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920회) 좋은 사람을 가까이 해야 행복하다!

凡草 2019. 1. 17. 08:13


    2019, 114, 수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920) 좋은 사람을 가까이 해야 행복하다!

 

  115, 화요일

아침을 먹고 또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교수가 운전을 했지만 요 며칠은 왕선생님이 운전을 맡았다.

오른쪽 운전대 경험을 쌓아두려고 일부러 운전을 자청했다.

  다음에 일본 오면 렌터카를 빌려서 여행하기에 편할 듯....

 

 

   오전에는 수리성을 보았다.

  보기보다 볼게 많았다.

   오끼나와 3대 관광지 가운데 하나라고.

  성안으로 들어가서 관광할 때는 신발을 벗고 돌아보았는데

코스가 다양하고 자스민 차를 시음한 일이 좋았다.




  이건 일반 관광객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일부러라도

들러보길 권한다. 값도 1인당 320엔 정도라 큰 부담이 없다.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자스민 차를 여러 번 리필 해주었다.

 


  성을 돌아보고 나오다가 털머위에 벌이 많아서

비닐봉지로 몇 마리를 잡았다.

  유여사가 엊그제 배탈이 났을 때 벌을 잡아서 벌침을

놓아주었더니 바로 나았다.

 가벼운 병은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자연요법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나도 그래서 벌침을 배워서 익혔다.

 한 때는 시험 삼아 50방까지 맞은 일이 있는데, 그런 노력 덕분에

지금은 네 방 정도는 맞아도 전혀 붓지 않는다.

  유여사도 만약을 몰라서 벌침을 적응시켜두었는데, 어제 오랜만에 맞았는데도

 거의 붓지 않았다. 한 번 적응이 되면 가렵지 않고 부어 오르지도 않는다.



  오늘은 왕선생님한테 두 방을 놓아주고 나도 백회혈과

합곡혈에 두 방씩 네 방을 맞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물을 갈아 먹고 탈이 날 수도 있으니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산으로 돌아온 뒤에도 피곤하지 않고 생생하다.

 

  점심은 샤브샤브 집에 들어가서 배부르게 먹었다.

관광도 좋지만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숙소에서도 경희씨가 다양한 요리를 선보여서 감사히 먹었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에 경희씨가 제일 고생 많이 했다.

요리 담당에, 길안내에, 게다가 우리가 낸 경비를 알뜰하게 쓰는 경리 담당까지

 잘 해주었다. 마치는 날에는 꼼꼼하게 결산까지 해 놓아서 깜짝 놀랐다.

 

  여러 가지 볼거리를 돌아본 것도 좋았지만 저녁을 먹고

과일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더 재미있었다.

  나와 유여사가 교제를 시작하게 된 과정부터 시작해서

결혼하고 몇 년 안 되었을 때 이야기까지 숨김없이 다 털려 나왔다.



  그 무렵, 주택에 살았는데 어느 날 대문 쪽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때 내가 나가보았어야 했는데, 공연히 유여사에게 나가보라고 했다가

두고두고 핀잔을 들었다. 등산을 같이 다닐 때도 유여사를 앞장세우고

나는 늘 뒤에 따라다녔는데, 이것도 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지만

 유여사는 내가 무서워서 자기를 앞장 세웠다며 틈날 때마다 공격거리로 삼았다.

이걸 듣고 일행이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선생님한테 그런 비밀이 있었는 줄 몰랐네요. 하하하!”

모두가 웃으니 어쩌겠는가! 내가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는...

경희씨, 이거 여기서만 듣고 조용히 해주세요. 다음에 글나라 개강하면

수업 마치고 식사하러 갈 때 밥 사줄게요.”

내 농담에 모두 또 웃었다.



  다음에는 이교수가 경희씨를 사귀게 된 이야기.

동경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이교수가 유학생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경희씨가 아주 참하게 보였다고.

  잘 사는 집 학생들은 돈 쓸 궁리나 하고 공부 대신 술 마시러 다니거나

노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는데, 경희씨는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었단다.

  얌전한 경희씨한테 불량스런 학생들이 자꾸 작업을 걸려고 하자

이교수가 애가 타서 보호해주다가 점점 가까워지게 되었단다.

  성격이 활달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던 이교수는 숙제할 시간이 없어서

경희씨한테 종종 부탁해서 다 떼웠다나. 그래서 담당 교수도 악필이었던

이교수 필체를 모르고 경희씨가 제출한 과제를 보고 글씨 잘 쓴다고

칭찬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해서 한바탕 웃었다.

 

  그 다음에는 시골에 살던 왕선생님이 도시에 살던 우리아씨와 결혼하게

된 이야기.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왕선생님이 목사님 소개로 우리아씨를 만났는데,

첫눈에 반해서 결혼하게 되었단다. 자신을 좋아하던 시골 여성이 있었지만

거기는 마음에 안 들고 도시 여성이라 세련된 우리아씨가 마음에 들었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웃었는데 처음에는 서먹했던 사람들이

여행과 대화를 통해 한층 가까워졌다.

  그래서 봄이 되면 범초산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5박 6일의 여행을 마치는 날 밤에는 일행들이 송별회를 열어주었다.

 포도주와 맥주를 마시면서 다같이 건배했다.

 "오늘같이 좋은 날~~,  흔치않아, 흔치않아!"

 


 여행을 마치고, 116일 오후에 부산으로 돌아왔는데,

정들었던 일행이라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했다.

  경희씨와 우리아씨 부부 덕분에 편안하고 행복한 여행을 해서 감사하다.

이런 인간관계를 맺게 해준 것도 알고 보면 동화 덕분이다.

두 분이 동화교실에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날과 오늘 돌아오는 날 식사 시간에는

왕선생님이 목사라서 감사 기도를 드렸는데,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제자들에게 동화지도를 잘 하게 해달라고

빌어주었다. 그 기도를 들으니 어깨가 무거워졌다.

 좋은 사람을 가까이 하면 행복하다.

 앞으로도 인맥을 조금씩 넓혀 나갈 생각이다.

 아름다운 인연 덕분에 새해 1월부터 멋진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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