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막걸리 담가묵기

凡草 2005. 9. 5. 10:48
서재환
nongbu-c@hanmail.net
광양 백운산 아래 백학동에서 농사 짓고 살아가는 농부.
맛깔스런 전라도 입말로 '백학동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쓰고 싶답니다.

비 오는 날! 대포 한 잔!
막걸리 맹글아 묵기!

군대를 마치고 집이 와서 첨에 농사를 질 직애는 막걸리를 참 많이 묵었었는디....

근디 한 일년 오지개 퍼 묵고 낭깨 뱃까죽이 돼지껍떡 맹키로 뚜꺼바 지고 배지도 나오기 시작허는 바람에 막걸리를 끊코 쐬줏병을 뽈아 댔더마는 주뎅이에 쐬주가 인이 배기 뿔고 낭깨 간혹 막걸리를 한 잔씩 허먼 쐬주보다 더 언능 취해 삐리고 해서 잘 안 묵는디, 낫살이나 묵응깨 살살 예전에 묵던 막걸리 생각이 나서 묵어 보먼 막걸리 맛이 영 아니더랑깨!

예전에 명절이나 되고 큰 일이라도 칠 직애는 집집이서 꼬두밥을 쪄서 덕석에 널어서 식하 갖고 누룩이라 버물라서 크댐헌 동우에다가 담아 갖고 따땃헌 아랫목에다가 모시 놓코는 이불로 싸서 맹글아 묵었는디, 막걸리 한 동우 맹글아 묵을라고 안방에다가 숭카 놓코 맹글다가 세무서 직원들이라도 나온다는 소리가 나먼 아지매들이 물동우에다가 퍼 담아 갖고 이고는 산으로 대밭으로 숭쿠로 댕기던 일들이 생각나그마!

요새사 누가 막걸리 당가 묵는다고 잔소리 허는 사람도 없고 에나 쌀도 남아 자빠지는디 많이들 해 묵으라는 판잉깨 넘 눈치 볼 거는 없는디, 근년에 누가 맹글아 묵는 거슬 봐 본 적이 없어 농깨 맹글 줄을 알아야제?

몇 년 전에 막걸리가 묵고 자바서 누룩을 구해다가 엄니보고 좀 맹글아 보랐더마는 누룩을 너무 많이 여 갖고 제 맛이 안 나서 다시는 안 맹글고 말았는디, 이우제서 누가 막걸리를 맹글아 놨다고 오래서 가 갖고 얻어 묵음서 맹그는 걸 좀 갤차 주라고 했더마는 뭔 큰 재주나 되는 덱끼 빼 쌓터마는 알고 낭깨 막걸리 맹그는 일이 별 것도 아니다 시푸네!

젤로 기술은 누룩을 맹그는 거라는디, 요새는 보리나 밀을 집이서 안 강깨 당장에 그 것까지는 못 맹글것고 우선에는 쉬분대로 장에 가서 할무니들이 맹글아다가 포는 걸 사다가 당가 보자고 시작했는디, 막걸리 맹금서 복잡허니 폼 잡고 에럽개 맹글먼 자주 안 맹글아 묵어 징깨 젤로 쉬분대로만 맹글아 볼라그마!

몬춤 누룩 덩거리를 깨서 물에다가 술약이랑 여서 풀어 갖고,

찹쌀이랑 맷쌀을 반섺끼로 꼬두밥을 맹글아 갖고 누룩이랑 버물라서,

기냥 도가지에다가 퍼 부 놓코는,

요리 착 덮어 갖고 따까리 얹고 이불이나 요로 둘러 싸 농깨 제 혼차 보글보글 끓음서 기냥 술이 되더마!

 

여름이라 바깥날이 따땃해 농깨 이튿날부텀 보글기리는 소리가 나더마는 한 사흘 지낭깨 놀짱해 짐서 술내가 나는 거시 춤 넘어 가개 맹글거마!

여름비 꼽꼽허니 내리는 날!

이거는 자주 많이 맹글도 못 허는 거라 귀헌 겅깨 딴 때 맹키로 소문 내 노먼 떼거리들이 한 자리서 바닥 봐 삐릴 판잉깨 살쩨기 귀헌 손이라도 오먼 맛배기로 한 잔 목이나 추줄 정도로 내 놓는 거라 아직 맛 본 사람들이 몇 안 되는디, 막걸리가 익을 때를 제대로 맞차 오는 재수 좋은 사람만 한 탁배기라도 맛 볼 수 있당깨!

시방 나가 여그서 이 이약을 허는 지서리가 나 죽을 지서리를 허는 거다 시푼디...

한 빵울도 아깡깨 매매 짜야제!

양판에다가 받치 갖고 묵을랑깨 폼이 안 나는디, 담에는 투가리라도 제대로 장만해 갖고 구색을 맞차 놔야 쓰것네!

매분 꼬치에 열무 짐치 감아 갖고 한 잔!

예전에 엄니가 맹글아 갖고 바가치에다가 전내기를 떠다가 삭카리 타서 묵던 그 맛은 안 나제마는 기냥 집이서 맹글았다는 것만 갖고 내 놓코 자랑허는 판인디, 자주 맹글다 보먼 차차 맛도 나사 지것제 뭐~!

낼도 비가 온당깨 또 설이네 이~! ^^

 

기사출력  2005-08-31 13: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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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계몽아동문학회
글쓴이 : 동치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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