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凡草산장 이야기 721회) 옥수수를 보며 생각한다

凡草 2016. 7. 31. 23:22


2016년, 7월 31일, 일요일, 맑음


(범초산장 이야기 721회)  옥수수를 보며 생각한다.


이번 주부터 휴가다.

오늘은 동그라미 계원들과 나사리 해수욕장으로 놀러갔다.

나사리는 간절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데

피서철치고는 한적한 편이었다.

이승환씨가 4킬로미터 바다 수영 대회에 나가기 위해

연습도 할겸

바닷가로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난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개헤엄을 치며 놀았다.

수영 강습을 배워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는데

시간이 나지 않아서 못 배웠다.

이승환씨는 정말 수영을 잘 했다.

물개처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몇 번이나 왕복했다.

날은 더워도 바닷물이 찬 편이라

물속에는 오래 들어가 있지 못하고

주로 천막 안에서 쉬었다.




달님반에 나오는 수연씨가 나사리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혹시나 집에 있는지 문자를 보냈더니 찾아왔다.

이렇게 제자를 부르면 뭔가 사들고 오니 신세를 지긴 하지만

나도 적당한 기회에 갚으면 되기 때문에 연락을 했다.

예전에는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일체 연락을 안 했는데

그렇게 살아보니 남과 오고 갈 일이 없었다.

아내가 주로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 집이나 산장에 제자들이 잘 오지 않았다.

요즘에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 바꾸어서 그래도 가끔 찾아오는 편이다.

방학중이지만 만나서 얼굴을 보고 동화 이야기도 하니 좋았다.



신세계 동화 교실의 반장을 맡고 있는 우애란씨 아버님이

오늘 새벽에 돌아가셔서

범일동 평화시장 옆에 있는 <시민장례식장>에 다녀왔다.

효녀인 애란씨가 아버님을 위해 애 많이 썼는데

뇌출혈을 회복하지 못하고 쓰러진 지 두 달만에 떠나셨다.

애란씨 가족들이 삼복더위에 상을 치르느라 고생이 많을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산장에 심은 옥수수가 익었다.

시험 삼아 몇 개 따 보았는데 제법 알이 찼다.



그동안 옥수수를 사 먹기만 했지 직접 키워본 것은 처음인데

내가 키운 옥수수를 벗겨보니 참 신기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옥수수가 수염을 달고 있는 것도 희한했고,

안에 있는 열매가 상할까 봐 가죽같은 껍질로 여러 번 싸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다른 농작물보다 옥수수는 자식들을 더 사랑하는 부모같다.

나는 항상 자식보다는 아내를 제일 우선으로 치는데

옥수수는 자식을 더 우선하지 않을는지......

가죽을 차례로 벗겨보니 사람 이 같은 열매가 빼곡하게 차 있다.

히야, 이 많은 열매를 만들자면 얼마나 애를 썼을까?

이 무더운 여름 더위에

옥수수야, 고생 많았다.


커다란 키에 비쩍 마른 몸으로

튼실한 옥수수 자루를 두어 개나 달고 서 있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게 보이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불쌍하게 보였다.

이렇게 고생해서 자녀를 키우면 자녀들이 그 수고를 알까?

물론 내리사랑이니 부모에게 보답을 하는 대신에

자기 자녀에게 빚을 갚겠지.



내 제자중에는 아기를 막 낳았거나

지금 아기를 배고 있으면서

동화 공부를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아기에게만 최선을 다 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동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자신을 생각해야 하고

다음에는 배우자를 위해야 하며

세번 째로 자식을 챙겨야 한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지만

내 사고방식은 그렇다.

이런 말 하다가 자식을 최고로 치는 부모들에게

된통 욕을 들을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옥수수를 몇 자루 시험삼아 땄고

삶아 먹어보니 구수하고 맛이 있었다.

자식을 무한대로 사랑하는 옥수수야,

덕분에 잘 먹었다.



풍선덩굴이 엄청 자랐다.

벌써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6월 초에 싹이 막 나왔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비교 삼아 두 사진을 올려보았다.





배롱나무 꽃이 아주 곱게 피었다.

여태 계곡 쪽에 있는 나무만 꽃이 많았는데

정자 쪽에 있는 나무도 많은 꽃을 달고 서 있다.

하우스 안에서 보면 횃불처럼 타 오른다.

왼쪽에도 배롱나무 꽃, 정면에도 배롱나무 꽃

이만한 장관이 없다.

범초산장에 머무는 시간이 꽃처럼 향기롭다.




무궁화 꽃도 피기 시작했다.

범초산장에 있는 꽃들이

제비뽑기를 해서

순서를 정한 다음에

내가 찾아가면

하나씩 차례로 피는 것 같다.

한꺼번에 피지 않고 돌림노래 부르듯이 돌아가면서 핀다.




염주가 열리기 시작했다.

줄기와 잎만 보면 옥수수 같은데

열매를 보면 다르다.

햐, 귀엽게 생겼다.

고놈 참 특이하다.

염주도 산장에서 처음으로 키워본다.

열매가 열리면 염주를 꿰어서 스님들이 갖고 있는 것처럼

팔찌 같은 것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만큼이나 양이 나올지 모르지만..





화분에 키우는 토란도 볼만하다.

물을 부어보면 한 방울도 젖지 않고

또르르 흘러내린다.

물장난 하기에 제일 좋은 것이 토란이다.

이러자면 은우가 언제 와야 하는데...

손자가 안 오니 나혼자서라도 해봐야지.

히히




핫립세이지는 잘 크고 있다.

말라죽지 않게 갈 때마다 물을 준다.

산장에 있는 많은 식물들을 일일이 보살펴주고 돌보아주지 않으면

제멋대로 커 버린다. 더러는 죽기도 할 거고...




해마다 이맘때 피는 영아자가 올해도 피었다.

보라색 불꽃 같은 꽃이 참 특이하다.

이번 주에는 특이한 게 참 많구나.





물레나물도 잘 크고 있고

냉초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냉초는 원래 고산지대에 산다고 들었는데

범초산장에서도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정향풀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쌈 중에 하나가 아주까리인데 잘 크고 있어서

몇 잎 떼어서 쌈을 싸 먹었다.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아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 혼자 싸 먹는다.

왜 이 맛을 싫어할까?

싫다는데 굳이 억지로는 권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향이나 맛이 다를 테니까.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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