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회>
마음 놓고 따도 되는 꽃
< 2012년 9월 12일, 수요일, 맑음 >
9월 10일 월요일에는 내원사가 있는 천성산으로 등산을 갔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원사 입구에서 내렸다. 내원사 계곡을 따라 걸어 들어가는데 칡꽃이 보였다.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는 높이였다. 이게 웬 횡재냐?
칡꽃을 따고 싶어도 높은 곳에 열리기 때문에 따기가 쉽지 않은데 손닿는 곳에 칡꽃이 주저리주저리 열려 있어서 걸음을 멈추고 칡꽃을 땄다. 다른 꽃 같으면 사람들이 뭐라 할까 봐 함부로 딸 수가 없는데 칡꽃은 마음 놓고 따도 된다. 칡 덩굴이 다른 나무를 감아서 고사시키기 때문에 칡은 해로운 식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꽃을 따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른 나무에는 해로운 식물인데도 꽃은 향기가 좋고 이쁘다. 왕성한 생명력이 담겨져 있어서 몸에도 좋다. 강한 칡꽃 향을 맡으며 한참 땄다. 다 따고 보니 봉지에 가득 찼다.
집에 돌아와 물에 흔들어 씻은 다음 건조기에 넣고 말렸다. 건조기가 없을 때는 실컷 따다가 말린다고 깔아 놓아도 곰팡이가 피어서 망친 경우가 많았다. 건조기가 있으니 쉽게 말릴 수 있다. 다 말리고 나면 뜨거운 물로 우려내어 칡꽃차로 마실 생각이다. 칡꽃차는 원기 회복, 숙취해소, 감기 예방, 간 해독, 식욕부진, 장출혈 등에 좋다.
내원사 입구에서 매표소까지는 지루한 아스팔트 길인데 칡꽃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다. 만약에 내원사 입구에서 차를 타고 바로 들어갔다면 칡꽃을 따지 못했으리라. 무슨 일이든 거저 먹으려고 하면 결과적으로 소득이 없다. 지루하고 힘든 과정을 잘 참아내어야 좋은 일이 생긴다. 등산로 입구까지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 덕분에 칡꽃을 딸 수 있었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천성산 중앙 능선을 탔다. 월요일이라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 오늘도 산을 통째로 빌려서 마음껏 누볐다. 아침에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정상 부근은 안개가 자욱했다. 신비한 모습을 감추려고 안개를 퍼뜨리는 것일까? 아무나 접근하지 말라고 안개로 덮어버리는 것일까? 동양화 같은 모습을 감상하며 천성산 제2봉을 올랐다가 내려왔다.
꽃며느리밥풀
500년 된 소나무 (천성산 매표소 부근에 있음)
천성산 중앙 능선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구간이 많았지만 별로 큰 힘은 들지 않았다. 바위 능선도 놀이 기구 타듯 쉽게 넘어 갔다.
영산대학교로 내려오는 임도에는 들꽃들이 피어 있었다.
고추나물
담배풀
영산대학교 버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약 6시간 걸었다. 맑은 공기를 쐬며 마음껏 걸어서 좋았다.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가니 어느 회사에서 나온 분이 홍보하려고 공책과 볼펜을 선물로 주었다. 잘 걸었다고 상을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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