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동문학인협회 발행 <아동문학> 제22호(가을호)/2005년
*한국아동문학의 핵: 문삼석 편
-문삼석의 삶과 문학/오순택 .글-
아름다운 사람은
주변을 아름답게 밝힙니다
#좋은 사람됨의 5가지 조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 하거나 노여워 하지 말라>
진정한 삶이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기에 우리는 때로는 타인의 삶에 나를 비춰 보기도 하지요.
① 詩를 지을 수 있는 자 ②담론(談論)이 능한 자 ③화심(畵心) 있는 자 ④노래를 부를 줄 아는 자 ⑤주도에 통하는 자.
중국의 석학 임어당(林語堂)이 제시한 좋은 사람이 되는 5가지 조건이지요.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 그래 있지요.
꽃보다 아름다운. 감촉이 있고 묵묵한 詩 같은 . 나뭇가지 사이로 조금씩 조금씩 얼굴을 내 보이는 초승달 같이 말이 없는. 그런 사람을 만나 보세요.꼭-.
사람은 詩처럼 살아야하고 그림처럼 생각해야하며 음악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했던가요.
<문삼석씨의 삶과 문학>을 <나와의 만남>으로 풀어 보려고 해요. 감히 그분의 삶을 이야기 할 수 없기에-.
#인간 그리고 참 진(眞)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은 아름다움이지요.
문삼석씨와 나와의 만남은 詩이며 별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인생에 있어서 시와 별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나요.
사람이니까 외로워 할줄도 알고 사람이니까 화를 낼줄도 알아야 하지요. 그런데 문삼석씨는 그런건 모르는 분이지요. 단점이 많은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장점이 있는 사람은 또 그런대로 모두를 아우를 줄 아는 가슴을 가진 분.
문삼석(文三石)씨.
내가 문삼석씨를 처음 만난것은 82년 5월,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회 계몽아동문학상 시상식에서 였지요.그때 처음 만난 사람이 문삼석씨 말고도 김문홍, 임신행, 박원돈, 김숙희씨 였지요.
나를 포함해서 여섯 사람은 제1회 계몽아동문학상 수상 동기에요. 그땐 인사만 하고 헤어졌지요. 문삼석씨는 광주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얼마만큼의 세월이 흘러 갔을까. 91년 8월, 계몽아동문학회를 창립하고 문삼석씨는 회장을,나는 사무국장을 맡으며서 부터 우리는 실과 바늘 같은 그런 관계를 가졌다고나 할까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내가 문삼석씨와 가까운 것으로 문단에 알려진 것 또한 내게있어선 하나의 행복이지요.
우리는 흔히 문학을 하련면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요. 인간이란 단어 그대로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닌가요. 어느 시인의 詩句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엔 강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 강을 인간답게 건너가서 교류를 하는 사람만이 인생의 의미를 알고 삶을 아름답게 가꿔가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만남. 그리고 좋아 한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멋 아닌가요.
사람과 작품.
둘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지상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말하지요.
내게있어 문삼석씨와의 만남이 그런것 이지요.
참 진(眞)
.
#시의 향기, 인간의 향기
92년 1월,충무에 있는 수국에서 계몽아동문학회의 세미나가 있었는데 그때 동화작가 김향이씨의 모친이 오셔서 하루를 겪어 보시더니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으신 분>이라고 하여 그후부턴 문삼석씨에겐 또 하나의 수식어가 붙었지요.
그분의 童詩 또한 얼마나 밝고 청정한가요. 척 작품집 <산골물>에서 부터 최근 많이 읽히고 있는 <우산 속>을 비롯 <바람과 빈 병>에 이르기까지 어느 작품 하나 진귀한 인간성과 걸맞지 않은 작품은 없지요.
그분의 동시에서처럼 그분에게선 딱이 무엇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향기 같은 것이 풍기지요.
문삼석씨는 마음이 담백(淡白)한 시인이지요. 마음이 담백하니까 남을 배려 하는 것 또한 깊고요. 그분은 나를 吳詩人이라고 부르지요. 단 한번도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지요. 상대방의 호칭 하나에도 남을 배려하는 깊은 마음이 배어 있지요.
#국어 교과서에 詩 6편 수록돼
현재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문삼석씨의 시가 6편 실려있지요. 우리나라 문인 중 교과서에 시가 가장 많이 실려있는 문인이지요.(시인, 소설가 포함해서)
기린하곤 아무도
숨바꼭질할 순 없어.
멀리 가 숨는대도
겅중겅중 몇 걸음에 쫓아 올 테고,
나무 위에 숨어 봤자
와삭와삭 잎들을 먹어치움 그만이지.
굴 속이라고
별수 있겠어?
긴 목 쑤욱 들이밀고
'여기 있다.' 금방 찾아 내고 말 텐데....
-<기린하곤(문삼석)>전문-
난 꼬마도 될 수 있고
엄청난 거인도 될 수 있다.
아파트 벽쯤 단숨에 오르고
물 위를 벌렁 누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난
혼자서는 안 논다.
꼭꼭 누구랑 같이 논다.
누구가 누구냐구?
바로 너지 누구야.
언제나 너를 따라
함께 노는 나.
그럼 난 누구게?
-<그림자(문삼석)> 전문-
바람이
숲 속에 버려진 빈 병을 보았습니다.
"쓸쓸할 거야."
바람은 함께 놀아 주려고
빈 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병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보오, 보오."
맑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바람과 빈 병(문삼석)> 전문-
*<그만뒀다>(1~2 읽기)
*<기린하곤>(2~1 쓰기)
*<그림자>(3~1 말하기.듣기)
*<개구쟁이>(3~2 말하기.듣기)
*<바람과 빈 병>(4~2 말하기. 듣기.쓰기)
*<정자나무>(5~2 말하기. 듣기.쓰기)
6학년 국어 교과서에만 시가 실려있지 않고 1학년 부터 5학년까지 모도 실려있지요.
시의 진폭이 그만큼 넓다는 것 이지요.
그리고 문학상도 우리나라 문인 중 가장 많이 받았지요. 대한민국문학상을 비롯해서 가톨릭아동문학상까지, 한국 아동문학 관계 상은 모두 석권할 정도로 그분의 동시는 한국아동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지요.
문삼석씨는 천상(天上)의 목소리를 가진 시인이에요.
누군가가 내게 묻더군요.문삼석씨하고 성격을 비롯 모든 것이 다른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가깝느냐고요.
뙤약볕에 연한 과일이 익고 고두밥과 누룩이 합쳐지면 술이 익는 것처럼 상반된 것이 때로는 고운 선율(旋律)을 만들지요. 몸통이 커다란 첼로에서 보랏빛 음율(音律)이 튕겨져 나오듯 말이에요.
아마 나와 문삼석씨도 그런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만남, 그 아름다운 인연
문삼석씨는 슬하에 남매를 두고 있지요. 아들을 결혼 시킬 때가 되었는데 소식이 없어 물었지요. 양가 가족만 참석, 조촐하게 예를 치뤘다는 겁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누(累)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였겠지요. 그러나 그분은 다른 사람의 애경사는 절대 놓치지 않지요. 얼마전 나의 아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있는데 제일 먼저 달려 온 분이 문삼석씨 였지요.
나는 문학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문삼석씨에게 많은 것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지요. 문삼석씨와 나와는 또 하나 인연이 있지요. 그분이 광주에 계실 때 나의 막내 삼춘(吳在東시인)과 가까이 지냈었지요. 그런데 서울에 와선 또 나와 가까이 계시니까요.
문삼석씨는 박홍근선생님을 한달에도 여러번 찾아 뵙고, 문안을 드리지요, 서울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하기란 쉬운일이 아닌데도 말이에요. 자기 친부모님도 자주 찾아가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지 않던가요. 그런데도 문삼석씨는 박홍근선생님을 극진히 모시지요. 우리가 본 받아야할 일이 아닌가요.
#돌 돌 돌 산골물 흐르는 소리
이 사실은 이 지면에서 말하면 않되는 것인데요. 계몽아동문학회에서 제정, 시행하고 있는 황금펜아동문학상도 문삼석씨가 매년 1백만원을 내 놓고 있지요.(계몽회원들도 모르는 일임)
<문학을 해서 얻은 만큼, 후배에게 돌려 주어야한다>며 황금펜아동문학상 제정도 그분의 발의로 이뤄진 것이지요.
文三石! 돌 세 개.
詩도 인생도 완전무결한 자연스러움에 도달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은 이렇게 주변을 아름답게 밝히지요.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분.
그런 사람과 가까이 있는 사람도 무척 행복 하답니다.
윤석중선생님은 문삼석씨의 동요시집 <산골물>의 머릿시에 이렇게 적어 놓았네요.
돌
돌
돌
산골물 흐르는 소립니다.
돌
돌
돌
산골물을 따라 맑고 밝은 시가 우리 마음 속을 흐르는 소립니다.
돌
돌
돌
이 책을 지어 내신 삼석(三石)님 이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립니다.
돌
돌
돌
정하고 정답고 아름다운 삼석님 시가 산골물을 따라 우리 나라를 돌고 돌고 또 도는 소립니다.
<1967.9.1 새싹회 방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