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왼손도 모르게라는데...

凡草 2005. 12. 19. 21:04




눈이 너무 내려서 올라갈수나 있을지 모르는 곳을 찾아갔다
다행이 높은 차여서 씩씩하게 올라는 갔는데
가는 동안 내내 눈이 내려서
하마트면 갇힐 뻔 하였다
허기사 이왕지사 갇힐려거든 이곳에 갇혀뿔면
걸레라도 빨로 청소라도 하자 맘 먹으니 별로 걱정도 안되었다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다가는 참말로 못오것다 싶었는데
그래도 남자분이 운전을 하니 그런대로 잘 내려오셨다
언젠가 TV 인간극장에 방영했던
무학스님의 동자승들이 있는 백화도량 해인사엘 갔다
그동안 그렇게 많이 늘어날줄을 꿈에도 몰랐다
고만고만한 파르라니 깍은 스님이 마흔 아홉명
무학스님과 정신건강이 온전하지 못한 여자보살 두명과
공양주 보살 한 분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은 휴가중
그래서 우리는 늘어난 동자승을 보면서 한숨밖에 안나왔다
그래도 다행이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아이는 그리 많지않아보였다
점심공양때 보여준 질서는 여느 어른들 못지 않았지만
더주라고 밥그릇을 들고 오고 또 오고 일곱번까지 오는 아이들을 보며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저 아이들의 배를 무얼로 채워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돌아서서 놀고 공부하는 모습에 가슴이 찡하다
관세음보살을 외며 한줄로 들어오는 모습에서
감사기도를 드리는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과 사뭇 다른 감정에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한숟갈이라도 더 먹여보내려고 하면 무슨 벼슬인양
엄마한테 무기인양 밥 먹기싫다고 투정부리는 우리아이들
이제는 밥 안먹겠다면 무조건 거두기로 맘 먹었다
왼손이 모르게 하라했는데 나는 이곳에 맘을 덜어 놓는다
그애들은 허기진 마음에 부처님말씀을 외우며 이 밤도 잠들것이다
부디 그애들에게 건강하고
서로 싸우지 않고 잘 지내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무학스님 공양주보살님 그리고 휴가중인 선생님이 어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으면 합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출처 : 오지게 사는 촌놈
글쓴이 : 시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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