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9일, 금요일, 흐린 뒤에 눈 표선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김영갑 갤러리를 찾아갔다. 김영갑 갤러리는 절영이 코스에 넣었는데 오지연씨도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가보라고 할까?’ 나는 의문을 품고 성산읍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로 갔다. 작은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사진 갤러리였다. 안으로 들어가서 살아 생전의 김영갑씨와 사진 작품을 하나 하나 보면서 그 치열한 작가 정신에 고개가 숙여졌다.
김영갑씨는 오름만 전문적으로 찍은 사진사였는데 루게릭병으로 2005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사진에만 바친 열정이 갤러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갤러리 안에 적혀 있는 김영갑씨의 말을 수첩에 옮겨 적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 최적의 장소에서 미리 준비하고 대기해야 한다. 그래야 삽시간의 황홀을 맞이할 수 있다. 결정적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대자연의 황홀한 순간을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려면 스물 네 시간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으려면 삶이 단순해야 한다. 스물 네 시간 하나에 집중하고 몰입을 계속하려면 철저하게 외로워야 한다.] 임정진씨는 작가라면 8시간을 글쓰거나 책을 읽는데 바쳐야 한다고 했는데, 김영갑씨는 한 술 더 떠서 24시간 깨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 십년 세월을 견딘다고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온몸을 내던져 아낌없이 태워야만이 가능하다. 심안은 간절히 원한다고 열리는 것이 아니다. 앞 뒤 재지 않고 육신을 내던져 간절히 소망할 때 마음의 문은 열린다. ] 사진이든 글쓰기든 간절한 소망을 갖고 육신을 내던질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은 똑같을 것이다. 김영갑 갤러리에서 작가 정신을 한 수 배우고 나왔다. 이어서 남원읍에 있는 현정란씨 아버님 한라봉 농장으로 갔다. 현정란씨는 지금 글나라에서 동화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제주도 출신이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제주도에서 농장을 하고 계시다는 걸 얼마 전에 들어서 찾아가게 되었다. 현정란 아버님은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고 농장도 구경시켜 주었다. 약 2천평의 비닐하우스에서 천혜향과 한라봉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우리는 사진도 찍고 한라봉 맛도 보았다. 밑에 카페트 같은 것이 있어서 뭐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더운 바람을 보내주는 송풍구란다.
농장 구경을 잘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참, 오늘은 이영득씨 생일이라서 아침에 미역국을 먹고 간단한 생일 파티도 했다. 여행중에 생일이 들어 있는 것도 드문 일이라 다함께 축하를 해주었다. 2009년 1월 10일, 토요일, 눈이 많이 내림 자고 나니 폭설이 쏟아졌다. 제주도에서도 보기 드문 폭설이라고 했다. 차가 움직이기 곤란하여 우리는 마당에 나가 .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밭에서 춤도 추고 눈싸움도 했다. 우리가 이런 눈을 언제 또 볼 것인가? 우리들의 여행을 축복하는 하늘의 선물이었다. 아이고, 고마워라!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마음껏 눈을 즐겼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눈이 좀 그쳐서 일찌감치 공항으로 나갔다. 차가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체인을 감아서 겨우 나갔다. 눈은 경치가 좋고 아름답지만 위험한 면도 있다.
우리는 공항에 가서 짐을 먼저 부치고 오지연씨를 만나러 삼성혈로 갔다. 오지연씨가 몇 번이나 연락을 해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사양을 하는데도 한사코 안내하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삼성혈에 가니 싸락눈이 내렸다.
삼성혈에 가보니 주위에 둘러선 나무들이 삼성혈 쪽으로 가지를 뻗었다. 나무조차도 제 고향이나 모교를 잊지 않는가 보다. 삼성혈의 숲에는 녹나무, 팽나무, 비자나무, 삼나무 같은 아름드리 나무가 즐비했다. 삼성혈을 보고 자연사 민속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남원 추어탕 집으로 갔다. 저녁을 오지연씨가 사주어서 고맙게 잘 먹었다. 추어탕이 아주 맛이 있었다. 제자들은 오지연씨와 무슨 특별한 관계라도 되느냐고 내게 자꾸 물었는데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 제자도 이렇게 하기가 힘든데 나한테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이렇게 잘하다니...... 글나라 카페의 회원이긴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튼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에 빚진 것은 다음에 꼭 갚을 생각이다. 우리는 저녁을 얻어먹은 답례로 부근에 있는 초코렛 카페에 가서 오지연씨에게 차를 한 잔 샀다.
오지연씨와 소반
그리고 공항으로 갔다. 오지연씨는 배웅까지 해주고 돌아갔다.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제주도 아동문학인들 덕분에 이번 여행은 아주 즐거웠고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돌아오는 비행기는 갈 때보다 한결 편안하고 아늑하였다.
부산에 돌아와서 이가을 선생님의 메일을 받았다. 나도 이가을 선생님처럼 책도 열심히 읽고 후배들에게 뭔가 이야기해줄 거리가 있는 삶을 가꾸어 나가야겠다.
- - - - - - - - - - - - - - < 김재원 선생님께 >
어제에 이어 오늘도 눈이 내려 천지가 눈 세상입니다. 선생님을 비롯하여 글나라 문우 여러분 잘 돌아가셨는지요. 뜻밖에 귀한 분들 오시고 불러주셔서 참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 가졌습니다. 두루 감사합니다. 저는 난로에 장작을 때며 뜨개질을 하거나 아기 시중을 들거나, 창 밖 눈 세상 속에 우리 집으로 놀러 오는 새들의 지저귐을 듣거나....... 한유한 시간입니다. 게으르지 않게 글쓰기를 하는 것이 여러 문우들을 즐겁게 만날 수 있는 길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아름다운 겨울 속에 모두 건강 하시기를 바라며 예쁜 아기 옷을 선물로 주심에 딸아이 내외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연못의 붕어들은 수면 아래로 깊이 들어갔고 물을 먹으러 오는 새들을 위해 언 연못을 깨 놨는데 그 위로 눈이 계속 내립니다. 평상위에 뿌려 놓은 모이를 새들이 찾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새미오름마을에서 이가을
김영갑(1957년 - 2005년 5월 29일)은 대한민국의 사진가이다. . 1985년 이후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사진 작품들을 남겼다.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에 폐교된 초등학교를 계조해 자신의 전시장인 두모악갤러리를 운영했었다 두모악<한라산의 옛이름>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에 걸려 6년간 투병하는 동안 제주도에서 작품활동을 계속하다 2005년 5월 29일 별세
사진을 알게 된후 카메라에 대한 정보 필름에 대한 정보 .. 또 추가된 관심사는 사진가이다 크게 아는 사진가가 없다보니 이름난 사진가를 먼저 알게 되는게 사실이다 5개월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에서 김영갑씨를 알게 된후 ... 제주에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리라 ..맘 먹고있던 10월 어느날 ... 제주에 행사가 있어 은사스님과 함께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두모악을 물어물어 어렵게 도착하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후 3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갤러리 입구가 보인다
갤러리에 들어섰을땐 쓸쓸한 음악만이 흐르고 있었다 왔다간 사람들의 흔적만 보일뿐 ....텅빈 갤러리 고요한 갤러리에서 숙연한 마음에 숨죽이며.. 두모악 관 하날오름 관 을 둘러보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구름,비,안개이다
최초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렬한 그 순간을 위해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 아니라
대자연이 조화를 부려..
구름을 보았느냐,
그러니 침묵해라
귀를 멀게 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입맛을 상하게 하는 잡다한 맛도 없다 그것을 깨닫기 위해
영상실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쭉 읽어내려가다.. 왠지모를 울컥함에 ...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알수없는 마음을 무엇이길래 ..! 마음을 아리게 하는걸까 ? 갤러리를 왔다갔던 사람들 대부분 같은 감정을 느꼈을거라 생각 된다 그리고 잠시 나를 돌아보게 된다 .... 무엇인가 앞뒤 재지 않고 몰두할 수 있다는거 ..그것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닌걸 알기에 ... 김영갑은 그가 손수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서 고이 잠들었고, 그의 뼈는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이제 김영갑은 그가 사랑했던 섬 제주 그 섬에 영원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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