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651회) 비오는 날의 풍경화

凡草 2015. 7. 18. 09:32

 

 

 

(凡草텃밭 이야기 651)

 

2015718, 토요일, 구름

 

<비오는 날의 풍경화>

 

비오는 날 산장에 있으면 참 평화롭다.

비가 초작초작 떨어지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때마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Rain And Tears.

이럴 때는 약초차가 아니라 커피를 한 잔 마셔야 한다.

믹스 커피를 타서 한 잔 마시며 창밖을 내다본다.

 

 

저수지에 떨어지는 빗방울!

말랐던 계곡에도 물이 제법 불어서 졸졸졸 흘러내린다.

비는 만물을 살리는 하느님의 손길이다.

 

 

하루 전에 일기예보를 듣고 모종을 준비해서 범초산장으로 갔다.

지난 일요일에 심은 모종은 들깨와 상추, 고들빼기.

케일이 먹기가 곤란할 정도로 너무 커져서 다 뽑아내고

그 자리에 들깨를 심었다.

 

 

 

 

여태 다른 채소를 심느라 들깨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들깨를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당장 양산 남부 시장에 들러 들깨 모종을 30포기 사왔다.

이제 초보 농부는 벗어 나고 있는데 들깨 정도야 문제가 있나,

안 되면 되도록 해봐야지.

 

줄을 맞추어 심어 놓고

손을 털었다.

물 줄 필요 없이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하늘에서 자동적으로 비를 뿌려줄 테니까.

 

 

 

상추 열 포기는 관리하고 따 먹기 좋게 큼직한 화분에 나누어 심었다.

하우스 출입문 바로 앞에 심어서 소쿠리만 들고나가면 되도록.

하하하. 요렇게 가까운 채소 마트가 있는 집은 드물 거다.

나는 일년초보다 초석잠, 어성초, 잔대, 도라지, 삼백초, 호장근,

눈개승마, 예덕나무, 참쑥부쟁이, 섬쑥부쟁이, 물레나물, 삽주,

명이나물과 같은 다년초를 밭에 심어 놓았기 때문에 채소 심을 자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노는 화분도 이용할 겸 화분에 상추를 심었다.

 

 

아내는 오늘도 마실 가고 나 혼자 점심을 차려 먹었다.

국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물 반찬에 생선만 있으면 된다.

생선은 태관이가 사다준 냉동 가오리를 찌고,

나물은 피마자, 꾸지뽕 어린 잎, 어성초, 삼백초, 짚신나물, 초석잠 어린 잎을

살짝 데쳐서 된장에 찍어 먹었다.

풋고추도 주렁주렁 열려 있으니 대여섯 개 따와서 먹었고,

 

 

 

 

밥 먹고 쉬면서 동화를 썼다.

제자들을 가르치느라 바빠서 내 글은 늘 뒷전으로 밀렸는데

통 안 썼더니  완전히 감을 잃어서 좀처럼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가 없었다.

햐, 이거 영영 못 쓰는 거 아닐까?

초조해진다.

 

보름 전에 한 편을 억지로 써 보았더니 조금 감이 잡혔다.

오늘 비오는 풍경 속에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두 번째로 글을 써 보니

처음보다는 감이 많이 살아났다.

 

 

역시 무엇이든 자주 해야 몸에 익숙해진다.

글도 자주 안 쓰면 낯설고 어색하기 마련이다.

이 생각 저 생각 마구 떠올려 글 속에 버무려가며 쓰니 꼭 김치 담는

느낌이다. 여러 가지 양념을 버무려 김치 속에 치대듯이 글도 나만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버무려 넣어야 맛깔스럽다.

 

 

글 쓰다가 잠시 쉴 때는 토마토를 먹고 입가심으로 엉겅퀴 꽃차를 마셨다.

달짝지근하고 깊은 맛이 난다.

엉겅퀴 특유의 깊은 향기가 입가에 감돈다.

 

 

 

밭에는 여러 가지 잡초가 막 올라오는데 통 못 보던 녀석이 있어서

세울에게 찍어서 물어보았더니쥐꼬리망초란다.

아하, 고놈이었구나!

꽃은 알지만 잎과 줄기는 몰랐는데 이제 구별할 수 있겠다.

 

 

 

번행초가 많이 자라서 뜯어다가 초무침을 해서 먹었다.

맛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위에 좋은 약초라 맛있게 생각하고 먹었다.

맛없는 것도 맛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먹으면 맛있다.

 

 

 

속단이 꽃을 피웠다.

속단 꽃은 처음 보았다.

뼈와 근육에 좋은 약초인데 밭에 심어 놓았기 때문에 꽃을 볼 수 있다.

이런 꽃도 노력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시험 삼아 삼채를 한 번 캐어보았더니 아직 뿌리가 작아서 먹을만한 정도는

못 되었다. 좀 더 자라도록 기다려주어야겠다.

 

 

 

느릅나무 줄기와 잎을 끊어다가 차를 끓였다.

느릅나무는 별명이코나무인데 원래는 뿌리 껍질을 약으로 쓰지만

줄기와 잎을 끓여도 제법 끈적끈적하다.

이런 성분이 염증을 치료해준다.

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끔 느릅나무 차를 만들어 마신다.

 

나는 여태 대장암 검사를 받지 않았다. 그거 검사할 시간에 느릅나무 차를 마시고

율무를 밥에 넣어 먹었다. 육식은 적게 하고 채소를 자주 먹었고.

검사도 중요하지만 미리 미리 몸에 좋은 약초를 먹고 병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병이 생긴 다음에 의사에게 매달려봐야 의사도 어쩔 수가 없다.

내 몸은 내가 보살펴야 한다.

내가 심심하면 마시는 뽕잎차가 건강을 지켜준다.

이 뽕잎차를 마시고도 병이 생긴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겠지.

 

 

나는 오래 살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에

건강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글나라 동화교실 목요일 달님반 종강하던 날

 

비가 와서 바깥 일은 거의 못했지만 하우스 안에서 쉬며 글을 쓰는 것도

좋았다.

비오는 날에는 하우스 지붕에서 실로폰이나 타악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새벽에도 빗소리에 잠이 깨었다.

나를 깨운 빗소리가 오히려 고마웠다.

새벽부터 신 나는 음악을 감상해서 좋았다.

비오는 날 도시에 있으면 불현 듯 산장으로 달려가고 싶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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