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90편** 나쁜 일은 좋은 일로 가는 징검다리!

凡草 2005. 7. 10. 22:32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비도 적당히 오면 좋지만  계속 내리면 지겹다.
 내 마음의 장마도 제법 오래 계속 되었는데 마침내 환한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산마루를 팔고 새로운 땅을 보러 여기 저기 다녔는데 돈이 넉넉하지 않으니 좋은 땅을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 석잠풀 >


한 번은 어느 부동산 소개업자를 따라 언양을 지나 경주 산내에 갔는데 문복산 자락의 임야를 둘러 보았다. 말이 임야지 족구장으로 쓸만큼 평평하고 넓적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평수는 256평이었는데 생각보다 넓어보였다. 뒤는 1000미터나 되는 문복산이 있고 앞산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부근에는 이미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어서 전원주택 자리로는 안성맞춤이었다. 평당 가격은 16만원. 아내도 마음에 든다고 해서 그 임야를 사기로 하고 계약을 했다. 거리는 부산에서 74킬로 정도인데 부산에서 언양까지의 고속도로가 곧 4차선으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어서 교통편도 괜찮을 것 같았다. 계약금은 1150 만 원을 주었는데 집을 짓지 못하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 쇠물푸레 나무 > 나는 관리지역으로 되어 있는 그 임야를 계약하자 마자 관할 관청인 경주 시청에 가서 '산지 전용 허가'를 받으려고 하였다. 시청에서는 건축설계 사무소에 가서 의뢰하라고 안내해주었다. 부근에 있는 토목측량 설계소에 가서 400만 원에 산지 전용 허가를 받기로 하고 선금으로 200만 원을 주었다. 여기까지는 일이 척척 잘 진행되어서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땅도 퍽 마음에 들고 곧 시골집을 짓게 되나보다 하고 기뻐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며칠 뒤에 측량을 맡은 설계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가 본 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분명히 편편한 족구장으로 알고 샀는데 측량을 해본 설계 사무소 말로는 그 밑의 푹 꺼진 땅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다 하천 부지에 붙어 있어서 쓸만은 땅은 150평도 안 된다고 했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즉시 부동산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더니 원래 본 땅이 맞다며 다시 측량을 해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측량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참 답답했다. 이거 부동산 사기에 휘말린 것은 아닌지. 그때부터 초조한 시간이 흘러갔다. 몇 번이나 독촉을 해도 자꾸 시간을 끌어서 결국은 계약을 무시하기로 했다. 경주 설계 사무소엔 측량비로 들어간 50만 원을 빼고 150만 원만 돌려 받았고, 부동산에 아무리 따져도 발뺌을 하더니 나중에는 한 달 뒤에 돈을 돌려 주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부동산 허위 중계로 인한 계약 무효를 선언하고 돈을 돌려 달라는 글을 써서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그랬더니 부동산 측에서는 20일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사정을 하였다. 나는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려다가 그 말을 믿고 기다려주기로 했는데, 그런 소동 때문에 결국 경주 산내 땅은 물 건너가 버리고 그 대신 다른 땅이 내게 나타났다. <말채나무>

그 뒤에 이곳 저곳을 알아 보다가 밀양 무안면 운정리에 있는 집을 보게 되었는데 땅도 넓고 거의 새집같은 집까지 있는 곳이라 한 번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시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도 그 집을 보더니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마도 우리가 이 집을 사려고 그 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었나 보다. 만약에 경주 산내땅을 순조롭게 샀더라면 집을 짓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 뒤에는 좋은 일도 오게 되는 모양이다. 산마루에 와서 나무를 캐어간 도둑과 산내 땅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소개한 부동산 업자때문에 밀양 집을 장만하게 된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때는 내 속을 엄청 뒤집어 놓은 사람들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이 모두 고맙다. 안 좋은 일도 알고보면 좋은 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나보다. 이제 마음에 드는 시골집을 곧 사게 되었으니 안 좋은 감정들은 다 털어버리고 싶다. 뭐니 뭐니 해도 산마루가 제일 고맙다. 산마루 덕분에 그걸 팔아 새로운 시골집을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꿈을 간직하고 끝까지 애썼더니 마침내 결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늘 바라던 전원 생활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