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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재원] 산마을 할아버지

凡草 2008. 11. 25. 16:24

 

 

     산마을 할아버지

                                                 김재원

 

 


 “엄마, 얼마나 더 가야 해?”

 꼬불꼬불한 산길을 벌써 몇 바퀴나 뱅뱅 돌았는지 모릅니다. 아무리 올라가도 길이 끝나지 않자 선아는 슬며시 짜증이 났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다리 아프면 잠시 쉬었다 가자.”

 “치, 아까부터 몇 번이나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해놓고선…….”

 엄마가 길옆 풀밭에 돗자리를 깔자 선아는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초봄인데도 날씨는 포근하다 못해 무덥기까지 합니다. 길가에는 제비꽃과 양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5학년이나 되는 애가 왜 자꾸 투정을 하니? 자꾸 툴툴거리면 다음에는 안  데리고 온다. 네가 따라가겠다고 해서 데리고 왔는데 왜 볼멘소리를 하     는 거야?”

 엄마는 간식으로 딸기를 꺼내 놓으며 퉁을 주었습니다.  

 “경치가 아주 좋은 곳으로 나물 캐러 간다고 해서 깜빡 속았잖아. 이렇게 먼 줄 알았으면 안 따라 왔을 거야.”

 선아가 딸기를 먹으며 쫑알대자 옆에 있던 아빠가 눈을 찡긋하였습니다.

 “선아, 너 평소에 다이어트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나물 캐러 몇 번만 따라   오면 살이 쏙 빠져서 친구들이 몰라볼 거다.”

 선아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꽁지머리 아저씨가 끼어들었습니다.

 “선아야, 산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은 아무나 갈 수 없단다. 하늘의 선녀들이   내려와서 놀다갈 만큼 아주 멋진 곳이야. 네가 착한 아이라서 특별히 데리   고 가니까 고맙게 생각해야지.”

 선아네 이웃에 사는 꽁지머리 아저씨는 개그맨처럼 웃길 때가 많습니다. 아저씨는 여자처럼 머리를 길러서 고무줄로 묶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아저씨를 ‘꽁지머리’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착하니까 갈 수 있지만 아저씨는 어떻게 가요? 개구쟁이처럼 짓궂은   일을 많이 했잖아요?”

 그 말에 꽁지머리 아저씨가 껄껄 웃으며 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선아 너한테는 졌다! 항복!”

 딸기를 다 먹고 일어섰을 때 꽁지머리 아저씨가 배낭을 메며 말했습니다.

 “이제 반쯤 올라왔으니까 앞으로 한 시간만 더 가면 될 거다. 힘내라.”

 “뭐라고요?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어요? 어휴, 죽었네!”

 선아가 깜짝 놀라자 아빠가 어깨를 툭툭 치며 달래주었습니다.

 “쉬엄쉬엄 올라가면 그렇게 힘들진 않으니 겁먹지 마라. 난 군대에 있을 때   하루 종일 걸은 적도 있다.”

 “그 말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이야. 내가 뭐 군인인가?”

 선아는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었습니다.

 산길은 올라갈수록 점점 더 험해집니다. 선아는 산모롱이를 돌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저 멀리 논밭이 파란 이불처럼 쭈욱 펼쳐져 있었습니다. 선아가 살고 있는 집은 손가락만큼이나 작게 보였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선아네 동네가 풍경화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선아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아빠가 뒤돌아보며 불렀습니다.

 “어서 가자.”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갑자기 꿩이 푸드덕 날아갔습니다.

 “꾸어엉!”

 선아는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엄마야!”

 그걸 보고 꽁지머리 아저씨가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뭘 그만한 일로 놀라니? 꿩이 너를 보고 놀라서 달아났는데.”

 선아는 얼른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났습니다.

 “내가 언제 놀랐어요? 미끄러져서 넘어졌지.”

 “아, 그랬니? 내가 잘못 보았구나.”

 한참 올라가는데 노란 꽃이 눈에 띠었습니다. 선아는 처음 보는 꽃이라 꽁지머리 아저씨한테 물었습니다.

 “저거 말이냐? 복수초다.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지.”

 야생화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는 꽁지머리 아저씨가 금방 가르쳐주었습니다. 오늘 나물을 뜯으러 가게 된 것도 꽁지머리 아저씨 때문입니다. 아저씨는 봄이면 온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면서 나물을 뜯습니다. 아저씨는 그렇게 뜯어 모은 나물을 인터넷으로 팔아서 살아갑니다.

 아저씨는 경치가 좋고 나물이 많은 곳을 찜해 놓았다고 며칠 전부터 자랑이 대단했습니다.

 “봄나들이도 갈 겸 한 번 갑시다. 나물이 엄청 많더라고요. 완전히 나물 천국이에요.”

 선아네 가족이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들어온 지는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은행에 다니던 아빠가 건강이 나빠져서 공기가 좋은 시골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아빠와 엄마도 나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았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나물에 대해서 배울 겸 같이 가기로 하였습니다. 선아는 나물보다도 봄나들이를 간다는 말에 마음이 끌려서 따라나섰습니다.

 한참 고갯길을 올라가자 엄마도 힘드는지 걸음을 멈추고 땀을 닦았습니다.

 “휴, 덥네요. 저는 이런 산길이 있는 줄 몰랐어요. 아마 옛날에 나무꾼이 나무하러 다니던 길인가 봐요.”

 “그럼 제가 나무꾼이고 선아와 선아 엄마는 선녀가 되겠군요.”

 꽁지머리 아저씨의 우스개 소리에 모두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네 사람은 나물을 뜯어가며 가풀막진 산길을 열심히 올라갔습니다.

 이윽고 제일 높은 곳까지 다 올라갔습니다. 어찌나 높은지 하늘에 닿아 있는 듯 했습니다. 하얀 구름들이 산허리에 훌라후프처럼 걸려 있었습니다. 다른 산과는 달리 산꼭대기가 뾰족하지 않고 들판처럼 펑퍼짐하였습니다. 큰 가마솥을 거꾸로 엎어 놓은 것처럼 둥그스름한 언덕이었습니다.

 선아는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보고 감탄하였습니다.

 “야,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치네!”

 그런데 그렇게 높은 곳에 넓은 배추밭이 있었습니다. 아직은 아무 것도 심어져 있지 않아서 갈색이었습니다. 모두 넓은 밭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선아가 외쳤습니다.

 “엄마, 저쪽에 누가 있어요!”

  아닌 게 아니라 밭 가운데쯤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소와 함께 일하고 있었습니다. 네 사람은 할아버지가 일하는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번에 한 번 뵈었었죠. 오늘은 이웃 사람들과 같이 왔습니다. 수고 많으시네요.”

 꽁지머리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할아버지도 반가워하였습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이 먼 곳까지 뭐 하러 왔나요?”

 엄마가 과자 봉지를 뜯으며 말했습니다.

 “네, 이곳에 나물이 많다고 해서 나물 뜯으러 왔습니다. 힘드실 테니 땀도 식힐 겸 좀 쉬어 가며 일하세요. 드릴 것이 없는데 과자라도 드시겠어요?”

 엄마가 과자를 권하자 할아버지는 잠시 쟁기를 놓고 돗자리 위에 앉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이가 빠져서 합죽한 입에 과자를 넣고 오물오물 하였습니다. 

 “여긴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곳인데 이렇게 만나니 참 반갑군요. 나물은 얼마든지 있으니 많이 뜯어가세요.”

 아빠가 넓은 밭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영감님, 저렇게 넓은 밭을 다 갈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내 밭은 얼마 안 됩니다. 저기 넓은 밭은 아랫마을 사람들 땅이에요.”

 아빠와 꽁지머리 아저씨가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에 선아는 소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선아는 과자를 하나 집어 소에게 던져 주었습니다. 소는 땅에 떨어진 과자를 본둥 만둥 했습니다. 풀을 뜯어 주었더니 그제야 소가 긴 혀로 날름날름 받아먹었습니다.

 선아는 소하고 한참 놀다가 할아버지 곁으로 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어디서 살아요?”

 할아버지가 합죽한 얼굴로 웃으며 배추밭 너머 언덕 아래를 가리켰습니다.

 “할머니도 계셔요?”

 그 말에 할아버지 얼굴이 나무 그늘처럼 어두워졌습니다.

 “음, 할머니는 같이 살았는데 작년에 죽었어.”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보고 싶은지 말없이 먼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다른 가족은 없어요? 아들딸은 안 낳았어요?”

 “후우-. 도시로 시집 간 딸 하나가 있는데 먹고 살기에 힘든 지 3년이 지나   도록 연락이 없단다.”

 할아버지가 딸 이야기를 하자 엄마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생각나는지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시집 온 다음 해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외할아버지에게 효도를 못한 것이 늘 가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지금은 혼자 사시겠네요?”

 엄마가 물어보자 할아버지는 나무에 묶어 놓은 소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허허, 저 왕눈이가 내 가족이나 다름없지요. 나와 함께 이 산으로 올라온    지 벌써 20년이나 되었으니까 저 녀석도 꽤 늙었어요.”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꽁지머리 아저씨가 끼어들었습니다.

 “영감님은 아랫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왜 이렇게 높은 산마을에서 혼자 사세요?”

 “난 여기가 좋아요. 공기도 맑고 사람들과 부딪치며 얼굴 붉힐 일이 없잖아요? 아침에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랫마을이 연기 속에 파묻혀서 뿌옇더군요. 여기는 천당이나 다름없어요. 허허허!”

 “그래도 외로우실 텐데…….”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사람들이 옆에 많이 있는 것 같아도 결국은 혼자 밥먹고 살다가 혼자 죽는 거 아닌가요?”

 이번에는 아빠가 말을 붙였습니다.

 “이 산마을에도 사람들이 가끔 올라오나요?”

 “거의 안 올라옵니다. 여름에는 배추 농사짓는 사람들이 올라와서 잠시 사는데 배추 농사가 끝나면 다 내려가 버립니다.”

 “겨울에는 할아버지 혼자 계시겠네요. 여긴 많이 춥지요?”

 “산 아래보다는 훨씬 춥지요. 그래도 겨울엔 일할 게 없으니 그럭저럭 살만 합니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이 얼지를 않아서 물도 걱정 없구먼요.”

 그 말을 듣고 선아가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할아버지, 겨울에 눈이 많이 와요?”

 “아주 많이 오지. 지붕을 다 덮을 만큼 올 때도 있어.”

 “그러면 참 재미있겠네요.”

 그 순간 엄마가 눈짓을 하며 나무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뭐가 재미있겠니? 할아버지는 큰 고생인데.”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나도 겨울이 좋아요. 하얀 눈 동굴 속에서 책을 읽거나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상상 속에 빠져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허허허!”

 아빠가 말머리를 돌리려고 나무에 묶여 있는 소를 가리켰습니다.

 “소로 밭을 갈려면 힘 안 드세요?”

 “난 오히려 경운기나 트랙터보다는 소가 더 좋습니다. 말동무 삼아 소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을 하는 게 즐겁지요.”

 아빠는 끝없이 펼쳐진 배추밭을 바라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넓은 땅이 도시에 있다면 아파트 단지를 만들 수 있을 텐데요.”

 그 말을 듣고 엄마가 피식 웃었습니다.

 “누가 은행원 아니랄까 봐 당신은 여기 와서도 돈타령을 하네요.”

 선아도 넓은 밭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 넓은 밭을 조금만 떼어다가 아파트 단지 옆에 붙여 놓는다면 아이들의 놀이터가 더 넓어질 텐데요.

 할아버지는 한참 쉬었는지 다시 일을 하려고 일어났습니다.

 선아네 일행은 할아버지와 헤어지기 전에 진달래꽃 앞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선아 손을 잡고 볼이 움푹 들어간 얼굴로 헤벌쭉 웃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일하러 가자 선아는 나물을 뜯기 시작했습니다. 선아는 아는 나물이 몇 가지 안 되었습니다. 아빠 엄마도 시골에 들어온 지 몇 년 안 되기 때문에 쉬운 나물만 알았습니다. 아빠 엄마는 모르는 나물이 있으면 꽁지머리 아저씨한테 물어가며 뜯었습니다.

 꽁지머리 아저씨는 나물 이름도 잘 알았지만 나물 뜯는데도 선수였습니다. 선아가 한 줌을 뜯을 때 아저씨는 한 자루를 금방 뜯었습니다. 아저씨 손이 나물에 닿으면 나물들은 스르르 빨려 들어가듯 아저씨 자루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산마을에는 정말 나물이 지천이었습니다. 사람 발자국이 닿지 않아서 그런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에 밟힐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물이 많은 줄 알았으면 진작 여기로 왔을 텐데. 오늘 오기를 참 잘했네요!”

 엄마가 싱글벙글 웃자 꽁지머리 아저씨가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렇죠? 제가 나물 박사 아닙니까? 이렇게 나물 많은 곳이 그리 흔치 않을 겁니다. 저만 따라 다니세요. 그러면 자다가도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 테니까요. 후후!”

 “그래야겠네요. 감사해요!”

 네 사람은 나물을 뜯다가 밥을 먹으려고 풀밭에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엄마가 반찬 뚜껑을 열면서 꽁지머리 아저씨를 보고 말했습니다.

 “아까 그 할아버지도 모셔 와서 같이 먹으면 좋겠는데요.”

 그러자 꽁지머리 아저씨가 부리나케 뛰어갔습니다.

 조금 뒤에 꽁지머리 아저씨가 힘없이 털레털레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는 벌써 점심을 드셨대요. 더 드시라고 해도 안 오시겠답니다.”

 산위에서 먹는 점심은 반찬이 몇 가지 없어도 맛이 있었습니다. 선아는 파리와 하루살이들이 붕붕거리며 자꾸 날아들어서 성가셨지만 호박잎과 머위쌈에 돼지고기를 싸 먹으니 꿀맛이었습니다.

 “엄마, 산 위에 와서 먹으니까 밥이 더 맛있네.”

 선아가 불룩한 볼을 우물거리며 말하자 엄마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래. 여기 올라오니까 꼭 신선이 된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나물을 뜯었습니다. 선아는 잘 아는 고사리, 참취, 단풍취 같은 것만 땄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고비, 미역취, 수리취, 참나물, 반디나물 등을 골고루 뜯었습니다. 얼마 안 뜯었는데 갖고 온 자루가 가득 찼습니다.

 네 사람은 큰 보물이라도 얻은 듯 빵빵한 나물 자루를 메고 내려오려고 할 때 밭을 갈던 할아버지가 불렀습니다.

 “이봐요, 우리 집에 갑시다. 모처럼 산마을에 올라왔는데 약초차라도 대접할게요!”

 아빠는 그냥 내려가려고 했지만 반죽이 좋은 꽁지머리 아저씨가 붙잡았습니다.

 “할아버지 성의인데 차 한 잔 마시고 갑시다. 특별히 바쁜 일도 없는데.”

 할아버지가 앞장서고 모두 뒤를 따라 갔습니다. 커다란 팽나무 옆에 있는 할아버지 집은 원시인들의 움집 같았습니다. 굴피나무 나무껍질로 얼기설기 지은 집은 큰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방도 크지 않아서 네 사람이 들어가니까 꽉 찼습니다. 방안에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옷과 이불을 넣는 장롱 하나만 달랑 놓여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쑥스러운지 때 묻은 이불을 구석으로 치우며 말했습니다.

 “이거 집도 누추하고 대접할 것도 없는데 공연히 오시라고 했네요.”

 아빠가 집안을 휘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바쁘실 텐데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벽에는 벽지가 너덜너덜해져서 그 위에 아무 종이나 다시 붙인 흔적이 보였습니다. 선아가 부엌을 들여다보았더니 그릇도 많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곧 약초차를 끓여 왔습니다. 선아는 한 모금 마셔보고는 한약 냄새가 나서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엄마, 이게 무슨 차야?”

 엄마는 맛이 좋은지 한 잔을 쭉 마시고 나서 더 받아 마셨습니다.

 “당귀차 같구나. 몸에 아주 좋은 차니까 어서 마셔라.”

 선아는 맛이 없어서 반잔도 못 마셨습니다. 꽁지머리 아저씨는 나물박사답게 약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영감님, 이 산에는 약초도 아주 많지요?”

 “아, 그럼요. 둥굴레, 잔대, 삽주, 당귀, 더덕, 산도라지, 하수오 등…… 캘 게 제법 있지요.”

 “다음에는 약초를 캐러 오겠습니다.”

 “언제든지 오세요. 말벗도 되고 좋지요.”

 차를 다 마시고 나서 할아버지 집을 나왔습니다. 엄마는 산을 내려오면서 아빠에게 넌지시 말했습니다.

 “여보, 외진 곳에서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불쌍해요. 다음에 올 때는 고기를 좀 사다드려야겠어요.”

 엄마가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말하자 아빠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럽시다. 그거 뭐 어려운 일도 아니네요.”

 선아는 엄마가 고마웠습니다. 산마을을 내려오다가 뒤돌아보니 홍시 빛 노을이 배추밭 위로 자박하게 깔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몇 달이 지났습니다.

 서늘한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질 무렵, 선아네 가족은 다시 산마을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꽁지머리 아저씨가 약초를 캐러 가자고 바람을 넣었습니다. 선아는 힘든 산길을 오르기가 싫어서 안 가려고 했지만 꽁지머리 아저씨가 약초를 팔면 용돈을 두둑하게 준다고 해서 따라 나섰습니다.

 한 번 갔던 길이라서 그런지 처음보다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산마을에 올라가니 봄에 만났던 할아버지가 배추밭에 거름을 주고 있었습니다. 언제 심었는지 배추들이 꽤 많이 자랐습니다. 새파란 배추들은 훈련받는 군인들처럼 어디를 보아도 줄이 딱 맞았습니다.

 선아네 일행은 할아버지 일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먼발치에서 바라보다가 할아버지 집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갖고 간 돼지고기와 선물을 방안에 들여 놓은 다음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넓은 풀밭에서 더덕과 당귀, 삽주, 지치 등을 캤습니다. 산마을에는 약초도 아주 많았습니다.

 하지만 약초 캐는 것은 나물 뜯는 것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뿌리가 어찌나 깊이 박혀 있는지 선아는 캐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호미질을 해도 뿌리는 땅에 접착제를 붙여 놓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엄마도 용을 쓰며 겨우 캐냈습니다. 선아는 어른들이 캐낸 약초를 자루에 담았습니다. 약초들은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선아는 약초 이름을 한 번 들어도 돌아서면 뭐가 뭔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꽁지머리 아저씨는 야생초 박사처럼 약초가 어디 어디에 좋은지 줄줄 외우고 있었습니다. 약초는 나물 뜯으러 왔을 때의 반도 캐지 못했습니다. 선아네 일행이 홀쭉한 자루를 들고 내려오려고 하는데 할아버지가 저쪽에서 손짓을 했습니다.

 “왜 그러세요?”

 선아가 갔더니 할아버지는 직접 캔 약초를 자루에다 수북하게 담아주었습니다.

 “이거 안 받을래요.”

 선아가 거절했지만 할아버지가 막무가내로 안겨주었습니다. 선아가 약초 자루를 낑낑대며 들고 오자 아빠가 놀라서 약초 자루를 받아들고 할아버지한테 갔습니다.

 “아니 애써 캐신 약초를 우리한테 다 주면 어떡합니까? 이걸 시장에 들고 가면 필요하신 물건으로 바꾸실 수 있을 텐데요.”

 아빠가 몇 번 거절했지만 할아버지는 웃으시며 등을 떠밀었습니다. 그 바람에 아빠는 약초 자루를 어정쩡하게 들고 왔습니다. 엄마도 할아버지가 준 약초를 보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선아는 할아버지가 고마워서 산을 내려오며 몇 번이나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다음에 또 놀러 오너라!”

 할아버지는 선아가 안 보일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약초를 캐러 갔다 온 뒤에 선아네 학교에서는 운동회를 하였습니다.

 운동회가 끝나고 학예회도 지나가자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날마다 기온이 자꾸 내려가더니 마당에 있는 물이 꽁꽁 얼었습니다.

 선아네 마을에는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 저 먼 산봉우리에는 벌써 하얀 눈이 희끗희끗 쌓였습니다. 선아는 먼 산을 볼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산할아버지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엄마, 할아버지가 춥겠어. 내가 모은 돈으로 이불 사 드리면 안 돼?”

 “어이구, 언제부터 네가 할아버지를 그렇게 끔찍이 생각하게 되었냐? 그전에는 가자고 해도 안 간다더니.”

 “할아버지가 불쌍하잖아. 엄만 안 불쌍해?”

 “몰라. 엄마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남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니?”

 며칠이 지난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엄마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엄마, 어디 가려고 그래?”

 “네가 하도 보채서 눈이 내리기 전에 산마을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 눈이 내리면 미끄러워서 차가 올라갈 수 없거든.”

 “그게 정말이야? 야, 신난다! 우리 엄마 최고야!”

 선아는 신이 났습니다. 선아는 엄마가 갖고 갈 물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엄마, 뭐 갖고 갈 건데? 할아버지 줄 이불은 샀어?”

 “그런 걸 우리가 왜 사가냐? 넌 그냥 집에 있지 그러니? 숙제 다 했어?”

 엄마가 빈정대듯이 말하자 선아는 샐쭉한 표정으로 받았습니다.

 “나도 갈 거란 말이야. 할아버지가 나보고 꼭 놀러오라고 했어.”

 선아는 산할아버지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주름살이 가득하고 햇볕에 탄 얼굴이었지만 외할아버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에는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트럭을 타고 가니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엄마는 도시에 며칠 일보러 간 꽁지머리 아저씨 대신에 이웃 아줌마 두 사람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아빠, 엄마랑 다섯 사람이 산마을로 갔습니다. 차는 고갯길이 험해서 몇 번이나 헐떡거렸습니다. 작은 트럭 꽁무니에서는 검은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랐습니다.

 이윽고 산마을에 막 올라섰을 때 다섯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래 마을에서는 며칠 전에 배추를 다 뽑아내었습니다. 배추는 눈을 맞으면 잎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눈이 오기 전에 뽑아야만 합니다. 할아버지 배추밭도 다 뽑아서 텅텅 비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산마을 배추밭에는 아직도 배추가 송두리째 남아 있었습니다.

 “아유, 저걸 어떡해? 저 많은 배추를!”

 “저것 봐요! 배추에 눈이 하얗게 내려서 몽땅 얼어 죽었어요!”

  넓은 밭에 싱싱하게 살아 있던 배추들이 눈을 맞고 누렇게 시들어 있었습니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배추들! 지난번엔 새파랗게 살아있던 배추가 할아버지 머리 색깔처럼 하얀 색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선아는 그 많은 배추가 죽은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엄마도 얼어 죽은 배추를 보더니 가슴이 짠한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고, 저게 도대체 얼마야? 배추 종자값에다 비료값, 그리고 키운 정성 값은 또 얼만데…….”

 아빠가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을 들으니 할아버지가 걱정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실망한 나머지 어떻게 되신 건 아닐까? 제발 무사히 살아계셔야 할 텐데.”

 선아는 앞장서서 할아버지 집을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선아는 연기를 보자 마음이 놓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방안에서 화롯불을 쬐고 있다가 밖이 시끌짝하자 문을 열고 내다보았습니다.

 “아니 네가 왔구나! 어쩐 일이니?”

 선아는 할아버지를 보자 눈물이 글썽글썽해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할아버지는 퍽 반가워하며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아빠가 약초차를 마시며 배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영감님, 애써 가꾼 배추를 왜 안 뽑았습니까? 모두 얼었던데요.”

 “아, 그 배추 말이지요? 허어,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배추 생각만 해도 기운이 빠지는지 후줄그레한 모습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김치 공장에 팔려다가 뽑을 기회를 놓쳤어요. 요즘은 김치공장을 하는 사람들이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배추를 들여온대요. 이렇게 깊은 산속까지는 사러올 필요가 없답니다. 실컷 농사를 지어봐야 이젠 팔 길마저 막막해요. 후유-.”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에 방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아이고, 저 배추들을 하나도 못 팔면 할아버지는…….’

 선아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엄마가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준비해간 돼지고기를 꺼냈습니다. 방안에서 버너로 삼겹살을 굽자 고소한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고기가 다 구워지자 아빠가 술을 따라 할아버지께 권했습니다. 어른들은 소주를 들고 선아는 사이다를 따라 건배를 하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소주를 한 잔 마시더니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지난번에도 밑반찬과 양말을 갖다 주어서 고마웠는데 또 이렇게 와주어니 참 고맙소! 내 자식보다 더 낫구먼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는지…….”

 “별 말씀을 하세요. 이것도 다 인연이잖아요? 뭐 큰돈도 안 들었는데 인사   를 받으니 도리어 저희들이 부끄럽습니다. 이거 필요하실지 몰라서 들고     왔습니다. 추운 겨울 잘 보내시라고요.”

 엄마는 큰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보자기 속에서는 폭신폭신한 솜이불이 나왔습니다.

 선아는 지난번에 왔을 때 할아버지 방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할아버지 방 안에는 요도 없고 여름용 얇은 홑이불 하나만 있었습니다. 홑이불은 얼마나 오래 안 빨았는지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선아는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습니다. 엄마가 선아 말을 듣고 동네 사람들과 돈을 모아서 이불을 사온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여태까지 방바닥에 라면 박스를 깔고 주무셨는지 윗목에 라면박스가 깔려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포근한 솜이불을 어루만지며 퍽 기뻐하였습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내가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이런 걸 받아도 되나요? 아이고 고마워라!”

 아빠가 그 말에 대답은 않고 부엌을 들여다보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땔감은 충분한가요? 여기는 겨울이 아주 길 텐데요. 배추 농사까지 망쳤으니 살아가시려면 힘들겠습니다.”

 아빠가 걱정을 하자 할아버지는 마당 구석에 쌓아 놓은 장작더미를 가리키며 기운차게 말했습니다.

 “아무 문제없구먼요.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를 많이 해두었고 배추야 내가 큰돈 벌려고 한 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내년엔 나 먹을 만큼만 심으면 될 거구요. 여기서는 별로 필요한 게 없습니다.”

 삼겹살을 다 구워 먹고 쉬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비닐하우스에 가서 얼기 전에 뽑아 놓은 배추를 수레에 가득 실어 왔습니다.

 “이거 농약도 안 치고 청정 지역에서 자란 배추라 맛이 있을 테니 갖고 가시오. 필요하면 얼마든지 주리다.”

 할아버지는 깊은 산에서 캐온 영지버섯이랑 석이버섯도 주었습니다. 함께 간 사람들은 안 받으려고 했지만 할아버지가 무엇이든 주고 싶어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았습니다.

 선아네 일행은 할아버지가 주신 것들을 차에 다 싣고 나서 떠날 준비를 하였습니다.

 선아는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겨울 동안만 우리 집에 와서 지내면 안 돼요? 우리 집에 빈방이 하나 있거든요. 엄마, 그렇게 해도 되지?”

 선아가 엄마를 돌아보자 엄마도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손을 저으며 털털하게 웃었습니다.

 “허허, 얘야 고맙지만 안 갈란다. 난 아무리 추워도 이 산마을이 좋아. 여기 살다가 아랫마을에 내려가면 머리도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서 하루도 살 수가 없더구나. 그러니 내 걱정 말고 어서 가거라.”

 그래도 선아가 머뭇거리자 할아버지는 아직 털지 않은 콩을 보러 가신다며 비닐하우스 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

 선아가 손을 흔들자 할아버지도 비닐하우스 앞에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부르릉-.

 이윽고 차가 출발했습니다.

 트럭이 검은 연기를 뒤에 남겨 놓고 할아버지 집에서 멀어질 무렵, 할아버지가 뒤쫓아 오며 뭐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아빠, 할아버지가 할 말이 있나 봐. 잠깐만 기다려!”

 아빠가 차를 세우자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숨 가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얘야, 저어…… 미안하지만 봄에 올 때 저번에 찍은 사진 한 장만 갖다 줄 수 있겠니?”

 봄에 진달래꽃 앞에서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은 일이 있는데 할아버지는 그 사진이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네, 다음에 갖고 올게요. 잘 지내세요!”

 선아가 약속을 한 뒤에 차가 출발했습니다.

 한참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할아버지는 장승처럼 서서 선아네 차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겨울이 깊어가면서 눈이 계속 내렸습니다.

 선아는 문득 할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엄마도 걱정을 하였지만 눈이 많이 내려서 산길을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산길에는 사람 키보다 더 높은 눈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눈이 잠시 뜸해진 어느 날, 선아는 아빠에게 할아버지 안부를 알아보러 가자고 졸랐습니다.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눈이 엄청 쌓여서 올라갈 수가 없어.”

 “아빠, 눈이 녹을 때 한 번 올라가 봐. 으응?”

 선아가 자꾸만 부탁을 하자 아빠는 꽁지머리 아저씨와 아이젠을 차고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빠,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넌 위험해서 안 돼. 우리가 갔다 올 테니 꼼짝 말고 집에 있어.”

 아빠가 올라간 지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네가 공연히 졸라서 아빠와 아저씨한테 무슨 사고가 났는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안 올까?”

 선아와 엄마가 조바심을 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이 기운이 다 빠진 채로 터덜터덜 내려왔습니다. 꽁지머리 아저씨는 눈에 흠뻑 젖은 신발과 양말을 벗으며 투덜거렸습니다.

 “선아 부탁이라 어쩔 수 없이 갔지만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 내 평생에 그렇게 많은 눈은 처음 보았어. 두 번 다시는 못 가겠네!”

 아빠도 눈이 키만큼 쌓인 곳이 있어서 힘들어 죽을 뻔했다며 진땀을 닦았습니다. 아빠는 땀과 눈으로 축축해진 등산복을 벗으며 말했습니다.

 “선아야, 그 할아버지 무사히 잘 계시더라! 그런데 마당에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는데 꼭 너를 닮았더구나.”

 선아는 그 말을 듣자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그날 밤 선아는 일기장에 할아버지가 남은 겨울을 무사히 잘 보내시면 좋겠다고 썼습니다.

 ‘지금쯤 할아버지 집 굴뚝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을까?’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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