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집안을 환하게 밝혀준 앵두꽃 244회

凡草 2009. 4. 9. 09:51

 

 


  앵두꽃은 흐드러지고...


< 2009년 4월 4일, 토요일, 맑음 >

 
 나무 수국을 화단에 5그루 심었는데 너무 번져서
화단이 비좁아 보였다.
 그래서 지난 겨울에 세 그루를 파내어 계곡 쪽으로
두 그루를 옮기고 한 그루는 대문 앞에 심었는데
오늘 보니 대문 앞에 심은 나무 수국에서 싹이 나오고
있었다. 대문 앞의 땅이 워낙 단단해서 깊이 파지 못하고
대충 파서 흙만 덮어준 정도였는데 강추위에 얼어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다. 그 강한 생명력을 배워야겠다.

 

 이경수씨 농장에서 해당화 한 그루를 얻어다 심었는데
역시 파란 새순이 나오고 있다. 여름에 심은 나무라
잘 살 수 있을까 염려되었는데 이젠 안심해도 되겠다.

 

 


 마당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하얀 민들레가 줄줄이 피었다.
내 집 마당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민들레. 나는 민들레가
친구처럼 정겹다. 조금 더 크면 잎을 따서 쌈을 싸 먹을
것이다. 쌉쏘롬한 맛이 식욕을 자극해서 좋다.

 

 

 

 불타는 명자꽃아, 너도 봄잔치를 열었구나!
태양을 수십개 매단 듯 붉게 타오르는 명자꽃.
겨울을 이겨낸 환호성인양 마당이 환하다.

 

 

 

 오늘의 장원은 뭐니뭐니해도 앵두꽃이다.
마당 중앙에 자리잡은 앵두나무는 올 봄에도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누가 시킨다고 저렇게 해마다 꼬박꼬박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한 번쯤은 게으름을 피워 볼만도 한데 잔꾀부리지
않고 꽃을 피우는 앵두나무를 보니 참으로 성실하다.
사람이 아무리 부지런하다고 해도 어찌 나무를 이길 수
있을까?
 앵두나무 한 그루 때문에 마당 전체가 환해졌고 집안이
화사해졌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교과서에서 '분이네 살구나무'라는
동시를 읽은 적이 있다. 분이네 집은 달동네에 있고
그 마을에서 제일 가난하지만, 마당에는 큰 살구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봄이 되어 분이네 집 살구나무에 꽃이
피었는데 등불처럼 환하게 켜진 살구꽃 때문에 분이네
집은 그 동네에서 제일 환하게 멋진 집이 되었다.
나는 그 동시가 오래 오래 마음속에 남았다.
 다음에 나도 마당이 있는 집을 사면 꼭 살구나무를
심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분이네 집 살구나무처럼
내 마당에도 환한 꽃등불을 켜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금 노루실에도 살구꽃이 피었다. 아직은 3년생
어린 나무라 꽃이 몇송이 피지 않았지만 앞으로 잘 크면
분이네 집 살구나무처럼 될 것이다.
 문학의 힘은 위대하다. 분이네 집 살구나무라는 동시는
나로 하여금 시골집을 사도록 부추겼고, 마당에 살구나무를
심게 만들었다.
 지금 그 동시 한 편 때문에 하얗게 핀 살구꽃을 감상하고
있다.


 박하가 작은 별처럼 조롱조롱 돋아 나오고 있다

 

 


 모람 집에서 얻어온 톱풀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새순이 나오는 독활

 


 약초모임에서 고송님에게 얻어와  밭에 심은 천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