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회> 올해 처음 마신 쑥차 < 2011년, 3월 13일, 일요일, 맑음 > 어제 저녁에 범초산장에 들어와서 하룻밤을 잤다. 밤에는 실내가 4도까지 내려가서 코가 싸늘했지만 해가 뜨고 난 뒤부터는 기온이 쑥쑥 올라갔다. 낮에는 여름처럼 덥기까지 했다.
인터넷으로 바위취 모종을 10개 주문하여 오늘 화단 구석에 심었다. 바위취는 꽃도 참 예쁘다. 그전에 월악산 황금나무 집에 가서 활짝 핀 바위취 꽃을 보았는데 아주 멋졌다. 그래서 나도 바위취 꽃을 보려고 일부러 사서 심었다.
집 베란다에서 키우던 로즈마리도 범초산장에 옮겨 심었다. 베란다에 햇빛이 잘 안 들기 때문에 고생 많았는데 이제 햇빛 찬란한 곳에서 잘 자랐으면 좋겠다. 로즈마리가 그늘진 곳에서도 죽지 않고 꼬질꼬질 자랐는데 사람이든 식물이든 한 자리를 지키고 한결같이 살다 보면 오늘처럼 좋은 일을 맞는 법이다.
동주가 아침 일찍 와서 돌탑을 쌓았다. 어지럽게 널려 있던 돌들이 돌탑 속으로 다 빨려 들어가 버렸다. 돌탑이 청소기처럼 그 많은 돌들을 다 빨아들였다. 마당 정리도 하고 멋진 돌탑도 쌓고. 동주는 마술사와 같다. 참 가덕도에서 구해온 사상자는 밭 귀퉁이에 심었고, 마삭줄은 돌담 밑에 심었다. 마삭줄이 살아나서 돌담을 타고 오르면 참 이쁠 텐데.
동주는 돌탑을 쌓은 뒤에 나와 아침을 같이 먹었다. 반찬 솜씨가 없어 맛있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생멸치 찌개를 해서 잘 먹었다. 동주는 밥을 다 먹자 진달래를 캐러 갔다. 나는 정리를 해놓고 뒤늦게 동주원으로 올라갔다. 홍매화가 완전히 다 피었다. 내가 홍매화에 몰려든 벌을 잡고 있는 동안에 동주는 뒷산에서 진달래를 여러 그루 캐왔다. 수레로 한 차였다. 나 같으면 엄두도 못 낼 텐데 동주는 별로 힘 안 들이고 수레를 밀고 내려갔다. 진달래를 범초산장 여기저기 골고루 심었다. 진달래는 반그늘을 좋아하기 때문에 약간 그늘이 지는 곳에 심었다.
일이 다 끝난 뒤에 햇쑥을 캤다. 양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 봄에 처음 캔 쑥으로 쑥차를 끓여 마셨다. 한 모금 마셨더니 향긋한 쑥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제 봄이 와서 정말 좋다. 쑥차도 마시고 곧 신선초 차도 마실 수 있을 거다. 그 어느 해 겨울보다 혹독한 추위를 보냈기 때문에 더디게 찾아온 봄이 황홀하다. 따뜻한 겨울 뒤에 맞는 봄보다 훨씬 더 감동이 크다. 살다보면 어려운 일이 생기고 고통도 심하지만 잘 극복하면 모진 추위 뒤에 맞는 봄처럼 기쁨은 몇배 더 크다. 벌써 환삼덩굴 싹이 엄청 돋아나는데 그 녀석도 차 재료로 써봐야겠다. 무성한 덩굴도 없애고 차도 마시고 일거양득이다.
꽃잔디
신세계 동화창작교실과 글나라 화요일 낮반 동화교실이 정원을 넘어서는 바람에 더 받지 못했는데, 목요일 달님반도 올해는 사람이 많이 모였다. 몇 사람이 결석을 했는데도 15명이니 그전보다 많이 늘었다. 특히 젊은 새내기들이 많이 와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수내 범초산장에 야생초가 파릇파릇 돋아나고 글나라 교실에도 동화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거워서 나도 흥이 난다. 올 3월부터는 주 4일만 일하기 때문에 일할 때는 열심히 하고 쉴 때는 범초산장에서 야생초와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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