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창작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911회) 남보다 덜 가져라

凡草 2018. 12. 16. 21:32


   2018, 1216, 일요일, 흐리고 비

 

   (범초산장 이야기 911) 남보다 덜 가져라

 

글나라 동화교실 가을학기 종강을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한다.

종강할 때마다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데

이번에는 책갈피 만들기를 하기로 했다.

 

달님반에 나오는 박정화씨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몽당연필이 달려있는 깜찍한 책갈피다.

이런 재료를 어디서 파는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글나라 부근에 있는 알파 문구점에서도 팔았다.

 


수요일과 목요일에 쓸 나뭇가지를 범초산장에서 잘라왔다.

기왕 잘라온 김에 나도 재료를 구해 시험 삼아 만들어 보았다.

솜씨는 별로지만 비슷하게 만들었다.

아이스바에는 색칠을 하는 대신에 치자를 끓여서 치자물을 들였다.

예전에는 이런 일을 즐기지 않았는데 요새는 이런 일이 재밌다.

놀이하듯이 몇 개를 만들었다.

 


글나라 동화교실 해님반 회원인 남경희씨는 일본어학과 교수 출신인데

그림도 잘 그린다.

어렸을 때 그림을 잘 그렸는데 부모님 반대로 미대에 못 가서

퇴직을 한 뒤에 미술 교실에 가서 배웠단다.

요즘에는 동화를 쓰느라 잠시 그림을 쉬고 있다고.

앞으로 그림책을 많이 지으면 좋겠다.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릴 수 있으니.

내년 1월에 남경희씨 부부와 오키나와 여행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새해가 기대된다.

 

아름다운 동시교실에 다니는 이서영씨가 첫 동시집을 펴냈다.

이서영씨는 오래 전에 글나라에도 다녔는데,

박 일 선생님한테 배운 뒤로 천강문학상에도 동시가 당선되고

그동안 쓴 동시를 모아서 첫 동시집을 만들었다.

성격이 차분하고 조용한 분인데

동시들이 수더분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서영씨 동시집에 있는 동시를 몇 편 소개한다.

 

<소문 잠재우기>

                      이서영

 

민호가

나쁜 애라는

문자가 나돌아서

진짜 그런 줄 알았다

 

배 아파서 웅크리고 있을 때

보건실 데려다 주고

교실 바닥에 흘린 열쇠

민호가 찾아준 날

 

나는

친구들에게 새로운 문자 날렸다.

 

-알고 보니

민호 꽤 괜찮은 애더라

 

 

<아빠 마음에 심은 꽃>

                                  이서영

 

일하다 사고 당한 우리 아빠

마음까지 약해지셨나 봐요

술을 약처럼 드시다

술 없이 아무것도 못하셨지요

 

우리 가족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철따라 꽃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던 엄마는

아빠 마음에도 꽃씨를 심었어요

 

꽃을 돌보듯이

아빠의 상한 마음을 보듬어 주었지요

아주 오랫동안

 

드디어 아빠 마음에 꽃이 피던 날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 희망이 없는 사람은 꽃씨를 심지 않는다고.

 

 


<고마운 일>

                   이서영

 

- 할아버지!

큰 소리로 부르며

달려가 포옥 안겼더니

 

- 고맙다

- 뭐가 고마워요

- 나이 들면 알게 돼

 

누군가 안아주는 것

누군가 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동안 바빠서 범초산장에 못 갔는데

오늘 들어갔다.

계곡물에 가득 떠 있던 낙엽들이 다 가라앉았다.

역시 시간이 말을 해준다.

시간이 지나면 가만히 놓아두어도 저절로 해결이 된다.

 


미나리 통에 담겨 있는 물이 꽁꽁 얼어 있는데도

미나리가 파랗게 살아 있다.

몇 년 전에 심어 놓은 속새도 많이 번졌다.

 

두충나무가 산장에 한 그루도 없어서

묘목을 구해다가 심었다.

홍수방지를 위해 하천부지에 두 그루 심고

나머지는 옆산에 갖다 심었다.

 

겨울이라 얼어서 물통에 있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작은 물통을 들고 계곡으로 내려가서 2통 떠 왔다.

나 혼자라면 하루 종일도 2통으로 충분하다.

이런 것도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운동 삼아 한다고 여기면 재미있는 놀이다.

 

동화 쓰는 제자들이 찾아온다고 해서

점심을 준비하기로 했다.

오늘 메뉴는 단호박찜 밥에 닭고기 셀러드다.

반찬은 고추나물 무침과 표고버섯 볶음을 만들었다.

솜씨는 부족하지만 제자들이 잘 먹어주어서 고마웠다.

 

그동안 나한테 잘해주어서 신세를 갚으려고 불렀는데

도리어 좋은 선물들을 들고 왔다.

빈손으로 오라고 했는데도 선물을 가져왔으니

혹 떼려다 붙인 격이 되고 말았다.

 

내가 욕심이 많은 편이라

나이 들어가면서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사람의 욕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돈 욕심, 사랑 욕심,

해준 것에 비해 더 받길 원하는 마음,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

작은 상처를 입으면 자존심이 상해서 험악한 마음을 품는 것,

만족을 모르는 마음 등....

항상 이런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누군가와 무엇을 반으로 나눌 때

5050으로 공평하게 나누어도

대개는 자신이 적게 받았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자신이 40를 차지하고 상대방에게 60을 주면

그제야 만족스럽게 여긴단다.

항상 그런 태도로 살아가면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받게 된다고.

 

오늘은 베풀려다가 도로 받고 말았는데

제자들에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즐기면서

살아갈 생각이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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