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스크랩] 고양이 발톱 깎아주기 === 303회

凡草 2010. 3. 17. 12:43

 

 2010년 3월 17일 수요일 맑음


 올봄에는 비오는 날이 많다.

 맑은 날이 드물다.

 날이 좀 따뜻해졌어도 비오는 날이 많으니 벌을 보기가

드물다. 

 지난 일요일에 수내에 가서 벌을 한 마리 잡아

올해는 처음으로 벌침을 한 방 맞았다.

 오늘은 출근길에 벌을 잡으려고 호포역에서 내렸다.

 우리 집과 화명동 글나라 사이에 있는 시골 같은 곳이다.

 

 

 

 벌침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벌을 잡아 벌침을 맞는다고 하면

무슨 끔찍한 짓이라도 하는 줄 알겠지만, 벌침을 맞는 것은

비타민이나 한약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맞을 때 조금 따끔하긴 해도 전혀 부작용이 없는 자연요법이다.

 나는 아픈 데가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벌침을 맞는다.

 

 

 벌을 잡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까?

 당연히 꽃이 많이 핀 곳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벌을 잡으러

다니다 보면 자연적으로 꽃을 많이 보게 된다. 꽃이 없는 곳에는

벌도 없다. 벌을 찾아다니다 보니 언제 어떤 꽃이 피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벌을 잡으면서 꽃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매화가 많이 피어있는 곳을 찾아갔지만 벌은 통 보이지 않았다.

아직 날이 추운 탓일까? 호포 꽃단지에서 수국을 한 그루 사다가

드디어 벌 한 마리를 잡았다. 그래서 올해 두 번째 벌침을 맞았다.

벌침을 제대로 맞으려면 스무 마리 정도는 잡아야 하는데 날이 좀더

따뜻해져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내가 벌을 잡으면 생명을 죽인다고 하지만 벌은 그냥 놓아

두어도 여름엔 2달 정도, 가을이나 겨울엔 3-4개월 정도 밖에 못 산다.

그 대신 나는 고기를 자주 먹지 않기 때문에 동물을 죽이는 일은

덜 하는 셈이다.

 벌을 잡는 나쁜 행위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수내에다 꽃을 많이

심을 작정이다. 벌들에게 보상을 하려고.

 

 (화명동 롯데마트 앞에 목련이 피고 있다)

 

  

 야종이를 키운 지 7개월이 지나면서 야종이와 많이 친해지긴 했지만

발톱을 깎아주기가 어려웠다. 나를 물까 봐 함부로 깎을 수가 없었다.

최영희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안고 깎아준다는데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야종이 발톱이 기니까 아이들한테도 위험하고 소파 위를 돌아다니다 보면

발톱 때문에 구멍이 나고 찢어지는 일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발톱을 깎아

줄 수 있을까? 이게 숙제였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막내딸 봉현이가 하늬 발톱을 깎아주는 걸 보니

고양이도 그런 식으로 하면 될 것 같았다. 봉현이한테 한 수 배웠다.

 글나라에 와서 야종이를 서 있는 자세로 안고 발톱을 깎아주었다.

어설프나마 발톱을 깎아주었다. 이젠 언제든지 발톱을 깎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야종이와 친해지고 있어서 반갑다.

 

 

 

 나는 꽃도 보고 왔는데 야종이는 하루 종일 햇볕이 안 드는 사무실 구석에만

웅크리고 있으니 좀 안 됐다. (*)

출처 : 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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