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1일 목요일 맑음
오늘은 샌디에고에 있는 '시월드 (sea world)'를 보러갔다.
로스엔젤리스에서 샌디에고까지 차로 2시간 이상을 달려 갔는데 가는 동안에
길이 막히는 곳이 있었다. 로스엔젤리스는 도로가 넓은 곳은 6차선이었는데도
막히는 걸 보니 차가 많긴 많은 가보다.
맨 왼쪽 차선은 2인 이상의 카풀 차량만 달릴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이 이색적
이었고, 차량이 아주 많아서 부산보다도 더 복잡하였다.
로스엔젤리스는 인구가 천만 명이라는데 한국 사람은 약 백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단다.
로스엔젤리스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일이 별로 없단다. 버스는 30분에
한 대가 올 정도로 거의 이용을 하지 않는데 대부분 자가용을 몰고 다니기 때문에
그렇단다. 택시도 잘 볼 수가 없었다.

아내는 미국에 가기 전에 남부면허 시험장에서 국제 운전 면허를 내어서 갖고
갔는데 유미 집에서 한 번 운전을 해보았을 뿐, 사위가 운전을 잘 해서 딸 집에
가서는 운전해볼 기회가 없었다.
도로에서 오가는 차를 보니 도요타와 혼다 같은 일본 차가 반이 넘었다.
도대체 여기가 미국인지 일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한국 현대 차는
어쩌다 한 두대가 눈에 띄었다.
처제인 유미도 일본차가 고장이 안 나고 중고차 시세가 좋다며 일본차를 살 정도
이니 더 말해 뭐하랴. 미국 사람들도 미국 차는 고장이 잘 난다며 일본 차를 좋아
한단다. 우리가 더 노력하지 않으면 일본을 따라가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서 미국 사람들을 보니 왜 그렇게 뚱뚱한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육식을
좋아하는데다 아주 큰 컵에 콜라나 사이다를 담아 마구 마셔대니 어찌 살이 찌지
않겠는가! 나는 어마어마하게 뚱뚱한 미국 사람들을 보면서 앞으로의 시대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누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제 몸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데 무슨 발명이나 연구를 하겠는가!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악착같이 노력하면 콧대 높은 미국 사람을 따라낼 수 있을
것이다.

시월드에 들어가니 세계 최대의 해양 공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볼 거리가 많았다.
물개쇼, 돌고래쇼, 고래쇼 등 .... 여러 가지 쇼에다 온갖 탈 것들이 즐비하였다.
우리 일행은 레프팅 보트와 비슷한 놀이기구를 탔는데 여기 저기서 물 대포를 쏘는
바람에 옷이 흠뻑 젖고 말았다. 그래도 웃음이 나오고 한 번 더 타고 싶었다.
입체 영화관에 들어갔더니 '유령의 등대'라는 입체 영화를 상영했는데 영화 상영
도중에 유령이 입에서 물을 내뿜는 장면이 있었는데 진짜 내 몸에 물이 쏟아져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앞 좌석 구석에 물이 나오는 구멍이 있었다. 입체 안경을
끼고 실감나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하늘 케이블 카도 탔다.
시월드도 어찌나 넓은지 다 돌아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하였다.

사위 쏠은 중등학교에서 임시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정식 교사가 되려면 대학원을
다녀야만 한다.
마침 우리가 간 동안에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 시험을 보았는데 한 시간이나
걸쳐서 면접을 한 끝에 합격이 되었다고 해서 반가웠다.

그런데 나는 미국에 가서 미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의외로 텔레비젼이나 컴퓨터
를 보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
미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나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습니다!"
라는 약속을 하고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집에 돌아와서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남의 아이들도 집에 오면 줄곳 책만 보았다.
이런 미국 아이들을 우리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지?
뚱뚱한 어른들은 별 거 아닌데 책을 열심히 읽은 아이들은 정말 두렵기만 하다.

이렇게 보름 동안 미국 관광을 잘 마치고 일본 나리따 공항을 거쳐 김해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노스트웨스트 항공기가 고장이 나서 일본 하네다 공항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요꼬하마에서 하룻밤을 잤다.
노스트웨스트 항공사에서 요꼬하마 로얄 호텔을 잡아주어서 자정이 넘는 시간에
요꼬하마로 셔틀 버스를 타고 가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날 아침에 예정에도 없던 요꼬하마를 구경하고 오후에 인천 공항을 통해
겨우 부산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하네다 공항에서 영문도 모르고 비행기 안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고
뒤늦게 겨우 비행기를 고쳐 나리따 공항에 도착했는데 부산으로 갈 비행기는
이미 가버린 뒤라 이렇게 하다간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아무 사고없이 돌아왔다.
부산을 떠나기 전에 제자 소산이 행운의 클로버를 아주 많이 만들어서 주었는데
그 덕을 본 것일까? 또 나를 염려해준 제자들이 많아서 그 걱정 덕분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글나라 카페에 들어와서 관심을 가져준 많은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 미국에 있을 동안에 많은 구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유미, 애릭, 상규,
상규 처, 큰처남, 딸 정현이, 사위 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덕분에 미국 여행이 즐거웠고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떤 많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와 아내가 없는 동안에 학원을 잘 지켜준 아들 문현이와 딸 봉현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고, 아들과 딸은 빚을 내어서라도 올 겨울에 산타페로 보내서
견문을 넓혀주고 싶다.
보름동안 여기 저기 보러 다니느라 계속 강행군을 했지만 등산으로 다진 체력
덕분에 피곤하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여행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가장 소중하게 느낀 것은 무엇보다도 '건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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