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범초산장 이야기 806회) 물탱크에서 다리 공사까지.....

凡草 2017. 9. 17. 07:39


 

2017년, 9월 16일, 토요일, 흐림

 

(범초산장 이야기 806회) 물탱크에서 다리 공사까지.....

 

 

 

  2017년 9월 7일 밤에 글나라 동화교실 달님반 개강을 했다.
  9월 5일에 해님반 개강을 한데 이어 달님반도 가을학기를 시작했다.

  달님반 역사상 가장 많은 19명이 등록했다.

  남자도 세 사람이나 된다.

  원래는 정원이 16명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자리가 비좁더라도 빠지지 않고 잘 나오면 좋겠다.

 

 나이가 적든 많든 배운다는 것은 신선한 일이다.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을 활짝 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행위다.

 자기 아집에 사로잡혀 있으면 남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가르치면서도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제자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으면 받아들인다.

 

 유머발전소 최규상님이 보내준 글 중에

 좋은 글이 있어서 소개한다.

 

사람은 어디부터 늙어갈까요?
  바로 감정부터 늙어간다고 합니다.

  일본의 스테디셀러인 '사람은 감정부터 늙어간다'를 쓴

  와다 히데키가 책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화를 연구했습니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감정을 잃어버리고,

  감정표현을 하지 않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늙어간다고 말합니다.

  몸보다 정신이 먼저 늙기 시작하면서 늙은이가 된다는 거죠!

  "늙은이"라는 말이, '늘 그런이'로 해석한다면
  늘 하나의 감정으로만 살면 쉽게 늙는다는 것이지요.

  감정을 살리는 방법은 아주 쉽지요.
  오늘 본 모든 것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보는 겁니다.

  나무도... 처음 봐서..와!
  차도..처음 봐서...와우!
  내 아내도 남편도 처음 본 것처럼... 우와!

  감정으로 표현하면 모든 것이 기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내 마음 안에 기쁨을 채우면
  이미 청춘이라는 것을! 
  사실 오늘이 내 인생 가장 청춘이라는 것을! >

 

 

 내가 본 사람 가운데 가장 감정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 윈드다.

 처음 윈드와 어디로 여행을 갔을 때,

 좋은 경치를 보고

 '우와, 어머머~~~ 와, 와!'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을 보고

 왜 저렇게 난리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차츰 겪어보니 순수하고 감정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윈드는 아주 좋은 경치를 보면

 감탄사가 그만큼 더 길어진다.

 "우와와와와~~~~~~~~~~~~~~~~~와아!"

 그 옆에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진다.

 

 그래서 나도 요즘에는 윈드처럼 별거 아니라도

 "우와! 좋다~~~!"

 하고 감탄사를 길게 늘어놓는다.

 새롭고 신기한 것을 보더라도 시들한 눈으로 보고

 특별한 반응이 없는 사람은 늙은이다.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럴 수밖에.

 마음이 젊다면 시시한 것을 보더라도

 "우와, 참 조오오오오타!"

 하며 감탄할 일이다.

 

 

 

 지난 9월 11일 월요일에는

 부산 지방에 비가 엄청 내렸다.

 영도에는 380밀리미터가 내렸고

 금정구에도 120밀리미터가 왔다.

 그날도 등산을 갔다.

 일기예보에서는 30-50밀리미터가 올 거라고 해서

 우산을 들고 비에 젖지 않도록 양말도 비닐로 감싸고

 범어사에서 동면 질메재까지 가는 금정산 둘레길을 선택했다.

 비가 오면 바위가 미끄럽기 때문에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다른 때보다는 계곡에도 물이 많았다.

  어떤 곳에서는 건너가기가 곤란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았다.

  걷는 동안에 점점 비가 거세어지더니 우산 위에서

  따발총 쏘는 소리가 들렸다.

  따다다다 타타타타-.

  굵은 빗방울이 마구 떨어졌다.

  '아, 이럴 때 산장에 있으면 빗소리가 참 듣기 좋은데......'

  꿩 대신 닭이라고 우산을 쓰고 걷는 것도 좋았다.

  비오는 날 많이 걸어봐서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비가 오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딱 한 사람, 비옷을 입고 도토리 줍는 사람을 보았다.

 

 

  그동안 비가 너무 안 와서 비가 그리웠는데

  모처럼 많은 비를 만나니 즐거웠다.

  나중에 산을 내려와서 뉴스를 듣고 어마어마한 비가 내려

  큰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분들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나에게는 큰 기쁨을 준 비였다.

 

 

  점심은 은동굴 옆에 있는 정자에서 먹었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 맑은 날에도 경치가 좋지만

  그날은 신선이 노는 정자 같았다.

  잠시 신선이 되어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아, 행복해라!

  입장료 한 푼 안 내고 비를 즐기며 행복한 마음으로 걸었다.

 

 

    남산동에 있는 요산 김정한 문학관에 갔다.

    말은 많이 들었어도 이번 9월에 처음 가보았다.

 

    요산 선생님이 남긴 여러 가지 유품을 보다가

    선생님이 직접 만든 낱말 노트를 보았다.

    가, 나, 다, 라 .... 사전 처럼 구분하여

    다양한 우리말을 수집해 놓았다.

 

    그뿐이 아니라 들꽃들도 손수 그리고 색칠하여

    거의 식물도감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소설 속에 들꽃이나 풀을 등장시키려면 이름을 제대로 알아야 하니까

    저런 작업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나는 그걸 보고 요산 선생님이 왜 존경받는 문학의 대가인지를 알았다.

    '나는 뭐지?'

    잔뜩 쫄아든 마음으로 문학관을 나왔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범초산장에 미니 해바라기 꽃이 피었다.

  가물 때도 물을 주어 보살펴준 보람이 있다.

  밝은 해가 산장에 수십 개 떠 있는 기분이다.

  채소를 적게 먹더라도 밭 일부에는 꽃을 키워야지.

  꽃은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꽈리도 열렸고,

 

   고려엉겅퀴 (곤드레) 꽃도 피었다.

 

  내가 만들어 놓은 방풍밭.

  의령에 있는 이윤임씨 밭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봄에는 제법 뜯어먹을 수 있을 거다.

  무엇이든 가꾸고 키우면 꼭 보답을 한다.

 

  여름내 푸른 잎이던 상사화가 붉은 꽃을 폭죽처럼 터뜨렸다.

  모람표 상사화다.

  이 꽃을 보면 화제리 모람 집이 생각난다.

  화명동에 글나라를 만들 때 많은 도움을 주어서 늘 감사하다.

 

  엄지손톱만 하던 배추 모종이

  땅에서 기를 먹고 자라

  손바닥만 해졌다.

  뭐든 키우면 요렇게 잘 자라니 참 신기하다.

  아내는 자녀들이 다 집을 떠나버려서 둘만 남았으니

  배추도 많이 심지 말라고 한다.

  김장도 많이 안 할 모양이다.

 

  그러든 말든 범초산장에 25 포기,

  석산 텃밭에 20여 포기를 심었다.

  김장 배추로는 안 쓰더라도 쌈배추로 먹으면 맛이 있기 때문이다.

  아내 모르게 많이 심어놓았다.

  따라 다니며 감시할 수는 없으니까...ㅎㅎ

 

 

  범초산장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낡아서 아슬아슬하다.

  옆집  (민들레 화원) 문영씨는 잘못해서 발이 구멍으로 빠졌다고 했다.

  저수지 둑이라 함부로 다리를 놓을 수가 없어서

  금정구청에 놓아달라고 했더니 개인 땅이라 안 된단다.

  꼭 하려면 개인이 알아서 하라고.

 

  문영씨네 땅이 저수지 둑에 많이 들어가서

  할 수 없이 두 집이 돈을 내어 다리를 만들기로 했다.

  정식 다리는 아니고,

  Hb을 세 개 걸쳐 놓고 발판을 걸쳐놓고 건너다닐 참이다.

  하필 옆집 도라지집에서는 하천 부지인데도 마당을 만들어놓고

  사람이 지나다니기 힘들도록 밭고랑을 넓혀 놓아서

  거기로는 수레를 밀고 다닐 수가 없었다.

  차에서 짐이라도 가져오려면 난감했다.

 

  다리를 놓기로 하자 아내가 순발력있게 나섰다.

  철제상에 가서 알아보고 에이치빔을 사다 놓았다.

  나 같으면 몇 달 걸릴 일을 하루 아침에 해버렸다.

  대단한 아내다!

  앞으로는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 판이다.

 

 

 

 

  나는 아이들 수업하랴 바빠서 못 가보고

  아내가 페인트 칠도 하고 힘든 일을 많이 했다.

  금요일에 겨우 시간을 내어 남은 페인트 칠을 내가 마무리했다.

  아이고, 미안해라.

  다리를 놓으면 신발을 벗고 걸어 다녀야 하나? ㅎㅎ

 

 

 

 

    귀한 사모님을 페인트칠장이까지 시키다니?

   산장 좋아하는 남편 만나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죽겠다고 불평을 안 하니 일단 마음이 놓였다.

   등짝도 아프고 눈이 퀭할 정도로 피곤했다면서도...

   미안해요, 여보!  하니, 자기, 내 사랑........,

   또 뭐 없나?

 

   다리 공사에 이어 산장 내부 수리도 곧 진행할 예정이라

   물탱크 공사부터 하우스 지붕수리, 대형 공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만일을 위해 들어두었던 적금을 깨어 탈탈 털어버렸으니 알거지가 될 판이다.

   하루를 살아도 편하게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한 가지 다행한 일은 오늘 아내가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며칠 수고한 보너스 같아서 다행이다.

   여보, 내가 연갑씨와 다리 잘 놓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와!

   다시 푼돈이라도 꼬박꼬박 모아서 

   언젠가는 아프리카 여행 꼭 보내줄게.
   사랑해!  (*)

  

 

출처 : 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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