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2일, 화요일, 흐림 (凡草산장 이야기 743회) 불행 속에는 행복이 숨어 있어! 어제 금정산 장군봉 등산을 마치고 약간 피곤했지만 범초산장으로 갔다. 일요일에 다리 공사 하던 것을 더 진척시키기 위해서였다. 시멘트 반 포대를 다 쓰지 못한 채 두고 와서 마저 쓸 요량이었다. 일 욕심이 많아서인지 어서 끝내고 싶었다. 산길을 내려오다가 금정산 자락에서 패트병으로 만든 바람개비를 보았다. 새를 쫓기 위해 만든 것 같았다. 기발한 아이디어라 사진을 찍어왔다. 다리 앞쪽은 다 복구했는데 다리 뒷부분이 생각보다 많이 무너져서 구멍이 컸다. 모래만 퍼다 넣으면 끝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무겁더라도 큰돌을 구해다 조금씩 채웠다. 한 발 수레가 오래 쓴 탓인지 망가져서 두구동 입구에 있는 <영풍원예자재>에 가서 두 발 수레를 5만 원 주고 샀다. 이 두 발 수레에 돌을 담아 몇 번이나 날랐다. 그 위에 시멘트를 비벼 넣고 돌을 고정시켰다. 그랬더니 하마 입처럼 커다란 구멍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등산을 갔다 온데다 힘든 일을 해서 그런지 땀이 비오듯 흘렀다. 벌써 해가 기울고 있기 때문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서둘렀다. 40킬로그램짜리 시멘트 한 포대가 참 무거워서 운반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모래까지 사와야 했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모래는 게곡에 얼마든지 쌓여 있었다. 그전에는 모래가 얼마 없었는데 지난 차바 태풍 때 홍수가 날라다 놓은 것이었다. 홍수가 다리를 무너뜨린 것은 불행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모래를 쌓아 놓은 것은 행복이 아닐까?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나지만 결국 답은 그 문제 속에 들어있기 마련이다. 극복하기 힘든 불행이 일어나도 그 주위에 행복이 숨어 있을 테니 고민만 하지 말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리 무너진 곳은 아직도 다 메우지 못했지만 놀이하듯 갈 때마다 조금씩 해 나가면 언젠가는 다 채울 것이다. 홍수에 와르르 무너지는 약한 다리가 아니라 어떤 홍수에도 끄떡없는 다리를 만들려고 한다. 표고버섯이 제법 많이 올라왔다. 가을이 되어도 통 안 올라오더니 지난 주와 이번 주에 얼굴을 내밀었다. 연갑씨가 해머로 표고목을 탕탕 두드려준 것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연갑씨와 반씩 나누어 먹기로 했다. 사람이든 버섯이든 하는 것이 지지부진할 때는 가끔 질책도 필요한 모양이다. 내가 범초산장을 좋아하고 잘 가꾸었더니 산장도 나에게 뭔가 좋은 것을 많이 내어준다. 고추, 가지, 토마토, 호박, 배추, 무, 딸기, 고구마, 뽕잎, 엄나무, 보리수, 어성초, 삼백초, 부지깽이나물, 취나물, 쑥, 꽃차 재료 등......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그러니 산장에 푹 빠질 수밖에.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데 녹차 꽃이 이제야 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꽃모양이 곱다. 다른 꽃 다 지고 없을 때 피니 보기에도 좋다. 염주로 동화 팔찌를 몇 개 만들고 나니 재료가 다 떨어져서 내년에 심을 것도 부족했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에 염주를 사고 싶다고 올렸더니 전혀 모르는 곽현옥씨와 임정숙씨가 공짜로 보내주어서 감사했다. 그런데 한 분이 보낸 것은 염주가 아니라 율무였다. 혹을 예방하기 위해 율무를 밥에 자주 넣어 먹긴 했어도 껍질채로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율무는 염주보다 알이 작았다. 팔찌로 만들기에는 알이 작아서 율무차를 만들어 마시기로 했다. 율무 껍질이 워낙 단단해서 망치로 두드려서 조각을 내었다. 주전자에 넣고 끓여 마셨더니 아주 구수했다. ( 왼쪽이 염주, 오른 쪽이 율무.... 크기가 다르다.) 작은 딸 봉현이가 황령산 봉수대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나와 닮은 사진이라며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나를 닮은 딸이라고? 나는 노래는 못하지만 무엇이든 끈기있게 하니 딸이 그 점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딸, 노래만 하지 말고 작곡도 해서 오래 기억되는 사람이 되거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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