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벗에게 >>
이해인
삶이 통 재미 없어
죽고 싶다고 푸념하는 그대
사람들이 보기 싫어
무인도에라도 가고 싶다는 그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그 말
조금은 무책임한 습관적 표현이지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떠나고 나면
사람들이 다시 그리워질 거예요
복잡한 시장 터 에도 가고 싶고
만원버스나 전철을 타고 싶을 거예요
고약한 냄새조차 향기로 느껴질걸요
그러니 삶의 미운 정도 잘 가꾸며
씩씩하게 살아갈 궁리를 해 보세요
그러면 환한 문이 열릴 거예요
나팔꽃처럼 웃게 될 거예요
* 고운 정만 찾지 말고
미운 정도 잘 다스리면
살아가는데 힘이 되겠죠
무더위에 지치더라도
기운 내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노루실은 대숲이라
생각보다 시원하네요.
모두 힘내세요~~~!
우리 카페 회원인
김향이 선생님의 새 책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凡 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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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책꽂이/ 바람은 불어도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딪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예측불허다. 갑자기 아프거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부모가 죽거나 이혼하는 일도 언제 닥칠지 모른다. 커가는 것 자체가 힘든데, 거기에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일까지 겹친다면, 아이의
성장통은 더 깊고 심각해질 게 뻔하다.
나우 역시 마찬가지. 그의 성장통의 뿌리에는 게임과 부모의 다툼, 조기유학이 자리하고 있다.
엄마가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확 뽑아 버리자, “에이 씨, 왜 꺼! 만날 소리치고 지랄이야.”라고 막발을 해대고, 프랑스로 떠나고 싶어하는
엄마와 한국에 머물고 싶어하는 아빠가 싸우는 것도 꼴불견이다. 게다가 친구의 교통사고 누명까지 쓰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중산층 이상 가정 아이들이 흔히 겪는 성장통을 대변하는 나우와 달리, 흥곤이는 부모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등 전형적인 빈곤층 가정 아이의 성장통을 상징한다. 유복자로 태어나 재취를 한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외삼촌
집에서 온갖 눈칫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흥곤이의 삶은 성장통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하는 고문에 가깝다.
엄지 발가락이 나오고 밑창이 닳은 데다 빨아 신지 못해 넝마나 다름없는 구질구질한 자신의 운동화를 보며 울컥 부아가
치밀고, 배가 고파 선생님 책상에 있는 피자를 몰래 훔쳐 화장실에 가서 우적우적 씹어먹는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서로 다른
이유로 주변과 갈등하고 있지만, 두 아이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 그래서 둘 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치유 해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가가 제시하는 것은 서로 다른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초등학교 1학년 때 딱 한 번
본 흥곤이 엄마를 찾아 늦은 밤 싸릿골 산속을 헤매는 둘은, 바지 지퍼를 내리고 풀잎들에 오줌을 ‘갈기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싹틔운다.
산속에서 우연히 만난 방송국 피디는 이렇듯 성장해가는 두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는 스스로 아물게 할 수밖에 없다.
상처가 아문 자리에 단단한 딱지가 생기고 그 딱지 속에 새살이 차오르지 않던?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수많은 아픔을 겪게 마련이야.
아파 본 사람만이 남의 아픈 사정도 알고 더 큰 시련이 와도 잘 견뎌 낼 수 있는 거란다.”라고 조언한다. 작가 또한 동화 말미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살아가는 것 역시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것을 어린 친구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한다.
▲바람은 불어도(김향이 글ㆍ와이 그림)
오랜만에 어린이들의 순수한 우정과 성장의 아픔을 수채화처럼
맑고 밀도 높게 그려 낸 장편 동화가 나왔다.
‘바람은 불어도’는 외아들로 곱게 자란 주인공이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면서 내면적인
성숙과 더불어 참된 우정을 찾는다는 일종의 성장 동화다.
주인공 나우네 집은 도심의 전형적인 맞벌이 가정이다. 공무원인 아빠는
청국장을 좋아하고, 유명 의류회사의 수석 디자이너인 엄마는 퐁뒤 잘 하는 레스토랑을 좋아한다. 자석의 양극과 음극처럼 너무 다른 아빠ㆍ엄마는
그래서인지 늘 티격태격 다투기 일쑤다. 얼마 전에는 엄마는 프랑스 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아 프랑스로 갈 계획이었는데, 아빠가 먼저 할아버지 댁
가까운 곳으로 전근을 가기로 결정을 내려 큰 다툼이 일기도 했다.
이렇게 집 안이 어수선한 가운데 나우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가 일어난다. 하교길을 같이 집에 오던 길에 단짝 친구 은호가 나우의 옆에서 큰 승합차에 치인 것. 여기에 승합차 운전수는 나우가 은호를
밀어서 사고가 났다고 거짓 증언을 해 친구들 마저 나우를 멀리하게 된다.
결국 아빠는 마음의 상처를 받은 나우를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로 데려 가고 이 곳에서 나우는 엄마ㆍ아빠 없이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어렵게 살아가는 홍곤이를 만난다. (비룡소 펴냄ㆍ값 8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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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용기를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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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6-07-08 01:41]  |
바람은 불어도 김향이 글 | 와이·그림 | 비룡소 | 188쪽 |
8000원
[조선일보 김윤덕기자]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다 같은 빛깔, 같은 무게로 느껴지는 게 아닌가 보다. 끈질긴 간섭과 잔소리가 못마땅해 차라리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엄마가 없어서 늘 허기지고 외로운 아이가 있다.
여기 나우와 흥곤이가 그렇다. 일 욕심 많고 능력 있는 엄마를 둔 나우와,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 재혼한 엄마 때문에 외갓집에서 눈칫밥을
먹고 자라는 ‘찌질이’ 흥곤이. 두 아이의 만남은 나우가 파리로 떠나는 엄마 대신, 야생화 농원을 가꿔보겠다며 직장을 그만 둔 아빠를 따라
은내리로 내려오면서 이뤄진다.
전혀 다른 이유로 학교에서 제각각 ‘왕따’인 나우와 흥곤이는, 서로 배려하고 위로하면서 엄마의 빈 자리를 채워간다. 흥곤이가 엄마를 찾아
나선 길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이 동화의 하이라이트다.
엄마 집은 찾지도 못하고 소나기 퍼붓는 산골에서 낯선 아저씨까지 만나 허둥대는 아이들은, 이 특별한 여행 길에서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바람은 불어도 언젠가는 그칠 날이 있다는 사실을. 고난을 이겨내려는 용기야말로 가장 아름답다는 진리를.
(김윤덕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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