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회
<씨앗 퍼뜨리기>
= 2010년, 11월 12일, 금요일, 맑음
요즘‘변현단’씨가 지은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다. 잡초는 그냥 시시한 풀이 아니다. 온갖 좋은 성분을 지니고 있고 농사에도 지혜롭게 이용하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안 먹어본 잡초까지 먹거리로 이용했다. 개망초, 광대나물, 지칭개, 닭의장풀, 큰개불알풀, 방가지똥 등... 여러 가지 잡초를 꽃차와 나물로 이용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 저자의 실험정신을 나도 본받아야겠다. 이 책을 12000원 주고 샀는데 내가 느낀 감동은 30만 원이 넘을 것 같다. 지금 거의 다 읽어 가는데 읽는 동안 참 행복했다.
길에서 채취하는 비단풀씨
이맘때쯤이면 빈터에 사는 잡초들이 씨앗을 매달고 있다. 나는 범초산장에 필요한 잡초를 퍼뜨리려고 여러 가지 씨를 받았다. 달맞이꽃, 사철쑥, 도꼬마리, 애기땅빈대, 왕고들빼기, 비수리 등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씨앗들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몰랐고 관심도 없었는데 야생초차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씨앗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야생초차를 마시려면 꽃이나 잎이 필요하지만 그 출발점은 씨앗이다.
왕고들빼기 씨앗
씨앗을 확보해야 꽃이나 잎을 얻을 수 있다. 더러 빈땅이나 길가에서 잡초를 볼 수 있지만 오염된 땅에서 자라기 때문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내게 땅이 없다면 모르되 적은 땅이라도 있으니 내 땅에서 키워야 한다. 잡초는 애써 키울 필요도 없고 저들이 스스로 잘 자라니 나는 씨를 뿌리기만 하면 된다.
도꼬마리와 달맞이 씨앗
잡초는 강한 생명력만큼이나 우리에게 유용한 성분을 많이 갖고 있다. 내 생각에는 비닐하우스에서 화학비료를 주어서 키운 상추보다 그냥 제가 알아서 큰 왕고들빼기가 더 낫다고 본다. 그동안 야생초차와 효소를 자주 마신 덕분인지 올해는 아직 감기 한 번 안 걸렸다. 몸살도 없었고. 나는 잡초들에게 감사한다. 내 건강을 지켜준 고마운 친구들에게. 다른 곳에서 잡초라고 천대받는 씨앗들을 당당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오늘도 출근길에 씨를 받았다. 내가 빈 땅에서 씨를 받는 동안 지하철 한 대가 스르르 다가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씨를 받았다. 동당거리며 뛰어가 봐야 5분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늦는 대신 나는 더 많은 씨앗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씨앗을 받아서 범초산장에 뿌리면 봄에 수두룩하게 돋아날 것이다. 내년 봄에는 아내 힘을 빌리지 않고 나물을 무쳐 먹을 수 있도록 나물 무치는 방법을 배워두어야겠다. 다양한 잡초 요리를 내가 직접 만들어 밥상에 올려보고 싶다.
어제 밤에는 달님반 동화교실 회원들이 범초산장에 찾아왔다. 글나라 동화교재 400호를 기념하기 위한 나들이였다. 기상 예보로는 부산 지역에는 비가 5밀리 정도 온다고 해서 저녁 행사에 별 지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초저녁부터 번개가 치고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찾아오는 회원들이야 불편할지 몰라도 오랜만에 오는 비라 반가웠다. 배추와 나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범초산장에 들어간 뒤에도 심벌즈를 치듯이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렸다. 모처럼 온 손님들을 환영하는 행사처럼 느껴졌다. 범초산장 안에서는 비오는 소리를 더욱 실감나게 들을 수 있다. 빗소리를 들으며 축하 행사를 즐겼다.
여러 회원들이 하나씩 준비물을 가져와서 자축 행사가 풍성했다. 소산의 노래와 달과별이의 오카리나 연주도 들었다. 막걸리와 수제비를 맛있게 먹고 나니 비가 그쳤다. 우리 일행 열 명은 범초산장에서 250미터 정도 위에 있는 동주원으로 올라가서 피아노 연주를 들었다. 동주는 언제나 마다하지 않고 흔연스럽게 피아노 연주를 해준다. 연주를 즐기는 그 모습이 보기 좋다.
손님이 범초산장에 찾아오면 덤으로 동주원까지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밤이 아니라면 이웃 최사장의 약초 재배 농장도 보여줄 수 있을 텐데 그건 못했다. 다음 화요일에는 낮반 회원들이 범초산장을 찾아올 예정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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