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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쟁이, 너도 진돗개니? (174회)

凡草 2007. 9. 30. 23:04

   똥쟁이, 너도 진돗개니?
 < 2007년 9월 29일 토요일 흐림 >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어서 마음이 즐거웠다.
<단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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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잘 자란 로즈마리>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침을 먹고 효소를 담기 시작했다. 배초향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그냥 보기가 아까웠다. 배초향은 방아잎이라고 불리는데 향이 너무 진해서 그냥 먹을 수는 없지만 효소를 담으면 쉽게 먹을 수 있다. 배초향을 꺾어서 물에 씻은 뒤, 설탕과 함께 항아리 속에 집어 넣었다. 마침 배롱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그 꽃도 같이 넣었다. 밭에 부추가 웃자라서 꽃이 피었길래 부추도 베어다가 같이 넣었다. <배롱나무 꽃도 효소로...>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차즈기와 배초향을 효소로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빈 항아리가 재료를 담고서...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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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는 한 가지만 넣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것을 섞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서로 다른 성분이 상승 작용을 하게 되니까. 사람도 여러 사람이 모여야 재미가 있듯이 효소도 그러할 것이다. 효소를 담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쉬운데 나도 그 동안에 많이 담지 못했다. 다른 일에 바빠서 다음에 담지 하다가 시기를 놓쳐 버리기가 일쑤였다. 부뚜막에 있는 소금도 집어 넣어야 짜다는 속담이 있는데, 노루실에 아무리 많은 야생초가 피어 있어도 보기만 하고 유리병 속에 집어 넣지 않으면 효소가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일을 못하더라도 효소는 꼭 담기로 한 것이다. 병이나 항아리 속에 노란 설탕과 재료를 1:1로 집어 넣고 나서 석달이 지나면 저절로 숙성이 되어 효소가 된다. 효소는 설탕 성분이 올리고당과 포도당으로 분해 되기 때문에 몸에 이롭다. 보통 사람은 3개월만 지나도 먹을 수 있지만, 당뇨병 환자는 6개월이 지나서 완전히 숙성된 효소를 먹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3개월이 지난 뒤에 효소를 걸러서 페트병에 담아 놓고, 마실 때는 효소와 물을 1:10으로 섞어서 순하게 한 다음에 마시면 된다. 내가 만든 효소를 마셔보니 맛이 좋아서 먹기에도 좋았다. 배초향 효소를 담아 놓았을 때, 아내가 점심을 먹고 빨리 집에 가잔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신고를 했는데 오늘 오후에 수리를 하러 온단다. 나는 마음이 바빠졌지만 잘 익은 탱자를 보니 탱자 효소도 담고 싶었다. 탱자는 우리 집과 아랫집 할머니 집 사이에 열려 있었다. 작년에도 아랫집 할머니는 하나도 따지 않아서 올해는 내가 따기로 했다. 나 혼자 따려니 힘들어서 아내와 합동 작전을 하였다. 내가 위에서 장대로 탱자 나무 가지를 후려치면 아내가 개울로 내려가서 주웠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30분도 안 되어 한 광주리 주웠다. 이렇게 쉬운 일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으면 저 아까운 탱자가 그대로 낙엽처럼 떨어져서 고스란히 쓰레기가 되었을 것이다. 황금빛 탱자를 보니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겨졌다. 내가 어렸을 적에 두드러기가 자주 났는데 한약방에 가니 탱자를 주전자에 넣고 끓여서 마시라고 했다. 그대로 했더니 두르러기가 씻은 듯이 나은 경험이 있다. 탱자는 피부나 위에 좋다고 하니 처음으로 탱자 효소를 담아 봐야겠다. 집으로 들고 가서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탱자 효소를 담았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1) 미리 설탕을 물에 넣어서 설탕물을 끓여 놓는다. 2) 탱자를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뺀다. 3) 열십자로 자른다. (나는 일손을 덜기 위해 씨도 넣었다) 4) 썰은 탱자를 유리병에 담는다. 5) 미리 식혀 놓은 설탕물을 병속에 붓는다. 6) 그 위에 노란 설탕을 더 부어준다. 설탕을 넉넉하게 부어 주어야 탱자의 쓴맛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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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효소를 담아 놓으니 아직 효소가 되지 않았어도 기분이 좋았다. 황금빛 찬란한 탱자 열매가 우리 집에 들어와 있으니 마치 태양 수백 개가 빛을 내는 것 같다. 노루실의 가을이 우리 방안에 가득찼다. 고마운 탱자여, 너는 가을을 이토록 화려하게 담았는데 나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 집에 돌아왔더니 내가 몇 년만에 낸 동화책이 택배로 도착해 있었다. 책은 추석 전에 나왔지만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서 오늘 책을 받았다. 나는 오랜만에 낸 책이라 퍽 흐뭇했다. 내용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내가 꾸준히 동화를 써온 보람이 있었다. 내가 여태 게으르게 살은 것이 아니고 작품을 쉬지 않고 써 왔다. 하지만 출판할 여건이 안 되어 책을 내지 않고 있으니 남보기에 죽은 작가처럼 보였다. 이렇게 책을 내고 보니 내가 비로소 살아 있는 작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내 원고가 책으로 빛을 보기까지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신인처럼 여러 번 원고를 다듬어야 해서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겸허하게 그런 과정을 다 감수했다. 내가 마치 거듭 태어나는 것 같았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내가 제자들을 바르게 지도하기 위해서는, 알량한 자존심을 갖고 있는 것보다 필요하다면 진흙구덩이속에라도 들어가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그런 마음 가짐으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만들었다. 마침내 책을 받아 보니 내가 애쓴 보람이 있어서 가슴이 뿌듯 했다. 여태까지 단편은 250편 이상 썼고, 장편은 4편 정도 썼는데 저학년 장편은 처음 써보았다. 한 번 써보고 나니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방향을 제대로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친형제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준 홍종의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이 책을 디딤돌로 삼아 더 나은 동화를 써 나갈 것이다. (*) <수염가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파대가리> 파를 담은 야생초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흰여뀌>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마귀풀>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천마산에서 등산하다가 본 부산 남항>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