릴 판이다.

등산도 하고 먹거리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