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회>
홀아비는 이가 서 말이라고?
< 2013년 2월 23일, 토요일, 맑음 >
아내가 미국에서 한 달만에 돌아왔다. 외손녀 출산을 도와주고 무사히 귀국했다.
큰딸이 살고 있는 메릴랜드 풍경
나는 아내 없이도 잘 산 줄 알았는데 오자마자 잔소리 들을 일이 생겼다. 도라지집에서 도라지를 주길래 아무 생각없이 들고 와서 그대로 봉지에 담아두었는데, 아내가 와서 보더니 냉장고에 넣어둬야지 다 썩겠다고 한 소리 했다. 아내는 도라지 껍질을 벗겨서 나물로도 만들고 건조기에 넣어서 바짝 말렸다. 아내가 무친 도라지 나물이 아주 맛있었다. 똑같은 도라지인데 나는 구석에 쓸모없이 처박아 두었고, 아내는 나물로 격상시켰다.
남자는 아무리 잘해 봐야 여자 반도 못 따라 간다. 아내가 하는 것을 보니 여자 없이 살면 홀아비는 이가 서말이나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가 없을 때는 집이 썰렁하더니 아내가 오자 훈기가 돌았다. 아들과 딸도 나 혼자 있을 때는 잘 오지 않더니 아내가 오자 찾아와서 엄마가 있으니 좋다고 했다. 아빠는 이거 완전히 껍데기 신세구나! 나만 있을 때는 신세계 백화점 동화교실에 강의하러 가는 날도 8시반에 일어나서 허둥지둥 달려갔는데, 아내가 온 뒤로는 새벽부터 잠이 깬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혼자 살아도 잘 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할 수 없이 신세계 백화점에서 제자들이 준 상품권을 아내한테 넘겨주고 충성을 다짐했다.
아내가 미국에서 돌아온 뒤에 처음으로 함께 범초산장으로 갔다. 나 없는 동안에 후배 동주가 화장실을 손보아 놓았다. 이제 벽은 다 쌓았고 문만 달면 완성이 되겠다.
후배는 화장실 주위에 진달래를 돌아가며 쭉 심어 놓았다. 진달래 꽃밭에서 볼 일을 볼 것 같다...ㅎㅎ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강아지 한 마리가 화장실 안에서 햇볕을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나를 몹시 경계하더니 멸치와 과자를 주자 금방 경계심을 풀고 나만 졸졸 따라다녔다.
약수터에 가서 물을 떠오다가 인동덩굴과 꿀풀 모종을 파와서 산장에 심었다.
짚신나물 싹이 올라오고 있다
엉겅퀴가 새 잎을 내미는 중이다
톱풀 새싹이 올라온다. 일 년에 한 번이라도 톱풀 나물을 먹으면 감기를 앓지 않는다고 하는데, 올해도 자주 먹어야겠다. 그 덕분인지 작년 겨울부터 아직까지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조미형씨표 달래 나물
갓 올라온 삼잎국화와 톱풀을 데쳐 먹으려고 조금 뜯었다. 이제 봄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2월 17일에는 양산에서 동화교실 저녁반 번개를 했다. 모두 12명이 모였다.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가웠다. 김영주 교수는 울산에서 인터넷으로 동화 공부를 하고 있지만 203호까지 공부한 열정이 대단해서 오라고 연락했다. 김문홍 박사도 참석해서 감사했다.
양산천을 걷고 나서 오리 고기를 먹은 다음에 윈드의 안내로 ‘예원’이라는 전통 찻집에 갔다. 나는 두 번째 가보았는데 주인의 서비스가 어찌나 좋은지 또 가고 싶은 찻집이었다.
대추차를 한 잔 시켰는데도 설향차, 침향차, 대홍포 등을 서비스로 주었고, 딸기, 가래떡 구은 것, 감 등을 간식으로 제공했다.
소산이 팽주를 맡아서 차를 즐겁게 마시며 아동문학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녀 교육에 남다른 열정이 있는 최대호씨의 경험담도 재미있게 들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예원 찻집에 또 가 보고 싶다. (*)
봄이 성큼 다가온 범초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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