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이제 거의 다 심었네! ^^^^ 351회

凡草 2010. 11. 14. 18:36

<351회>


 이제 거의 다 심었네!


< 2010년, 11월 13일, 토요일, 맑음 >


 아직은 밤에 그리 춥지 않아서 전기난로를 끄고 잤다.

 범초산장에 1주일에 한 번 정도 오기 때문에 당분간은 난방을

전기난로로 할 생각이다. 여기는 농사용 전기라 도시만큼은 돈이 들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우스 안 온도가 7도였다.

 조금 쌀쌀하게 느껴져서 전기난로를 틀었다. 약하게 틀었는데도

곧 훈훈해졌다. 루디아가 가져온 고구마 굽는 솥에 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난로 옆에 앉아 군고구마를 먹으니 겨울의 낭만을 즐기는 기분이다.

 창문 너머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고.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듯이

난 이 작은 범초산장에서 큰 행복을 맛본다.

 

 

 하우스가 남향이라 해가 뜨니 온도가 금방 올라갔다.

 밥 먹기 전에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니 단풍이 절정이다.

 남천의 단풍든 색깔이 환상적이다.

 겨울은 그냥 추위를 몰고 오지 않는다.

 아름다운 단풍을 선물로 주고 나서 추위를 퍼뜨린다.

 봄이나 여름만으로는 맛볼 수 없는 단풍 구경은 추워야만 할 수 있다.

 

 

 아침을 먹고 미스포터가 보내준 블루베리를 심었다.

 요즘 눈에 좋은 열매가 열린다고 하여 각광받는 나무다.

 나도 이 나무를 심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세 그루 중 두 그루는 범초산장에 심고 한 그루는 동주원에 주었다.

 

 

 

 블루베리를 심고 나서 매화나무를 사려고 수내 입구로

세발 수레를 밀고 갔다.  지난 번에 감나무를 산 농장이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굳게 잠궈 놓았다. 전화를 해 보았더니 언제 올지

모른단다.

 할 수 없이 빈 수레만 몰고 오다가 왕고들빼기 씨앗이라도 채집해서 담았다.

 꿩대신 닭이라고 이 놈이라도 가져가야지.

 범초산장으로 돌아와서 차를 몰고 노포동에 가서 매화나무를 살까 생각하다가

문득 이웃에 있는 최사장님의 약초농장이 떠올랐다.

 꾸지뽕나무와 여러 가지 유실수가 심어져 있었는데....

 최사장님 농장에 가보았더니 매화나무가 6그루나 있었다.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게 아니고 항상 가까이에 있다던가!

  '멀리 갈 거 있나 여기서 사자.'

 그래서 최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바쁜 일이 있는지 최사장님을 본 지

한 달도 넘었다.

 안부 전화 겸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반갑게 받았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제가 범초산장에 매화나무를 한 그루 심으려고 하는데

 한 그루만 파시겠습니까? 다른 데서 사는 값으로 쳐드릴 게요."

 "아이고 이웃끼리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그냥 파 가세요. 한 그루 가져 가지

 말고 2-3그루 파 가세요."

 "감사합니다. 한 그루에 3만 원 드리면 됩니까?"

 "이웃 사촌인데 무슨 돈을 준다고 그럽니까? 정 그렇다면 다음에 닭똥 거름이나 주면

  되잖습니까?"

 "그렇게 하세요. 그럼 감사하게 가져 가겠습니다."

 최사장님 덕분에 편하게 매화 나무를 구했다. 좋은 이웃을 두어서 기분이 좋았다.

 약 2년생 정도 되어 보이는데  단풍나무가 죽은 자리에 심었다.

 매화나무는 눈 속에서 꽃이 핀다하여 선비들이 좋아한 나무다.

 이 퇴계는 죽기 전에도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고 유언을 할 정도였다.

 이른 봄에 새콤한 향기를 풍기며 피어나는 하얀 매화꽃.

 그 아름다운 꽃을 기대하며 정성껏 심었다.

 

 

 이제 나무는 거의 다 심었다. 욕심을 부리면 몇 그루 더 심을 수 있지만

그만 심기로 했다. 나무가 너무 빽빽한 것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늘도 왕고들빼기 씨앗을 길에서 채집하여 뿌렸는데 이러다간

주위가 온통 왕고들빼기 밭이 될지 모르겠다.

  약초모임의 하늘땅지기님한테 받은 인진쑥 씨앗도 여기 저기 뿌렸다.

동주가 만든 꽃밭에는 개미취 씨앗을 뿌렸다.

  

 

 동주가 오늘 체육대회를 하러 갔는데 이른 아침에 와서 새로 꽃밭을

하나 또 만들었다. 큰 바위가 밭에 들어있는데도 빠루로 끄집어내고

반듯하게 모양을 다듬었다. 볼 때마다 감탄하지만 정말 솜씨가 좋다.

나는 하루 종일 걸려도 못 해낼 일을 한 두 시간 만에 뚝딱 해 낸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 나가면 집 주위가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 되겠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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