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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편 === 진이야, 나가면 안 돼!

凡草 2007. 2. 24. 21:32
  < 2007년  2월 24일 토요일  맑음 >
  진이야, 나가면 안 돼!
 진이를 늘 꽁꽁 묶어 두고 1주일에 한 번씩 다니려니
글나라 회원들이 혼자 사는 개가 불쌍하다고 야단들이다.
 나도 직접 살면서 키우면 좋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안타깝다.
 그렇다고 가족과 떨어져 개와 둘이서 사는 것도 쉽지 않고
 어쨌거나 하루라도 빨리 노루실로 이사가야 하는데
 당장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진이를 줄로 안 묶어 놓고 키우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았는데 쉽지가 않았다. 대문을 막아봐야 담벼락 틈으로 나가 버리고 옆에 개울이 있어서 그리로도 나간다. 집 전체를 다 개방하는 건 무리가 있어서 할 수 없이 개 사육장을 만들기로 했다. 굵은 철망을 사다가 직사각형으로 만들면 될 것 같았다. 아내는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라고 찬성을 안 하더니 내가 철물점에 가서 철망을 사오고 철사와 철사를 끊는 카터기까지 사와서 작업을 밀어붙이자 애가 쓰이는지 나와서 도와주었다. < 펜치, 카터기, 철망을 묶을 철사 >
개집을 중심으로 직사각형 모양으로 쇠 파이프를 6개 박아 놓고 철망을 쳐 나갔다. 쇠 파이프는 농기구 제작소에 가니까 하나에 천 원씩 잘라주어서 큰 돈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철망은 자그마치 하나에 만 원씩 4개를 샀으니 무려 4만 원이 들었다. 돈이 좀 들긴 했지만 개의 자유를 위해서는 부득이한 일이었다. 철망을 다 둘러쳐 놓고 보니 쇠파이프 만으로는 단단하지 않아서 대나무를 잘라서 기둥과 아랫 부분을 보완하였다. 카터기로 굵은 철사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에 펜치로 철사를 뱅뱅 돌려서 고정을 시켰다. 철사 작업을 몇 십 개나 하고 나니 체력이 바닥나서 한참 쉬어야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진이가 그전보다 더 편하게 살 것을 생각하니 기뻤다. 이제 남은 문제는 진이가 계곡과 맞닿은 돌을 타고 빠져나가면 아무 소용이 없다. 최대한으로 못 빠져 나가게 틈을 막았지만 이번 작업의 성공 여부는 다음에 와 봐야 알 수 있다. 우리가 실컷 작업을 해 놓았는데도 개가 밖으로 빠져 나와 버리면 허탈해질 수 밖에 없다.


진이야, 제발 내 성의를 봐서라도 철망 안에서만 자유를 누려다오! 진이가 심심하지 않게 개를 한 마리 더 갖다 놓고 싶었지만 지금 진이가 임신을 한 것 같아서 더 두고 볼 참이다. 진이야 네가 강아지를 낳으면 딸은 한 마리 남겨 놓을 테니 오손 도손 잘 지내거라. 그때까지만 참아라! 너만 고독하고 외로운 게 아니라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같은 사람도 때로는 고독할 때가 많다. 현대인들은 도시에 갇혀 고독하고 사람들과 대화가 단절되어 외롭다. 너는 비록 외롭긴 하지만 대나무 숲 속에서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고 사니 다른 개들보다는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이다. 나는 시골에서 사는 너의 신세가 참 부럽다. 어설픈 솜씨로 만든 엉성한 사육장이지만 너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만들었으니 그 안에서 잘 참아주기 바란다. 만약에 철망을 만들었는데도 빠져 나간다면 다시 묶어 놓을 수밖에 없다. 다음에 다시 올 때까지 잘 있어라! 안녕!




한참 쉬다가 밖으로 나가 냉이를 캤다. 냉이가 아직 많이 크지는 않았지만 밭에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작년에는 냉이와 지칭개, 뽀리뱅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다 캐었는데 이젠 다 구별할 수가 있겠다. 그래서 냉이만 골라서 캤다. 한 두 끼니 국 끓여 먹을 만큼만 캐서 집으로 돌아왔다. < 반갑다, 냉이야!>
< 새순이 올라오는 원추리>
<아직 꽃망울만 맺혀 있는 매실나무 >

< 노루실 저수지 옆에 감나무 과수원 746평 짜리를 주인이 팔려고 내놓았단다. 저수지를 앞마당처럼 쓸 수 있는 곳이라 탐이 나는데 관심이 있는 분은 한 번 구경하러 오세요! ... 밀양시 무안면 운정리 노루실 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