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리 무거운 물체가 하늘에 뜨는지. 저 구름 바다는 엔진도 없이 어찌 떠 있는지. 나는 과학만으로는 살기 어려운 그런 종류의 인간입니다.
독일에 가서 지냈던 일주일의 시간들은 집을 떠나겠다는 것 그, 단순하고 명료한 목적을 위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떠남으로 우리는 종종 돌아올...그리하여 다시 이 징그럽고 무딘 일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되지 않던가요.
무엇을 본다는 거, 무엇을 느낀다는 거. 그것이 이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나이이기도 합니다. 낯선 것이 이제 두렵고 익숙한 것들이 자주 반가워집니다. 그래서는 아니되겠기에 나는 부러 낯선 것들을 찾아나섰습니다. 두렵고 당황하는 그 감정의 물결들을 나는 필요로 합니다.
나는 독일에 가서 독일 사람은 두 명 만났습니다. 보기야 많이 봤지만 인사하고 말한 것은 딱 두 명뿐입니다. 사촌 남편 알렉스와 친구 남편 룻츠 , 그들이 내가 만난 독일인입니다. 가게에서 만난 점원들을 빼면 다른 독일 사람하고는 말해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는 거기서 한국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간호사로 파견되서 거기서 자리잡고 산 지 30년이 되어간다는 어떤 부인.... 한국에서 공연차 왔던 현대무용하는 정애숙씨. 한국에서라면 만나서 말 할 일이 없을 그런 한국인들이었습니다. 독일간 지 십년된 사촌하고도 독일간 지 13년된 친구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나는 두 사람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왜 그들이 독일까지 갔는지 실은 잘 몰랐더랬습니다. 그들이 무얼 생각하고 살았는지 전혀 몰랐더랬습니다. 괴테하우스를 친구와 둘러보면서 벽난로 디자인을 살펴보았습니다. 가계부를 읽어보았습니다. 문학은 대체 그것들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 것일까요. 200-300년된 가구들이 멀쩡히 남아있는 작가의 생가라니.....
우리가 지난 여름에 갔던 유정문학관에는 작가의 만년필 하나 없었습니다.
제가 독일에 머물렀던 기간동안 거의 밤마다 비가 내렸습니다. 날씨는 차가웠고 동생집도 친구집도 난방을 하는 둥 마는 둥하여 난 움츠리며 잤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난방을 쎄게 하는 곳이 없습니다. 우리는 왜 그리 뜨겁게 자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것도 궁금해집니다.
도서전에 가서는 책보다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책으로 먹고 사는 인구가 전 세계에 이리 많다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한국 출판사 부스에는 독일인 남편을 데리고 와서 한국책을 제발 팔라고 말하는 한국인 부인들이 줄을 섰습니다. 아직도 우리 인류는 책이 필요한 종족입니다.
가끔 세상을 거꾸로 보고싶을 때가 있습니다. 당나귀같은 나의 고집을 꺽어야할 때도 있습니다.
두 시간쯤 아무 생각없이 벌판을 걷고 싶을 때도있습니다. 내가 떠나고 싶을 때 또 떠나기 위해 나는 보통 때 하루 열시간 씩 일합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나의 행복은 어느쪽 길에 있을까. 커다란 명분과 위대한 정신은 나에게 해당되지 않습니다. 나의 기쁨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나는 이기주의자입니다. 내가 가장 이기적일수 있을 때,,, 내가 혼자 여행을 떠날 때입니다.
그래서 난 종종 떠나고 싶습니다.
Damien Rice - Blowers Daugh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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