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자신의 글쓰기 원천으로 ‘시’를 꼽는다. 그는 19세에 김소월의 시 ‘초혼’부터 외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700여 편의 시를 외웠다. 계산해보면 한 달에 3편씩 외운 셈이다.
그는 “그 동안 외운 좋은 시와 문장이 책을 고를 때 좋은 책과 나쁜 책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며 “시 외우기를 통해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구분하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 잘 쓰려면 좋은 문장을 많이 기억하라
흔히 ‘다독(多讀)’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씨는 “얼마나 많이 읽느냐 보다 얼마나 많이 기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내용이나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치고 그 페이지를 접어둔다. 책을 다 읽은 뒤 밑줄 친 부분만 골라 반복해 읽으면서 기억해 둔다.

간혹 독자로부터 “책을 많이 읽는데 별로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질문을 받으면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밑으로 다 빠지는 것 같지만 어느 날 보면 콩나물은 한 뼘씩 자라 있다. 독서도 이와 같다. 남의 글을 읽는 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좋은 문장을 많이 알고, 좋은 글은 어떤 글인가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글을 잘 쓸 수 있다.
좋은 문장은 그 자체만으로 큰 힘을 갖는다. 예를 들어, 요즘 지하철에서는 500원에 껌을 파는 할머니를 자주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할머니가 나에게 와서 500원짜리 껌을 팔고 갔다”라고 쓸 것이다. 그러나 한 시인은 같은 광경을 보고 “껌이 내게로 와서 500원에 할머니를 팔고 갔다”는 문장으로 시대의 아픔을 그렸다. 이렇게 새로운 시각을 담은 좋은 문장은 따로 적어두고 반복해 읽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문장수업이 된다.
이씨의 서재에는 30여 개의 수첩이 있다. 모두 길을 걷다가 발견한 소재, 좋은 문장 등을 적어둔 수첩이다. 밖에 나갈 때는 늘 수첩을 하나씩 들고 간다. 책을 읽을 때도 손 닿는 곳에 수첩을 두고 적는 습관을 들였다. 그는 “예를 들어 ‘생가슴을 앓다’라는 구절은 어려운 표현은 아니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이런 문장을 적어두고 반복해서 보면 어느 날 글을 쓰다가 적절한 부분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의 깊게 관찰하는 습관 가져야
글을 쓸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어떻게 써야 독자를 잘 설득할 수 있을까’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에 자신의 경험을 담아내는 것이다. 또 경험을 담을 때는 솔직하게 표현할수록 설득력을 갖는다. 자신의 삶이 특별하거나 드라마틱하지 않더라도 진솔한 반성을 담아내면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다.
자신의 삶에서 글의 소재를 찾을 수 없다면, 직접 소재를 찾기 위해 돌아다녀보거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본다. 이씨는 글을 쓰기 위해 최일도 목사가 운영하는 밥퍼 공동체에 여러 차례 찾아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을 듣곤 했다. 또 길을 가다가 의외의 상황을 발견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기다리며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끝까지 살펴본다.
“몇 해 전 제가 살던 동네에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종이 같은 것을 주워 고물상에 파는 노인들이 계셨어요. 어느 날 한 할아버지가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손에 참외를 든 채로 잠든 모습을 봤죠. 참외를 드시다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대로 잠드신 것 같았어요.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아서 한 시간 가까이 그 모습을 지켜봤죠. 그랬더니 지나가던 한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보다가 자신의 수레에서 고물을 한 줌 덜어 할아버지 수레에 올려주고 가셨어요. 그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더군요.” 그는 이 이야기를 각색해 ‘연탄길’에 실었다. 이처럼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은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 한 문장까지 신경 써야
이씨는 학생들이 본받을 만한 작가로 밀란 쿤데라를 꼽는다. 밀란 쿤데라는 책 중간 중간에 앞부분을 정리해 주는 문장을 넣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시냇물에 징검다리를 놓듯이 앞부분의 주요 내용을 환기시켜 주는 것이다. 또 밀란 쿤데라는 글의 맨 마지막 문장에 시적인 미학을 넣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글을 쓴다.
이씨는 “글쓴이의 저력은 마지막 문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며 “마지막에 글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시적 미학을 담은 문장을 쓰면 독자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글의 내용을 두 번 세 번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지나친 욕심을 갖지 말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면, 마지막에 “욕심은 길을 만들고 바람은 그 길을 지운다”는 문장으로 정리해 여운을 느끼게 한다. 이씨는 “전체적으로 좋은 글을 썼다고 만족하지 말고 마지막 한 문장까지 신경 쓰라”며 “평소 시집 등을 많이 읽으면 이런 문장을 뽑아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