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소이가 보낸 씨앗 ()()()() 285회

凡草 2009. 12. 19. 11:09

 

 

 

 소이가 보낸 씨앗


< 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맑음 >


 화요일 낮반과 목요일 저녁반 2학기 동화교실 강의를

모두 마쳤다.

 올해는 선물뽑기도 하면서 즐거운 종강식을 했다.

그동안 열심히 다니면서 동화 공부에 힘쓴 회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있는 수강생들은 비록 종강은

없지만 직접 나와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면서 좋은 자극을 받기 바란다.

 

 어제 저녁에 집에 돌아왔더니 제천에 사는 소이가 보낸

택배가 와 있었다.

 스티로폼 상자 안에는 내가 부탁한 댑싸리 말고도

여러 가지 씨앗에다 깨와 팥, 쥐눈이콩까지 들어 있었다.

 선물을 받고 가슴이 뭉클하였다. 참 고마운 선물이었다.

상자 안에 가을과 봄이 가득히 들어 있었다.

 난 누구에게 이렇게 정성이 깃든 선물을 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소이는 금년 3월부터 인터넷으로 동화 창작 공부를 하고 있는데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글나라 카페에 들어와서 내가 쓴 범초산장

일기를 빠짐없이 다 읽었다고 했다.

 내게 공부를 배우지도 않는 사람이 범초 산장 일기를 다 읽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직접 배우고 있는 제자중에도 범초산장 일기를

다 읽은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열정과 애살이 있는 사람이라면 동화 공부를 해도

충분히 잘 해낼 거라고 믿었다.

 소이는 동화 공부를 선뜻 시작하기가 조심스러워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것 같았다.

 그런 준비 작업 끝에 소이가 공부를 시작했는데 지금 50호 교재를

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영월에 있는 금자씨 집으로 놀러 갔을 때 소이가

언니와 함께 와서 만날 수 있었고, 그때 봉지 인형도 선물로

받았다.

 올 겨울에도 28일부터 2박3일간 제자 4명과 태백과 영월로

눈구경을 하러 갈 참인데 그때 다시 소이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9월 초에 소이가 글나라 카페 일기방에 <포슬포슬한 댑싸리>라는

제목으로 댑싸리 사진을 올렸다. 나는 시골에 살아보지 않아서

댑싸리를 잘 보지 못했는데 그 사진을 보니 참 탐스러웠다.

복슬복슬한 강아지 털 같기도 하고 밍크 코트의 털 같기도 했다.

댑싸리의 약효를 검색해보니 간과 눈, 피부병, 이뇨 작용에 좋다고

했다. 노루실에서도 댑싸리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수내 밭에 댑싸리를

키워 보고 싶었다.

 그래서 소이에게 댑싸리씨가 영글면 좀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 뒤 11월이 지나도 댑싸리 씨앗이 안 와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했더니 씨앗이 마르면 보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랬는데 이번에 댑싸리 씨앗이 도착한 것이다.

 

 

 

 택배 상자 안에는 내가 부탁한 댑싸리 씨앗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씨앗이 골고루 들어 있어서 씨앗 종합선물 세트 같았다.

거기다 깨와 팥과 쥐눈이콩까지.

 나는 이 선물을 받고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씨앗을

보내달라고 하지만 보내는 쪽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반송 봉투를 보냈지만 제자 입장으로는 씨앗 하나만 달랑

보낼 수가 없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 황금나무에게도 하늘매발톱 씨앗을 보내달라고 반송봉투를

보냈다가 은행까지 덤으로 받았다. 

 그러니 제자들에게 뭐 보내달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

내가 먼저 선물을 보내면서 부탁한다면 몰라도.

 

 

  올해는 소이뿐만 아니라 여러 제자들한테서 많은 선물을 받았다.

 이러다간 완전히 빚쟁이가 될 판이다.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딱 하나. 좋은 가르침을 주는 것이다.

 지금 370호까지 만들어 놓은 동화 교재를 새로 손질하여 새로운 버전의

동화 교재를 94호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수강생들에게 좀 더 유익한

자료와 좋은 내용을 더 많이 집어넣어서 성원에 보답할 생각이다.

 그리고 가끔 내가 책에서 읽은 좋은 구절을 전체 메일로 보내서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아나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