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가도 푸근한 영월 <2009년 12월 30일 수요일 맑음> 어제 오후 5시 25분에 영월 역에 도착하였더니 벌써 아무렴님이 차를 몰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쁘실 텐데 우리를 위해 일부러 마중을 나와주셔서 참으로 감사했다. 우리 일행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8명이 타니 차가 꽉 찼지만 비좁으면 비좁은 대로 웃어가며 와석으로 달려갔다.
이윽고 도착한 금자씨 집.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금자씨를 보니 고향집에 온 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좀 쌀쌀맞고 푸대접을 해줘야 다음에 안 오고 싶을 텐데 올 때마다 잘 해주니 다음에 또 오고 싶어진다. 눈에 익은 컴퓨터 방과 부엌,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난로, 곡식 자루가 놓여있는 방, 다녀간 사람들이 사인을 한 낙서판, 여기 저기 붙어 있는 사진, 금자씨가 본 책들.... 지난 봄과 여름에 다녀갔는데 바로 며칠 전에 오고 또 온 듯하다.
사람이 많아서 둥근 상을 두 개나 차렸다. 상 위에 올라온 반찬들은 그야말로 웰빙 음식들이다. 고들빼기 김치, 매실 장아찌, 무말랭이 장아찌, 모듬 나물, 당귀와 개발나물 장아찌, 선지국 등에 오늘 인터넷을 보고 새로 만들어 보았다는 콩나물전도 있었다. “금자씨, 일부러 준비하지 말고 있는 대로 주세요. 새로 만들자면 힘들잖아요?“ “우리 집엔 만들어 놓은 게 수십 가지는 있어요. 그거 드리는 것이니 큰 힘은 안 듭니다. 콩나물전만 새로 만들었어요.” 미리 연락은 했지만 연말에 8명이나 몰고 가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내색하지 않고 흔연스럽게 맞아주니 여간 고맙지 않았다.
“와, 정말 맛있다.” “금자님, 이거 사갈 수 있어요?” “나도 고들빼기 김치 사가야지.” “난 여기서 한 달만 살고 싶다.” “아무렴님은 좋겠다. 맨날 이런 음식 먹을 수 있어서.” 밥을 먹으면서 많은 반찬만큼이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밥상은 더욱 풍성해졌다. 이번에 처음 와본 절영, 윈드, 모람, 일월, 소반은 더욱 감회가 깊은가 보다. 한 숟갈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으려고 꿀떡 삼키지 않고 천천히 맛을 보며 넘긴다.
밥을 다 먹고 나니 겨우살이 차를 내왔다. 구증구포를 해서 연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는 겨우살이차. 처음에는 아무 맛이 나지 않았는데 여러 잔을 마시다보니 구수한 맛이 느껴지고 깊은 맛이 입안에 맴돈다. 이런 차가 명차일 듯하다. 나는 평소에 십초차나 여러 가지 꽃차와 야생초 차를 만들어 마시는데, 여러 가지 것을 섞다 보니 진한 차가 되거나 향이 강하게 풍기는 경우가 많았다. 금자씨가 만든 차를 마셔 보니 나도 향을 조금 더 약하게 해서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는 약이 아니고 자주 마셔야 하니까 연해야 한다. 향이 강하거나 성분이 진해지면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무엇이든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진하다고 이로운 게 아니다. 진하면 한 두 번은 좋으나 오래 갈 수가 없다. 연해야 부담 없이 자주, 그리고 오래 마실 수 있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던히 부담없이 대해주는 관계가 오래 간다.
겨우살이 차에 군옥수수와 고구마까지 먹고 나니 배가 남산처럼 올라왔다. 소화도 시킬 겸 금자씨가 준 일거리를 했다. 잡곡 모음과 옥수수차를 비닐팩에 담는 일이다. 송년 잔치에 나누어 줄 선물이라고 한다. 저울에 달고 비닐봉지에 넣어서 종이 상자에 담았다. 8명이 일을 나누어 하니 금방 끝났다. 금자씨가 수고했다고 와인처럼 발효가 된 효소 음료를 주었다. 꼭 와인 같았다. 그 다음에는 거의 와인이 된 것을 마셨다.
나는 금자씨 부엌에서 효소에 대한 즉석 강의를 들었다. 여태 1;9로 희석시킨 효소 음료는 10일 안에 다 마셔야 하고, 오래 되면 부패해서 못 먹는 줄 알았는데, 그걸 마셔도 아무 해가 없다는 걸 알았다. 오히려 희석시켜서 오래 두면 식초가 되어서 음식할 때 쓸 수 있다고 하니 집에 가면 만들어 봐야겠다. 금자씨가 직접 실험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맹물에 설탕만 탄 것은 곰팡이가 생기고 있었다. 하지만, 효소가 들어간 것은 오래 될 경우에 식초가 되었으면 되었지 부패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효소가 좋다는 것이다. 우리가 효소를 먹으면 몸 안에 있는 박테리아와 유해균이 사라지지만 효소를 마시지 않으면 나쁜 균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알고 있던 효소 상식에 몇 가지를 추가할 수 있어서 기뻤다. 확실히 금자씨는 자연요법의 고수다. 나는 금자씨한테 식초를 만드는 균을 얻어서 병에 담았다.
참, 이번 여행중에 제자들에게 써 먹은 유머를 정리해서 올린다. 새해에는 더 많이 웃어 보라고. 스님들이 입원하는 병실은? ........................................,,,,,,,,,,,,,,,,,,,,,,,,,,,,,,,,,....중환자실 스님들이 사용하는 목탁, 염주 등을 뭐라고 할까요? ................................................................................중장비 스님들 중 서울에 사는 스님을? ..............................................................................수도중 "땅콩의 반대말은? ..............................................................................하늘콩 지구의 반대말은? ............................................................이기구(Lose와 win) 가화만사성이란? .....................................가정에서 화내면 만사가 성이 난다. 킹콩의 반대말은? ...............................................................................하인콩 현대인들의 얼굴이 갈수록 굳어가는 이유는? ....................................."하나님이 인간을 진흙으로 만들어서" 철새가 겨울철에 북쪽으로 날아가는 이유는? ...................................."걸어가면 오래 걸리니깐... 날아간다." 알리의 주먹보다, 타이슨의 주먹보다 더 강한 것은? ................................................................................." 보 " 브래지어가 맞지 않을 때는? .........................................................."가슴이 아프다" 1년 12달 중 28일이 있는 달은? ......................................." 1년 열두달 다 28일이 있다." 개 두 마리가 전봇대에서 쉬를 보다가 경찰이 접근하자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요? ................................................................다 쌌으니깐.. 참새 백 마리가 전기줄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포수가 한 방을 쏘자 백 마리가 떨어졌다. 어떻게 된 걸까? ..................................... 참새 이름이 백마리였다. 썰렁~~ 단골이 전혀 없는 장사꾼은? ......................................................................."장의사" "아홉명의 자식"을 세 글자로 줄이면? ...........................................................................아이구 승용차와 10톤 트럭이 부딪쳤는데 10톤 트럭이 뒤집어졌다. 이러한 현상을 뭐라 하는가? ........................................................................ 교통사고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부하들에게 "돌격!" 이라고 외쳤는데 부하들은 가만히 있었다. 그 이유는? ............................................................ "돌격이 한국말이라서" 세상엔 공짜가 없다. 하지만 맨입으로 되는 것은? ..........................................................................."키스" 팬티와 바나나의 공통점은? ............................................ "벗기지만 입혀주지는 않는다." 바닷물이 짠 이유는? ..................................................고기들이 땀나게 뛰어놀아서 비아그라를 빨리 삼켜야 하는 이유는? ................................................잘못하면 목이 뻣뻣해지니깐 열대야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에어컨이 없는 집이 많아서" 자고 나니 눈발이 흩날렸다. “야, 눈이다!” 조금 온 눈이라도 반가웠다. 부산에서 눈을 볼 일은 거의 없는데 여기서 눈을 보니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아침 밥상에는 납세미가 나왔다. 부산에서 자주 먹던 음식을 여기서 보니 새롭다. 아침도 맛있게 먹고 쉬는데 눈이 더 많이 쏟아졌다. 조황지씨가 밖에 나가서 눈을 맞고 들어왔다. 눈이 많이 올 것 같아서 점점 더 기대가 되었다.
이어서 아무렴님의 차를 타고 묵산 미술관으로 갔다. 거기에는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들의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그린 그림도 있고 어른이 손을 보아준 듯 기교가 뛰어난 작품도 있었다. 시간만 넉넉하면 천천히 보면서 동화 글감도 얻을 텐데 급하게 보느라 글감을 찾지는 못했다. 묵산 미술관에 이어서 찾아간 곳은 한반도 마을의 한반도 모습. 마침 폭포가 얼어서 고드름 궁전이 되었다. 눈이 내린 한반도 모습도 보기 좋았다. 내리막길이 눈 때문에 차들이 엉금엉금 기었지만 아무렴님의 차는 스노우 타이어가 달려 있어서 끄떡없이 오고 갔다. 차를 운전해준 아무렴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눈구경까지 잘 하고 제천 의림지로 달려갔다. 인터넷으로 동화를 배우는 소이가 영월까지 택시를 타고 찾아와 주어서 반갑게 만났는데 의림지를 안내해주었다. 삼국시대부터 있었다는 큰 저수지였다. 식당에서 소이가 사준 두부 전골을 맛있게 먹고 의림지를 한 바퀴 돌았다. 제천에서 영월까지 택시를 타고 와서 밥까지 사준 소이가 고맙고도 미안했다. 다음에 부산 오면 잘 대해주어야지. 그 전에 책 선물도 보내주고. 거기서 소이와 작별하고 대구로 오는 버스에 올랐다. 올 때는 중앙 고속도로로 오니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제천에서 대구까지 2시간 20분. 거기서 무궁화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태백산 정기와 금자씨네 고향의 맛을 듬뿍 안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함께 여행한 사람들이 모두 좋아서 여행이 더욱 즐거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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