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23일 목요일 맑음
<< 아주 천천히 느리게 다가오는 봄 >>
부산 근교에는 개나리와 목련이 활짝 피었는데 내가 사는 노루실 마을에는
아직도 봄이 느껴지지 않는다.
옆집에는 산수유 꽃도 피었던데 우리집 마당은 아직도 겨울이다.
봄은 정말 아주 천천히 느리게 다가오고 있다.
며칠 전만 해도 얼마나 추웠는지 모른다. 부산에는 낮 기온이 15도까지
올라갔는데 범초산장에는 아침에 마당의 물이 얼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일요일 낮에는 햇살이 참 포근했다.
산속 마을이라 그런지 일교차가 심하다.
봄이 금방 온 듯 하면서도 아침 저녁으로는 손끝 시린 추위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에 나무에서 꽃이 피지 않았다.
매실과 앵두 나무를 살펴보니 꽃망울이 좁쌀만하게 맺혔으나 좀처럼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야 매실나무에서 비로소 한 송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무들은 추위를 이겨내면서 아주 조금씩 꽃봉오리를 밀어 올린다는 것을
알았다. 난 여태까지 나무들이 봄이 되기만 하면 꽃을 척척 피워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무들은 얼음이 어는 강추위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아주 조금씩만 꽃봉오리를 키워냈다. 지루할 정도로
조금씩만.
그런 꾸준한 노력이 있어서 꽃을 활짝 피워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들이 척척 성공하는 것 같지만 얼마나 많은 밤을 고통과 번민 속에서
보냈을까? 자신이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직 그만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꽃샘 추위 속에서도 쉬지 않고 꽃망울을 키우는 나무들처럼 사람도 그러해야
하리라.
시련을 극복하고 최선의 노력을 쏟아야만 어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 어린이 문예 5, 6월호에 발표될 내 동화
(개똥나무)에 등장하는 앵두 나무 >

그 동안 날씨가 추워도 기름을 아끼느라 보일러를 제대로 틀지 않아서 더 고생
했는데 이젠 아침 저녁에도 날씨가 많이 풀어졌다.
멀리서 출퇴근하느라 힘들었고 추워서 기를 펴지 못했는데 차츰 적응이 되어
가고 있다.
반찬도 양배추 샐러드만 주로 해서 먹었는데 아내에게 달걀찜 하는 것을 배워
내 손으로 난생처음 달걀찜을 만들어 먹었다.
다음엔 두부를 넣고 된장찌개도 끓여볼 것이다.
진이도 처음엔 낑낑 대고 외로워하더니 시골 생활에 적응이 되어가는지
어쩌다 짖기도 한다.
아침에 풀어 놓으면 이리 저리 달리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노루실에 온 뒤로 개의 털빛깔이 더 반들반들해졌다.
< 꽃봉오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는 살구나무 >

< 꽃 송이 하나가 처음으로 핀 매실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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