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회>
치자나무에 벌레가 드글드글
< 2012년 9월 9일, 일요일, 비>
어제 오전에 아로니아와 와송(바위솔) 모종을 들고 산장으로 갔다. 어제 낮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모종을 잘 심었다. 먼저 아로니아를 미리 만들어둔 소나무 그늘 밑에 심었다. 모두 12그루다. 아직은 손가락만한 어린 모종이다. 꼭 손자 은우 같다. 지금 이걸 심어 놓으면 손자가 커서 딱 먹을 수 있겠지.
아로니아를 심고 나서 와송을 심었다. 와송 두 판을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에 골고루 심었다. 몇 개나 살아날지 모르지만 일단 시도는 했다. 전혀 안 심어야 없지 어떻게든 심어 놓으면 수가 불어난다.
아로니아는 블랙초크베리라고도 하는데, 맛과 향이 좋아 잼, 와인, 쥬스, 차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식자재로서의 이용 가치가 높다. 아로니아 열매에 함유되어 있는 다량의 안토시아닌과 그밖에 다른 플라보노이드류 성분은 항산화효과, 위보호효과, 항염증효과, 항당뇨효과, 면역조절기능활성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로니아는 일단 소나무 그늘 밑에 심었는데 이른 봄에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심어야겠다.
모종을 다 심고 산장을 돌아보는데 치자나무에 벌레가 득실거렸다. 한 마리 두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였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작년에도 치자나무 잎이 하나도 없을 만큼 갉아 먹던데 올해는 다 떼어주기로 했다. 이 벌레가 커서 이쁜 나방이 된다고 하지만 벌레는 징그럽다. 그래도 차마 발로 밟아죽일 수는 없어서 핀셋으로 잡아서 개울 너머로 던졌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이 벌레는 ‘줄녹색박각시 나방’의 애벌레였다. 나방은 이쁘지만 치자 잎을 갉아먹으니 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치자 열매는 목감기에 효과가 있다. 그늘에서 말린 치자열매를 20개 정도 주전자에 가득 담고 물을 부어 달여 마시면 목의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심한 편도선염이나 입안이 헌데 좋다. 나는 남을 가르치느라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간혹 목감기에 걸린다. 올 가을에는 치자 열매를 잘 모아두었다가 목감기에 써야겠다. 치자는 몸의 열을 내리게 하고, 항균작용을 하기 때문에 여드름에도 효과가 있다. 치자를 곱게 가루내서 계란 흰자에 섞은 다음 여드름이 있는 부위에 바른다. 치자 색깔 때문에 얼굴이 약간 노랗게 될 수 있지만 부작용은 없다.
가을에 접어든 탓인지 여러 가지 식물들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부추는 늘 잘 베어 먹었는데 이제 꽃을 피웠다.
부처꽃
신선초꽃
천궁꽃
가을은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다. 뿌린 자는 수확하기 마련이다. 봄과 여름에 얼마나 열심히 일했느냐 하는 것은 가을에 보면 알 수 있다. 빈둥빈둥 놀은 사람은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땀흘려 일한 사람은 알찬 성적표를 받는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지가 열매를 조랑조랑 달고 있어서 제법 땄다. 보라색이 참 곱다. 보라색은 안톤시아닌이라는 색소인데 보기만 해도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호박도 세 개나 땄다. 올해는 호박 구덩이도 제대로 못 만들어주었는데 엄청 큰 호박이 열렸다.
호박은 말 한 마디 없이 나를 가르쳐준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자기에게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다음에 더 잘 하라고 큰 선물을 주었다. "이봐, 대충 해도 세 개나 따는데 미리 준비를 철저히 했으면 얼마나 많이 따겠어? 응? 내년에는 잘 해봐. 내가 최선을 다 해서 이 정도라고." 호박이 주는 교훈이 들어서인지 열매가 꽤나 묵직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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