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회>
산에서 읽은 무라카미 라디오
< 2012년 6월 13일, 수요일, 맑음 >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월요일에는 꼭 산으로 간다. 월요일에 산에 가면 사람이 적어서 좋고 목욕탕도 한적해서 좋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너무 복잡해서 싫다.
백선
지난 월요일(11일)에는 양산 오경농장 부근 용주사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양산 범어리에서 버스를 두 번 타고 한성아파트 앞까지 가서 내렸다. 용주사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날씨가 더워서 땀을 꽤 흘렸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어떤 나무들이 있나 살펴 보면서 올라갔다.
비목나무
노각나무
단풍마
오늘이 499차 산행이다. 이제 한 번만 더 하면 500차를 채운다. 수첩에 꼬박꼬박 산행 횟수를 적어 나가고 있지만 횟수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500차라고 해서 특별한 기념식을 하지는 않고 나 혼자 조용하게 등산할 생각이다. 그전 같으면 회원들을 모아 기념 산행을 했을 텐데 다들 바빠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혼자 조용히 걷는 것도 좋아서 행사를 벌이지는 않으려고 한다.
끈기있게 산행을 하니 건강에도 큰 도움이 있고 인내심이 길러진다. 이번에 간 코스는 가을 억새가 환상적이라 여태 여러 번 갔는데 반대편으로 넘어가 본 적은 없어서 무지개 폭포까지 가 보기로 했다. 용주사 입구에서 화엄벌까지 오르는데 약 두 시간이 걸렸다.
점심은 소나무 밑에서 먹었다. 분재처럼 멋진 소나무였다. 소나무 밑에서 밥을 먹고 쉬면서 배낭에 넣어간 책을 읽었다. 오늘은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까치 발행>을 읽었다.
짧은 수필을 모아 놓은 책인데, 빔 벤더스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영화와 <사이더 하우스 룰>이라는 영화를 소개했다. 두 편 다 내가 못 본 영화라 호기심이 갔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은 전설적인 쿠바의 명연주자들을 실제로 등장시켜 다큐멘타리처럼 만들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음악이 참 좋단다. 나도 팝 음악을 좋아하니 보려고 집에 와서 다운을 받아 놓았다.
<사이더 하우스 룰>은 존 어빙이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써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영화라고 하는데 검색을 하니 자료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사이더 하우스>로 검색해 보니 자료가 있었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였다. 이 영화도 산장에 가서 일하고 쉴 때 보려고 다운을 받아 놓았다. 무라카미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 사과가 먹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하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사과 과수원을 무대로 만든 영화라서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잔뜩 나온단다. 무라카미도 나처럼 사과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무라카미가 일본에 살 때는 홍옥을 먹고 보스톤에 살 때는 매킨토시만 먹었단다. 그래서 컴퓨터도 애플사의 매킨토시만 쓴다나. 애플사의 로고가 사과라서 좋아하는 모양이다. 무라카미가 사과를 먹으면서 한 입 베어 먹은 마크가 붙어있는 컴퓨터로 소설을 열심히 썼다고 하니 나도 가을에 사과가 나오면 먹으면서 동화를 열심히 써야겠다.
* 이번 사진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찍었는데 디카만큼 사진이 잘 나온다. 카페에 올리려고 줄였는데도 비교적 선명하다.
천성산 화엄벌은 가을 억새가 참 좋은 곳이지만 여름에 가도 좋았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초록 벌판 사이로 걸어가니 내가 마치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화엄벌을 가로질러 군부대 철조망을 한바퀴 돌아 원효암 근처에서 무지개 폭포 쪽으로 내려갔다.
걷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풀숲에서 뱀이 나올까 그게 걱정이었다. 나무 막대기로 우거진 풀을 탁탁 쳐 가며 한참을 내려가니 무지개 폭포 계곡이 보였다. 아, 이제 다 내려왔구나!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이 코스는 여름 등산 코스로 적격이었다. 시작할 때도 계곡이 있고, 끝날 때도 계곡이 있었다.
땀 흘린 머리와 얼굴을 계곡물로 씻고 덕계 종합시장까지 걸어갔다. 오늘은 여섯 시간 정도 걸었다. 덕계 시장에서 가지 한 무더기를 2천원 주고 샀다. 암 예방 식품으로는 가지와 깻잎만큼 좋은 음식이 없다. 이제 많이 나오는 계절이 되었으니 자주 먹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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