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태백산 산신령님, 동화 잘 쓰게 해주세요! #### 288회

凡草 2010. 1. 1. 10:50

 

 

태백산 산신령님, 동화 잘 쓰게 해주세요!


<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맑음>


여행 둘째 날이다.

우리가 묵은 태백산 민박촌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개인이 하는 민박집보다 방값이 싸다.

절영이 예약을 해줘서 우리 일행은 편하게 묵었다.

 이번 여행에서 절영은 교통편과 숙소 예약을 맡아주었고,

소반과 모람은 간식을 잘 챙겨 와서 나누어 주었고,

소산은 음식을 만들어서 모두를 먹게 했고,

세울은 여행 경비 관리와 지출을 맡고,

윈드는 유머로 모두를 많이 웃겨주었고,

일월은 감기를 앓으면서도 끝까지 동행해서 단합 정신을

일깨워주었고,

나는 금자씨 집과 소이에게 연락을 하고 모두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였다.

 

 

 

 

민박집이 방값은 싼 편인데 주방 기구가 하나도 없어서

냄비와 국자, 그릇 등을 빌려서 떡국을 끓여 먹었다.

소산이 만든 떡국은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은 명품 떡국이었다.

 아침을 떡국으로 든든하게 먹고 다시 태백산으로 올라갔다.

당골 광장에서 어제는 문수봉 쪽으로 올라갔는데, 오늘은

눈축제 행사 장소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

반재를 거쳐 천제단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가 계곡 풍광은 훨씬 더 좋다.  문수봉을 거쳐

천제단을 한 바퀴 도는 원점 회귀 코스는 시간만 있으면

해볼 만한 멋진 코스다.

 우리는 점심 시간에 내려와야 하니까 약 5시간 코스인

당골광장- 반재-망경사-천제단 코스를 택했다.

 

 

 어제보다 옷을 더 단단히 여미고 올라갔는데 눈이

소복하게 깔려 있어서 참 좋았다.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뽀드득, 빠드득- 눈 밟는 소리가

났다. 

 끝없는 눈길! 하얀 환상의 길! 꿈길인가 동화의 길인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하얀 카펫을

깔아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이 길을 보려고 부산에서 새벽부터 달려오지 않았던가!

 바람이 불자 나뭇가지에서 하얀 눈가루가 오소소 떨어졌다.

 모두 아이로 돌아간 듯 웃어가며 장난을 치며 올라갔다.

감기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일월만 숙소에 남았고,

나머지는 빠짐없이 태백산 등정길에 나섰다.

 나는 몇 사람은 중간에서 도로 내려갈 줄 알았는데,

한 사람도 낙오자가 없이 천제단에 올랐다.

 글나라 동화창작 팀답게 모두 정신력이 대단했다.

 이만하면 이번 동화창작 팀의 동계 정신 강화 훈련은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당골 광장에서 출발한지 3시간만에 1567미터인

태백산 장군봉에 올랐다. 네 명은 뒤로 처져서

늦게 올라왔고, 나와 소반, 절영이 함께 올라갔다.

 나는 소반과 절영을 보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동화창작 동계 강화 훈련에서

 최우수 대원으로 뽑혔습니다. 축하합니다!”

 최우수 대원에게는 다음날 금자씨 집에서 받은

옥수수차를 선물로 한 봉지씩 더 주었다.

 정상에는 돌로 쌓은 천제단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소주와 막걸리를 따라 놓고

간단한 제사를 지냈다.

 나는 그 천제단 위에 제물 대신

 ‘우리 모두 동화를 잘 쓰게 해주세요!’라는

소망 하나를 올려놓았다.

 이이서 장군단에 들러 또, ‘태백산 산신령님, 제발

동화 좀 잘 쓰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다.

 그랬더니 내 머리 위에서 맴돌던 산신령이

‘뭐라카노? 빌지만 말고 당장 써 봐라. 자꾸 써야 늘재.

 소원 빌 그 시간에 동화 한 줄이라도 쓰면 대박

안 나겠나? 내한테 빈다고 내가 동화를 대신 써주겠나?

 난 동화가 뭔지 도통 모른대이.‘

하고 투덜거렸다.

 ‘알겠심더! 마 등이나 두드려주이소! 새해부터 한 눈 안 팔고

열심히 해볼끼예!’

 하산길을 아끼려고 유일사 쪽으로 내려갔다가 망경사로

가는 길을 못 찾고 다시 올라갔다.

 그 바람에 장군단과 천제단을 두 번이나 지나갔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확인 작업을 한 셈이었을까?

 곧 후발대가 올라와서 다같이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다시 당골 광장으로 내려와 점심은 강원도 명물인

‘곤드레 나물밥’을 먹었다. 곤드레는 원래 이름이

‘고려엉겅퀴’인데 보통 엉겅퀴처럼 잎에 가시가 별로 없고

부드러워서 나물로 먹기에 좋다.

 함께 끓여 내온 우거지 된장국이 완전 명품 수준이었다.

우거지와 냉이, 산나물 등을 넣고 끓여서 어찌나 진한지

입에 짝짝 달라붙었다. 짜지도 않고 맛이 구수해서

어디 가서 다시 이런 맛을 보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점심을 먹고 택시를 불러 태백역 부근에 있는 황지 연못으로

갔다. 황지 연못은 낙동강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하는데

연못 속에서 물이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다.

 전체 연못의 크기는 작은 편인데 작다고 깔볼 수가 없었다.

물이 계속 솟아나서 아래로 흘러가니까 저렇게 쉬지 않고 물을

퍼낸다면 낙동강조차 통째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크다고 자랑할 게 아니며, 작다고 무시할 게 아니다.

 작으면 작은 대로 잘 살려 쓰면 되고, 작아서 부족하다면

끊임없이 노력하면 큰 것 못지않다는 교훈을 황지 연못이

보여주고 있었다.


 역으로 갔더니 감기가 심해 집으로 가겠다던 일월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월은 황지 연못에서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사람은 여기에

와 볼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몸을 추슬러서 끝까지

여행을 함께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우리는 일월에게 박수를 보냈고, 이제부터 조황지라는 이름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일월 대신 조황지를 새로 얻은 우리는 기분이 더 좋아져서 기차에

올랐다.

 기차 안에서 역 앞에서 산 옥수수 막걸리를 마시며 영월로 갔다.

 해발 855미터에 있어서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추전역도 지나고 기차는 영월로 칙칙폭폭 달려갔다.

 금자씨가 살고 있는 영월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