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163편 ### 비오는 날의 범초산장

凡草 2007. 7. 3. 22:56
 
   2007년 6월 30일  토요일  구름 많이 낌
   < 대숲에 떨어지는 빗소리 >
 <비오는 날의 범초산장>


일요일에 모람이 노루실에 오겠다고 해서 오늘 미리 앞당겨 등산을 갔다. 등산 목적지는 밀양 단장면 사연리의 명필봉과 취경산이다. 아내를 차에 태우고 밀양으로 향했다. 아내가 요즘은 체력을 회복하여 등산을 가도 무리가 없으니 참 다행이다. 입구를 찾기가 어려워 몇 번 헤매다가 겨우 찾아서 차를 대어 놓고 산으로 올라갔다. 하늘이 흐리기만 했으나 장마철이라 그런지 몹시 무더웠다. 땀을 많이 흘리며 오르막을 올라갔다. 땀이 좀 나와서 그렇지 오르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산을 자주 다니다 보니 산이 몸에 붙어 버렸나 보다. 일주일에 한 번이 별게 아닌 듯 해도 276회나 하고 나니 알게 모르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공부도 그럴 것이다. 당장 큰 진전이 없는 듯 해도 자꾸 하는 사람한테는 못 당하는 법이다. 재주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낫다고 하듯이 꾸준히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지런히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고 깨달음을 순간을 맞아야 하지만 부지런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깨달음의 순간이 자기도 모르게 찾아온다.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면 절망과 갈망의 힘든 고비를 넘어 득도의 순간이 오는 것이다. < 병아리 난초 >
나도 등산을 하면서 많은 고통을 이겨냈다. 힘든 때도 있었고 가기 싫은 때도 있었지만 잘 참아낸 덕분에 이젠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비가 오더라도 등산을 간다. 더구나 올 여름 휴가 때는 친구 백원장과 티벳으로 여행을 갈 참이라 체력을 단련해두어야 한다. 8일 정도지만 그곳은 고산지대라 체력이 약하면 고생을 할 것 같아 미리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기장 테마 임도 같은 곳에 가면 우산을 받고도 편안하게 마음껏 걸을 수 있다. < 물레나물 >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커다란 나무와 큰 바위와 높은 봉우리가 나를 압도한다. 내가 대자연 속에서는 아주 미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등산을 하면 할수록 나보다 더 위대한 자연을 느끼게 된다. 여러 가지 들꽃을 보면서 숲길을 지나갔다. 숲속 편편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걸었다. 약 4시간을 걸은 끝에 처음에 출발한 원점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마을 입구 밭에 밤나무가 열매를 달고 있었는데 밤송이가 지금은 도토리만 했다. 저렇게 어린 밤이 3개월 뒤에는 익어서 큰 밤송이가 된다니 참 신기하다. 저 밤나무는 3개월이라는 마감 시간을 앞두고 참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셈이다. < 약초로 쓰는 회향 >
등산을 마치고 밀양 노루실로 갔다. 가다가 홈플러스에 들러 장을 본 다음에 집으로 갔다. 진이와 하늘이는 무사히 잘 있었다. 두 마리가 있으니 한층 안정감이 있고 이웃집 말로는 서글프게 우는 소리도 줄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지현이 엄마가 보내준 로즈마리를 심고 화단을 돌아 보았다. 백일홍이 벌써 피어나고 있다. 백일홍은 한 두 그루 피기 시작하면 무섭게 번져서 나중에는 화단에 불꽃을 질러버린다. 백일홍이 가득 피어나면 화단이 불타는 듯하다. < 원추리 >
< 백일홍>
< 수련목>
< 더 심은 로즈마리 >
2007년 7월 1일 비 자고 있는데 새벽부터 빗소리가 들렸다. 타타타- 탁탁탁- 툭툭툭- 노루실에서 듣는 빗소리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대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마당에 떨어지는 빗방울, 감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여러가지 소리가 뒤섞여 들린다. 참 듣기 좋은 소리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빗줄기가 지붕에서 떨어져 내린다. 아파트에서는 비가 오는 줄은 알아도 빗소리를 자세히 들을 수가 없는데 노루실에 오면 생생하게 들린다. 음악적인 감각이 부족한 내 귀에도 빗소리는 오케스트라 연주 못지 않게 들린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창문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그래도 꽃과 풀을 보려면 나가야 한다. 우산을 쓰고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비에 젖은 풀잎들이 한층 싱그럽게 보인다. 풀들도 생생 하게 살아난다. 잡초는 손으로 뽑지만 귀찮지는 않다. 단지 그들이 있을 자리가 아니어서 그렇지 파릇파릇한 모습은 보기 좋다. 내가 애써 심은 야생초들이 잘 살아난 모습을 보니 가르친 제자들이 잘된 것처럼 보기 좋다. 진이와 하늘이가 나와서 나를 보며 같이 비를 맞고 있다. 어느새 6개월이 지나고 7월이 되었다. 7월 첫날에 반가운 손님이 온다. 모람은 내가 화명동에 학원을 차린 뒤에 소반과 더불어 제일 많이 도와준 제자다. 진작 한 번 노루실을 구경시켜 주었어야 했는데, 모람도 원동 화제 마을에 전원 주택을 지어서 정리하고 가꾸느라 올 틈이 없었다. 오늘은 밀양 부북면 연극촌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들르기로 해서 마중을 나갔다. 모람과 점심을 먹고 쉬다가 노루실 대문을 잠그고 원동 화제 마을로 갔다. 가을에 짓고 나서 가본 적은 있어도 정원이 가꾸어진 것을 못 보았기 때문에 궁금하였다. < 모람 집 화단 >

< 톱풀 >
< 겹꽃 삼잎 국화 >
< 한련화 >
오늘 가보니 아주 잘 가꾸어 놓아서 노루실은 비교가 안 되었다. 나야 심심풀이 삼아 가꾸었지만 모람집은 체계적으로 잘 가꾸어서 놓아서 보기가 좋았다. 내가 모르는 꽃과 나무도 많았다. 모람 신랑도 사람이 좋아서 구경을 가도 덜 미안했다. 아내와 요모 저모 다 돌아보고 차를 한 잔 얻어 마신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 < 시계꽃 >
< 작두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